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수요 늘며 신조 발주 증가…한국 조선 3사 ‘싹쓸이’ 가능성도
몸값 높아진 LNG선… 카타르 초대형 발주 잡기 ‘혈투’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글로벌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경쟁에 돌입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번 수주전을 디딤돌로 삼아 업황 회복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환경 규제와 에너지 전략의 변화로 LNG선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인 카타르가 60여 척의 LNG선을 발주할 것으로 가시화되면서 한·중·일 삼국 조선업계의 불꽃 튀는 수주전이 예고되고 있다.

◆미·중 에너지 전략의 변화로 늘어난 LNG 물동량

LNG를 운반하는 LNG선의 수요가 증가하는 첫째 이유는 환경 규제 때문이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강화될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로 국내 조선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초대형 LNG 운반선 시장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IMO의 해사 규제에 따라 선사들은 선박이 배출하는 황산화물의 함유량을 세계 전 해역에서 0.5% 이하로 줄여야 한다. 기존 선박들로는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기 어려워 선사들은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기존 선박 내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 장치)를 탑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저유황유의 가격 상승과 스크러버 탑재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LNG를 선박 연료로 사용하는 대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LNG는 선박의 기존 연료로 사용되는 저유황유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동시에 황산화물 등 유해 물질 배출량이 현저하게 적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에너지 정책이 변화하고 있는 것도 LNG선 수요와 깊은 연관이 있다. 특히 세계 최대 LNG 공급 국가인 미국의 적극적인 수출 전략으로 공급량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에너지 소비국이었던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공급자로 돌아서자 2016년부터 LNG 공급량이 크게 확대됐다.

수요는 중국이 책임지고 있다. 중국은 ‘메이가이치’라고 불리는 석탄 개조 사업을 통해 석탄 위주의 난방을 LNG로 바꾸는 정책을 펼치면서 2017년부터 LNG 수입을 크게 확대했다. 이는 LNG선 운임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적극적인 에너지 수출 전략과 중국의 친환경 정책이 맞물리면서 올 상반기 16만㎥의 LNG선 운임은 하루 평균 7만8000달러 수준에서 19만 달러까지 급등했다.

LNG 물동량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 LNG 물동량은 3억7000만 톤 수준으로 전망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3년 전만 해도 2020년 LNG 물동량이 3억5000만 톤으로 예상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 물동량 증가 속도는 예상치를 뛰어넘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LNG가 석탄발전을 대체하고 있는 중국과 PNG(Pipeline Natural Gas)를 대체하고 있는 유럽에서의 수입량 증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몸값 높아진 LNG선… 카타르 초대형 발주 잡기 ‘혈투’
심지어 해운업계에서는 2020년이 되면 LNG선의 공급량이 수요치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운·조선업계에서는 2017년부터 LNG선 인도 증가량이 물동량 증가량에 부합하지 못했고 LNG선이 부족한 상황에 처했다”고 밝혔다.

2030년부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LNG 수요치는 3억 톤 이상으로, 최근의 물동량인 2억5000만 톤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망은 LNG선 발주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와 황 함유량 기준 강화 등 최근 글로벌 시장의 환경 규제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기준에 부합하는 선박으로 교체 혹은 개조하거나 신규로 건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세계 각국이 LNG의 수출과 수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이들을 실어 나를 선박이 절실해진 것이다. 조선업계에는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카타르 신조선 발주로 달아오르는 LNG선 시장

여기에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인 카타르가 대규모 LNG선 발주를 예고하면서 조선업계의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한국과 카타르의 정상회담에서 카타르의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카타르가 60척의 신규 LNG선을 발주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카타르는 50척의 LNG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 들어 카타르의 LNG선 신조 프로젝트는 점차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총 60여 척의 물량을 대상으로 각 조선사별로 독(dock) 확보 계약을 진행 중이고 계약은 연내 체결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세계 최대 LNG 생산 업체 카타르페트롤륨(QP)이 LNG선 발주를 위해 입찰 제안서를 발송한 상태”라고 밝혔다. 일부 외신은 카타르 정부가 이번에 발주하는 LNG선은 무려 100척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수주 물량도 물량이지만 과거 카타르의 LNG선을 수주한 경험을 갖고 있는 조선 3사로서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2005년 카타르 정부는 국내 조선 3사에 대형 LNG선 45척을 발주했다.

당시 수주 실적은 대우조선해양이 19척, 삼성중공업 18척, 현대중공업 8척이었다. 이는 한국 조선소들의 기술력 덕분이다. 박무현 애널리스트는 “1급 해외 선주들이 선박을 발주할 때 고려하는 것은 가격과 납기가 아닌 선박의 품질과 성능”이라며 “해외 메이저 선주들은 조선소에 기술 인력과 숙련된 용접공의 인명부를 요구할 정도로 선박 품질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물량 또한 한국 조선사들이 ‘싹쓸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사 외에도 중국의 후둥중화조선,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이 카타르의 LNG선 입찰 제안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중국 조선업계는 한국 조선업계의 가장 큰 경쟁 상대였다. 지난해 발주된 LNG선의 물량은 모두 한국 조선소가 수주했지만 올해 발주된 13척 중 2척은 중국 조선소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중국 국영 조선사 후둥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선 ‘글래스톤호’가 호주 인근 바다에서 고장으로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후둥중화조선은 급히 수리를 결정했지만 결국 결함을 인정하고 2년 만에 폐선을 결정했다. 이 사건으로 중국 조선소는 LNG선 건조 시장에서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1990년대만 해도 LNG선의 최강자는 일본이었다. 당시 LNG선은 모스형으로 설계됐다. 갑판 위에 둥글게 화물 탱크가 설치된 모스형은 압력을 견디기 용이하고 선박이 바다에서 충돌하더라도 탱크가 파손될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선박 발주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 최근 들어선 시장에서 퇴출되는 추세다.

그 대신 선주들은 선각 내부와 LNG 저장 탱크를 일체화한 멤브레인형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멤브레인형 LNG선 건조를 주도해 온 곳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멤브레인형과 모스형을 모두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모스형 건조만을 고집해 온 일본 조선소들은 자연스레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1등급 선주들은 철저히 기술력에 초점을 두고 발주를 의뢰한다. 박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LNG선 수주 경쟁에 동참할 가능성은 자국 발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몸값 높아진 LNG선… 카타르 초대형 발주 잡기 ‘혈투’
◆LNG선으로 곳간 채운 조선사

LNG선 발주 바람으로 현재 국내 조선사들의 일감은 상당히 풍족하다. 4월 기준으로 국내 조선 3사의 LNG선 수주 잔량은 대우조선해양이 37척, 현대중공업그룹이 36척, 삼성중공업이 30척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총 24척의 LNG 운반선을 수주했는데 이는 전 세계 발주량 69척 중 약 4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선 총 3척의 LNG선 수주 실적을 올렸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LNG선의 핵심 기술이랄 수 있는 재액화 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최고 효율의 ‘혼합 냉매 완전 재액화 시스템(SMR : Single Mixed Re-liquefaction)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SMR은 현대중공업이 영국의 가스 처리 엔지니어링 업체인 LGE와 공동 개발한 기술이다. 운항 중 자연 발생하는 증발 가스를 100% 재액화할 수 있고 혼합 냉매를 사용해 기존 단일 냉매 방식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을 최대 40%까지 높였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지난해 2월 말 기준 490만3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규모의 수주 잔량을 확보했다. 단일 조선소로는 세계 수주 잔량 2위로 현대중공업 거제 조선소를 앞섰다. 이는 LNG선 덕분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LNG선 7척을 수주한 것에 이어 지난 4월 22일 해양 플랜트 1건을 수주하며 올해 수주 목표인 78억 달러의 29%를 이미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기술력 또한 세계적이다. 지난 1월 삼성중공업이 유럽 지역 선주사인 셀시우스 탱커스와 체결한 LNG선 2척 수주에는 삼성중공업만의 친환경·스마트십 기술이 적용됐다. 대표적 기술인 ‘세이버 에어’는 선체 바닥면에 공기를 분사해 선체 표면과 바닷물 사이에 공기층을 형성, 선박의 마찰저항을 줄여 연비를 향상시키는 에너지 절감 장치다. 세이버 에어를 장착한 선박은 매년 연료를 5%씩 절감할 수 있어 20년 운항 시 1년 치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전 세계 조선소 중 가장 많은 LNG선을 수주·인도한 조선사다. 2019년 3월 말 기준으로 172척을 수주했고 136척을 인도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총 4척의 신규 수주 실적을 올렸다. 대우조선해양은 2007년 ‘고압 천연가스 연료 공급 장치(FGSS)’ 기술을 특허 출원해 2010~2011년 국내와 유럽에서 등록을 완료했다. FGSS 기술은 연료 저장 탱크에 저장된 LNG를 고압 처리해 엔진에 공급하는 장치로 천연가스 추진 선박의 핵심 기술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한 해에만 35척의 LNG 운반선을 수주해 가스선 시장의 강자로 명성을 다졌다. 또 연간 10조원 이상 선박 수주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업계에 증명했다. 지난해에는 천연가스 재액화 장치 관련 특허 200여 건을 국내외에 출원해 100여 건을 등록 완료했다. 천연가스 재액화 장치는 LNG선이 경제속도로 운항할 때 화물창 내에서 발생하는 천연가스의 손실을 보존하는 장치다.

LNG선 발주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범용선의 수주 소식은 다소 뜸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주 실적은 LNG선에 쏠려 있고 컨테이너선을 비롯한 범용선은 이렇다 할 발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범용선의 한 종류인 컨테이너선은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들을 연이어 발주한 지난해와 달리 공급과잉을 우려한 때문인지 발주 소식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조선사들의 수주 경쟁은 LNG선을 무대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