[주목! 이 정치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인터뷰
“민주당은 심각하게 좌경화, 한국당은 보수가치 훼손돼도 싸우지 않아”
이언주 의원 “조국 수석 내년 총선 부산에 온다면 한판 붙어야죠”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보수 아이콘’, ‘보수 전사(戰士)’답게 거침이 없었다. 이언주(47)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선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좌경화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파쇼, 남미형 사회주의를 따라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자유한국당에 대해선 보수 가치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데도 분노하지 않고 맞서 싸우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이 속한 바른미래당은 정체성이 무엇인지 헷갈린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부산 지역에 차출한다면 정면으로 맞붙겠다는 뜻도 밝혔다.

-‘보수 전사’로 나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자유한국당 의원들보다 훨씬 더 강하게 싸웁니다. 아마도 국회의원 300명 중 제일 강도 높게 싸우는 사람일 텐데, 왜 그렇게 분노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겁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됐을 때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했습니다. 그런데 헌법적 가치와 대한민국 체제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자유주의자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습니다.”

-어떤 가치가 위협받고 있습니까.
“자유민주주의, 특히 개인의 자유 존중이라는 대한민국 건국이념과 헌법적 가치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습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게시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에 대해 현 정권이 불법 수사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죠. 2019년에 신공안 정국이 조성되고 있어요.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보수를 지향한다는 자유한국당은 보수 가치가 침해되고 있는데도 분노하지 않고 보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지 않고 있어요. 싸울 땐 싸워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어떻게 자유주의자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까. 자유한국당 이름에 들어있는 자유가 아까워요. 70년 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검증된 가치들을 건국이념으로 삼았습니다. 이런 훌륭한 이념들이 헌법에 들어간 것은 건국 주역들이 굉장히 높은 수준의 식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런 가치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함께 책임 의식을 우선적으로 가져야 합니다. 내가 내 삶을 책임진다는 것이죠. 그런 바탕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을 설계해야 해요. 우파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 바로 책임감과 정직성입니다.

이것이 없는 상태에선 우파가 국민에게 인정받기 힘들죠. 자기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라고 하겠어요. 우파 정치인이 포퓰리즘적인 유혹을 한다면 우파가 아닌 거죠. 우파는 단기적으로는 인기가 없을 수 있지만 정직함·진실함·성실함을 인정받고 그래서 나라가 어려워졌을 때 국민이 그래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집단이 돼야 합니다. 좌파는 큰 정부와 권력에 의한 지배를 지향해요.

우파는 ‘국가 지배와 통제를 바라지 않고 국민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다만 사회적 약자들에겐 안전망을 통해 지원한다’는 식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특히 자유 시장경제에선 자본이든 노동이든 실력 또는 기여에 따라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합니다. 그게 자유 시장의 미덕이고 가장 공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기계적 평등을 공정이라고 착각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지 못한다는 얘기고 그러면 더 이상 노력하지 않게 되죠. 그 결과는 하향평준화입니다. 경쟁의 원리야말로 가장 공정한 겁니다. 우파는 이런 가치들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이언주 의원 “조국 수석 내년 총선 부산에 온다면 한판 붙어야죠”

-민주당으로 정치 입문 해 놓고 친정을 비판하는데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심각하게 좌경화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좌파 운동권에 의해 장악되면서 민주당은 남미형 사회주의에 가까운 포퓰리즘적 경제정책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민주당을 나온 이유입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기상천외한 실험을 하고 있어요. 최저임금 정책과 주 52시간 근로 단축은 명백하게 자유를 억압하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을 2년 만에 거의 30%, 주휴수당 등을 포함하면 거의 50%를 올리는 겁니다. 사업하는 사람에게 사업하지 말라는 것이고 노동자에겐 그 돈을 받지 못하면 일하지 말라는 겁니다. 노동의 자유와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예요. 임금이 올라가는 만큼 노동생산성도 올라가야 하는데 어떻게 2년 만에 노동생산성을 50% 향상시킬 수 있겠습니까.

노동자는 일하고 싶은데 정부의 강압에 의해 그 임금을 받지 못하면 일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습니까. 사업자가 최선을 다해 경쟁에서 살아남았는데 사업자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갑자기 비용을 엄청 올리고 그것을 못 주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식은 얼마나 ‘파쇼적’입니까. 모든 인간의 행동양식, 모든 인간의 노동과 관련된 경제활동들을 국가가 강요하고 설계하는 것은 자유주의자에게는 매우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겁니다.

유치원만 하더라도 국가가 직접 관리한다고 합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경쟁 원리를 살려나갈 수 있고 교육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게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입니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죠.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없어요.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돼도 해지할 수 없습니다. 국가가 갑이 돼 있는 거죠. 그런데도 우파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싸우지 않고 있어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 평가하는 이유는 뭡니까.
“건국 대통령에 대해 폄훼하는 분위기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좌우합작과 6·25전쟁 때 휴전을 반대했습니다. 어설프게 휴전하면 한반도가 공산화된다고 봤죠. 우리가 공산화되지 않고 시장경제의 이점과 번영을 누리는 것은 그분의 공이 매우 큽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친미주의자’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이 휴전하고 한반도에서 철수해 버리면 또 6·25와 같은 전쟁 위협에 노출되는데 그걸 막기 위해 북진통일을 외쳤고 반공 포로까지 석방했습니다. 오죽하면 미국이 이 전 대통령을 제거하려고 했겠습니까. 미국과 목숨 걸고 싸워 이룬 것이 한·미동맹과 한·미상호방위조약입니다.

이렇게 해서 미국으로부터 무상 원조도 받아내고 우리가 경제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 군대가 와서 지켜준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봐야 합니다. 외교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실익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전 대통령은 미국을 잘 이용한 겁니다. 우리한테 필요해 활용하는 것을 두고 친미라고 폄훼하는 것은 매우 무식한 행태입니다.”

-소속 정당인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처음 출범할 때는 중도 보수라고 분명히 명시했죠. 제가 비판하는 이유는 왜 출범할 때 그렇게 선언해 놓고 딴 얘기를 하느냐는 것이죠. 서로 다른 두 가치가 당에 공존하고 있는데 이것이 융합되기 어렵습니다. 한쪽은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쪽에서는 너무 세게 하면 안 되고 여당을 도와줘야 한다면 공존할 수 없어요. 아무래도 독자 행보를 하는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언주 의원 “조국 수석 내년 총선 부산에 온다면 한판 붙어야죠”
-그러면 자유한국당으로 갈 겁니까. 정계 개편 얘기도 무성합니다.

“큰 그림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봐요. 지금의 집권 세력은 굉장히 계획되고 의도된 방식으로 헌법 가치에 대한 위협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와 외교 면에서 그렇습니다. 이런 폭주를 막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렇다면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력들이 힘을 합하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헌법적 가치를 위협하는 세력을 정치권에서 퇴출한 뒤 세부적인 노선 차이 등을 논해야 합니다.

다만 자유한국당의 변화 또는 기존 보수의 변화를 유인할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치권 바깥에 좋은 인재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스펙’ 좋은 인재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고 자기 신념이 확고한 사람들을 많이 기용해 기존 보수들과 합해졌을 때 국민은 변화했다고 느낄 겁니다.”

-여당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부산에 출마하면 대결할 의향이 있습니까.
“제 고향이 부산입니다. 지역 정치권에서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 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많이 해요. 부산 지역에 활력을 좀 불어넣어 주길 바라고 있죠. 현재로선 당을 어떻게 할지(바른미래당 탈당이나 자유한국당 선택 여부) 불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역구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하지만 조 수석이 부산에 내려오면 당연히 한판 붙어야죠. 조 수석의 연고지는 부산 중구이고 저는 영도입니다. 중구와 영도는한 지역구예요(현역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인물입니다. 현 정부를 심판해야 해요. 설마 조 수석이 제가 겁나 안 오지는 않겠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왜 반대합니까.
“한국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제에 맞지 않는다는 거죠. 대통령제에서는 막강한 대통령 권한을 견제하는 것이 중요해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선 집단적 이익만 추구하는 정당들이 우후죽순 나올 수 있습니다. 야당이 난립하는 구조에선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하기 힘들어요. 자칫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적인 상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정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어요.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입니다.”

-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요.
“공수처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이상한 제도입니다. 여당이 검찰을 개혁한다고 하면서 공수처법을 들고나왔는데, 개혁하는 게 아니라 개악하는 것이에요. 검찰 개혁 주장은 정권에 줄 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며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나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검찰 권력이 최고 권력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검찰 권력을 약화시키고 최고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공수처는 검찰 위에 더 센 검찰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무시무시한 권력 집단이 탄생한다는 의미죠.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합니다. 이렇게 되면 지금 검찰보다 훨씬 더 강력한 대통령 직속 친위부대가 탄생합니다. 북한 보위부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죠. 검찰을 개혁하려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하고 ‘검사동일체 원칙(검사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통일적인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상명하복의 관계에서 직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없애는 게 맞습니다.”
이언주 의원 “조국 수석 내년 총선 부산에 온다면 한판 붙어야죠”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1호(2019.04.22 ~ 2019.04.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