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기적을 만드는 최강 영업팀 36] CJ ENM 콘텐츠유통 해외사업4팀
콘텐츠 싸들고 왕복 80시간 비행…‘포맷 수출’ 새 시장 열었죠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개척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는 한국 예능 포맷 최초로 2014년 미국에 판매돼 동 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엠넷 예능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전 세계 9개국에서 리메이크됐다. CJ ENM ‘콘텐츠유통 해외사업4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콘텐츠유통 해외사업4팀은 콘텐츠 포맷과 리메이크판매만 담당한다. 국내 방송사 중 포맷 전담 수출팀을 만든 것은 CJ ENM이 최초다.

◆국내 최초의 포맷 판매팀

콘텐츠 수출은 크게 방영권 판매와 포맷 판매로 나뉜다. 방영권 판매는 말 그대로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해외 플랫폼에 그대로 방영하는 형식이다. 반면 포맷 판매는 해외에서 동일한 내용과 품질의 콘텐츠로 제작될 수 있도록 제작 노하우와 핵심 콘셉트를 판매하는 일이다.
과거에도 한국 드라마와 예능에 대한 수요는 높았다. 하지만 수출은 아시아 시장을 넘기 힘들었다. 동남아에서는 이미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자국 콘텐츠를 뛰어넘었고 자국 드라마 제작비와 한국 드라마 수입비가 맞먹는다.

반면 아직까지 한국 드라마가 미국에 그대로 방영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CJ ENM은 글로벌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포맷 수출을 강화했다.

한국 예능 포맷 최초로 미국에 판매된 ‘꽃보다 할배’는 2016년 ‘베터 레이트 댄 네버(Better Late Than Never)’란 제목으로 NBC 프라임타임에 편성돼 평균 시청자 8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방영까지 수많은 고비가 있었다. 처음 미국 시장에 포맷을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민다현 콘텐츠유통 해외사업4팀 팀장은 “이미 뛰어난 콘텐츠 제작자를 보유한 미국 제작사와 방송사가 한국의 포맷을 살 이유는 없었고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의 정서와 콘텐츠 트렌드가 너무 달랐다”고 회상했다.

한국은 여행과 일상을 관찰하는 리얼리티 예능이 대세라면 미국과 유럽은 일반인이 나오는 스튜디오 쇼가 70%를 차지한다. 미국은 예능 프로그램에 연예인을 섭외하는 것조차 어려운 환경이다.

호텔이나 방에 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관찰하는 포맷은 정서와 문화상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60~70대 연예인들이 몇 주 동안 여행을 떠나는 예능 ‘꽃보다 할배’의 포맷 수출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새로운 콘텐츠에 목말라 있던 NBC 간부들의 니즈와 CJ ENM의 참신함이 잘 맞아떨어졌다. 수출부터 제작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후 터키·네덜란드·이스라엘 등 총 10개국에 포맷을 판매했다.

CJ ENM의 포맷 전담팀이 처음 탄생한 2013년만 하더라도 포맷 판매는 동남아 시장에서조차 어려웠다. 포맷은 제작비를 새로 투자해야 하고 현지화 비용이 많이 든다. 위험성도 더 크다. 포맷을 수출해도 개발 과정이 길다 보니 변수가 많아 제작까지 이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

민 팀장은 포맷을 판매하기 전 5년 동안 동남아에 드라마 방영권을 판매해 왔다. 하지만 포맷 판매로 직무가 바뀌자 가족처럼 지내던 바이어들조차 민 팀장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포맷 판매를 담당하게 되면서 바이어를 만나거나 연락하는 일조차 어려워졌어요. 드라마 방영권을 판매하는 후배들의 미팅에 따라가 회의가 끝난 후 바이어들을 만나거나 바이어의 자녀들에게 K팝 CD나 브로슈어를 선물해 주면서 관계를 이어 나갔죠.”

CJ ENM의 콘텐츠 포맷 판매 매출 비율은 아직 높지 않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은 태국과 인도 등에서 리메이크됐다.

‘시그널’과 ‘비밀의 숲’은 프랑스와 러시아에 각각 포맷 판매됐다.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의 인기가 독보적이다.

CJ ENM에는 ‘포맷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가이드북이 있다. 무려 250페이지에 달한다. 민 팀장은 “포맷을 사는 경우 제작비가 올라가는 대신 이미 성공이 검증된 프로그램을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블 제작은 포맷 개발팀이 담당한다.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무대, 촬영, 조명, 카메라 워크, 오디션 진행 과정까지 모두 담는다. 필요에 따라서는 제작진을 인터뷰하기도 한다.
콘텐츠 싸들고 왕복 80시간 비행…‘포맷 수출’ 새 시장 열었죠

◆3일 동안 70개 미팅 소화


“우리는 돈만 보고 포맷을 팔지 않아요.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회사인지, 편성 시간대가 프로그램에 적합한지 등 모든 성공 요인을 확인합니다.”

콘텐츠유통 해외사업4팀은 총 8명이다. 하지만 8명이 다 같이 모인 적은 한 번도 없다. 늘 누군가는 해외 출장을 떠나 있다.

민 팀장은 스스로를 ‘보부상’ 혹은 ‘유랑단’이라고 말했다. 팀원들은 콘텐츠를 싸매고 해외 방송사나 제작사를 만나거나 해외 콘텐츠 마켓에 참여해 영업을 한다.

가장 큰 출장은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국제영상콘텐츠박람회(MIPCOM)’ 다. 이때 민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3일 동안 한 사람당 50~70개의 미팅을 소화한다.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15분에서 30분 단위로 미팅을 갖는다. 밥을 먹을 때도 미팅의 연속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끈질김이다. 민 팀장은 “바이어들이 어떤 말을 해도 주눅 들지 않고 들이밀 수 있는 ‘철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유통 해외사업4팀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을 두드리는 중이다. 바이어가 있는 곳이라면 왕복 8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기도 한다.

민 팀장은 최근 불어 닥친 TV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고 말했다. 방대한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욱 새로운 콘텐츠를 찾기 때문이다.

“해외 바이어들은 늘 새로운 게 없느냐고 물어요. 예전에는 CJ의 새로운 시도나 한국적인 프로그램이 그들에게 이질적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콘텐츠가 됐어요. ‘삼시세끼’ 미국판, ‘윤식당’ 이탈리아판을 성사시키는 게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kye0218@hankyung.com

-커버스토리 : 기적을 만드는 최강 영업팀36 기사 인덱스
[PART 1 도전 Challenge]

-CJ ENM 콘텐츠유통 해외사업4팀 "콘텐츠 싸들고 왕복 80시간 비행…‘포맷 수출’ 새 시장 열었죠"
-KT AI사업단 AI플랫폼사업팀 "낯선 호텔방, 도움 필요할 때 ‘호텔지니’를 부르세요"
-ADT캡스 캡스홈팀, 1인 여성 가구부터 맞벌이 부부까지 홈 보안 맞춤 제안
-쏘카 법인사업팀 “올해 1000% 성장 목표”…업무용 차량도 카셰어링이 대세죠
-오라클 디지털프라임 부문, 중견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클라우드 전환’ 해결사
-네이버쇼핑 스타일윈도팀 "온라인 모르던 수제화 장인들, 직접 찾아 설득했죠"
-LG전자 한국영업본부 쿠킹마케팅팀, ‘평균나이 33세’ 젊은 감각으로 주방 가전 시장 주도
-SM상선 미주팀, 원양 선사로의 첫 항해, 선봉에 선 ‘미주팀’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사업부 한국사업기획팀, ‘연평균 15% 성장’…미니 굴착기, 국산화 위해 뛴다
-현대건설기계 딜러개발팀, ‘1년 절반 해외 출장’…아프리카 오지도 두렵지 않아요
-한샘 영업교육팀, ‘5년 내 매출 10조원’ 리모델링 사업 이끌 전문가
[PART 2 혁신 Innovation]
-오렌지라이프 에이아이탐(AiTOM)교육부, 업계 첫 ‘FC 활동량 분석 시스템’ 구축…
주먹구구식 영업 사라졌죠
-카카오뱅크 상담챗봇팀 "슬기로운 은행 생활, ‘챗봇’을 찾아주세요"
-삼성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본부 "매일 아침 ‘모닝 레터’로 하루를 시작하죠"
-우리은행 리테일상품팀, 소비자 마음 콕콕 짚은 여행적금으로 인기 폭발
-아모레퍼시픽 브로앤팁스, 20년 만에 탄생한 남성 브랜드…‘남성’이 아닌 ‘브로’ 노린다
-한미약품 마케팅사업부, ‘근거 중심 마케팅’으로 복합신약 성공 신화 이끈다
-제주항공 국제영업팀 "수도권과 지방, 서로 다른 영업 전략 필요하죠"
-롯데면세점 빅마켓담당 "면세점업계의 미래, 동남아 관광객에게 달렸죠"
-아이비엘 리빙픽 상품기획팀, 숨은 아이디어 상품 찾아 ‘스토리’를 입힌다
-KB국민은행 수신상품개발팀, 아이돌 모델 기용 파격…BTS 적금으로 ‘메가 히트’
-풀무원 유제품영업팀, 유제품 시장 정체 뚫고 고속성장…‘데이터 분석’으로 타깃 영업
[PART 3 열정 Passion]
-위메프 300실, ‘에어팟 대란’ 만든 주인공…‘시속 300km’ 초고속 성장 이끈다
-한글과컴퓨터 AWS TF팀 "시애틀 본사 오가며 매주 화상채팅…까다로운 아마존 사로잡았죠"
-삼성증권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관리 자산 10조원’…‘스마트 머니’ 찾는 기업 오너들이 주고객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3팀, ‘어려울수록 정석대로’…지난해 1조 5000억 공사 수주
-제일기획 비즈니스 16팀 "광고주 발굴 위해 주지스님 앞에서도 프레젠테이션"
-이마트 피코크본부, ‘맛’에서 ‘디자인’까지 최고 추구…연매출 2500억원 돌파
-하이트진로 특판동부지점, 주류업계 최대 격전지 강남을 평정한 ‘영업 전사들’
-CJ대한통운 GF사업개발팀, 물류업계 베테랑 8명이 만드는 ‘글로벌 포워딩’
-GC녹십자 비맥스팀, 광고 없이 입소문으로 연매출 100억원 돌파
-우아한형제들 배민라이더스 타겟영업팀, ‘서울 3대 빵집’ 설득하려 방문 때마다 빵 구매
-파르나스호텔 MICE특화팀 "국내 최대 마이스 특화팀…정상회의도 문제 없어요"
-하나금융투자 클럽원WM센터, 고액 자산가를 위한 ‘금융상품의 명품관’ 만든다
-동국제약 일반의약품(OTC) 마케팅부 "치질, 더 이상 숨기지 마세요"
-교보생명 황금FP지점, 소외된 기존 고객이 바로 ‘황금 기회’죠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5호(2019.05.20 ~ 2019.05.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