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성모 볼보그룹코리아 사장…“배터리 교체 등 새로운 서비스 시장 열릴 것”
“100% 전기 굴삭기 내년 출시…창원공장에서 무인 제품도 개발 중”
(사진) 양성모 볼보그룹 코리아 사장.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1998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한국 경제가 위태롭던 시절, 스웨덴 볼보그룹은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부문을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렇게 설립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현재 볼보그룹에서 생산되는 굴삭기 전체 생산량의 55%를 책임지는 핵심 기지로 떠올랐다.

서울 한남동 볼보빌딩에서 4월 23일 만난 양성모 볼보그룹코리아 사장은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단순히 제품을 수입해 내수 시장에서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다”며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 글로벌 생산 허브로 자리매김한 창원공장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창립 2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이룬 성과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무엇인가요.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경기 불황을 딛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내수 시장에서 목표로 설정한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그룹 내 위상도 높아졌죠. 20년 전 창원공장을 인수할 때만 해도 연간 3000대의 굴삭기를 생산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창원공장은 20년 전에 비해 5~6배 정도 늘어난 1만5000~1만8000대 규모의 굴삭기 전 제품을 생산하는 허브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20년간 수출 비율을 80%까지 늘렸는데, 각 나라별로 어떠한 공략법을 택하셨나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유럽은 볼보건설기계그룹 내에서도 비중이 높죠. 판매망도 잘 갖춰져 있고 판매 대수도 많습니다.

선진화된 시장인 만큼 고객들이 요구하는 신제품의 수준도 높아요. 유럽에서는 최근 전기 굴삭기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올해 4월 노르웨이 오슬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오슬로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줄이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해요. 이 때문에 볼보건설기계그룹이 개발 중인 전기 굴삭기가 유럽 시장의 중요한 ‘키(key)’가 될 것입니다.

미국은 단일 국가 중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큰 국가죠. 굴삭기뿐만 아니라 휠 로더 등 중장비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요. 탄탄한 판매망을 통해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유럽처럼 친환경 이슈에 민감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전기 굴삭기 제품을 통해 점유율을 높일 계획입니다.

중국은 2003년부터 급격히 성장한 시장이죠. 글로벌 건설기계 회사들이 다수 진출해 있고 중국 현지 업체들의 약진도 대단해요. 따라서 현지화는 물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굴삭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중국 다음으로 빠른 성장을 진행 중인 인도도 가격에 민감해요. 인도 현지 굴삭기의 기능은 다소 뒤처져 있는데 이를 공략해 중소형급 굴삭기에서 현지화를 이루는 게 목표예요.”

▶한국 시장의 동향은 어떤가요.

“유럽과 미국 고객들은 적게는 50대에서 많게는 200대까지 장비를 소유하고 있죠. 반면 국내 고객들은 건설 장비를 1개씩 보유하고 직접 운전하며 일하는 이가 많아요. 그래서 본인이 소유한 장비의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죠.

최근 젊은 고객들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신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본인의 작업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죠. 친환경적인 부문에도 관심이 많아요. 또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와 부산시의 ‘스마트 시티’ 조성에도 참여해 신기술 적용을 논의하고 있어요. 정부의 기조도 건설기계 시장에서의 신기술 접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과 글로벌을 아우르는 건설 장비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요.

“국내외를 막론하고 ‘배기가스 저감’이 가장 중요한 논의 주제입니다. 볼보건설기계그룹의 경우, 유럽의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인 ‘스테이지 5’까지 시험을 마쳤어요.

그룹 차원에서도 배기가스가 없는 전기 굴삭기 출시, 자동화 기술을 통한 건설 장비의 무인화, 장비 간 연결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어요. 지난 4월 열린 독일 바우마 전시회에서는 몇 가지 신기술을 선보일 수 있었죠.

배터리 전기 소형 굴삭기와 자동화 이전 단계인 ‘반자동화 제품’입니다. 배터리의 경랑화나 소형화가 어려운 대형 굴삭기는 굴삭기의 부품 중 가장 중요한 유압 시스템을 조정해 약 15~20%의 연비를 절감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대형 굴삭기’를 선보였습니다.”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어떤 대응책을 세우고 있습니까.

“볼보건설기계그룹은 ‘E-모빌리티’ 분야의 혁신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2020년을 목표로 100% 전기식 소형 굴삭기와 휠 로더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1.5톤, 2.5톤의 소형 장비부터 3톤, 5톤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죠.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자체 기술을 갖춤과 동시에 그룹은 전기 버스나 전기 트럭에서 확보한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두 곳의 강점을 접목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비즈니스도 창출할 수 있어요. 굴삭기의 엔진이 배터리화된다면 서비스 환경이 변화할 수밖에 없죠. 배터리를 새로 갈아 끼우는 것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전력을 컨트롤할 수 있는 전력 관리가 선행돼야 해요.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도 중요해요. 건설 현장에서는 충전 시설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동이 가능한 충전기를 도입하는 비즈니스가 생길 수 있어요.”

▶전기 굴삭기 도입은 어느 단계에까지 이르렀나요.

“아직까지는 기획 단계입니다. 현재 스웨덴의 ‘스칸스카(SKANSKA)’와 함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휠 로더나 하이브리드, 전기로 사용하는 굴삭기를 연구 중인데 효율성이 40~50% 향상되는 긍정적 결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에서 창원공장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요.

“무인화 굴삭기와 하이브리드 굴삭기를 창원공장에서 개발 중입니다. 10톤 이상의 대형 굴삭기에 배터리를 장착하는 기술이 창원공장에서 연구 중이죠.

창원공장 연구·개발(R&D) 엔지니어들은 연료 효율을 30% 이상 높이는 기술로 볼보그룹의 테크놀로지 어워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볼보그룹 내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생산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큽니다. 볼보그룹은 ‘볼보프로덕션시스템’으로 생산성을 평가하는데 2012년 당시 75개 공장 중 창원공장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중장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공장으로, 매출이나 이익 면에서 그룹 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 건설기계업계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모든 기술 발전의 궁극적 방향은 무인화입니다. 무인화가 이뤄지려면 모든 장비들이 연결되고 원격 작동이 가능해야 해요.

특히 5G가 도입된다면 대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전송할 수 있어 활용도가 다양해질 것입니다. 볼보건설기계그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현장에 무인 굴삭기를 파견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스웨덴의 에릭슨과 원격조종으로 장비를 운행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했습니다. 2015년 스웨덴에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의 굴삭기를 원격조종했고 지금도 에릭슨·텔리아 등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건설업계는 상당히 보수적이었습니다. 제조업이 20년간 효율화를 빠르게 진행했지만 건설 장비 시장은 효율화 작업이 어려웠죠. 하지만 최근 새로운 혁신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투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 기업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전기 굴삭기 개발이나 5G 기술을 활용한 건설 장비의 원격조종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건설기계 업체들의 노력입니다. 예를 들면 소형 굴삭기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대여 서비스가 시작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100% 전기 굴삭기 내년 출시…창원공장에서 무인 제품도 개발 중”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