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Ⅲ]
-창업 78년 만의 처음…‘변화와 혁신’ 중심에 두고 M&A·R&D 확대할 것
‘타이어’ 떼고 ‘테크놀로지’로… 재탄생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변신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매출 기준 국내 1위, 세계 7위 타이어 기업인 한국타이어가 5월 8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재탄생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사명에서 ‘타이어’라는 단어를 아예 뺐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회사 한국타이어가 조선다이야공업이란 이름으로 1941년 설립된 지 78년 만이다. 이런 변화는 회사 경영진이 사명을 바꿀 정도로 큰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명 변경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짐이자 조치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개별 계열사의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개척에 도전하는 파괴적 혁신을 위한 초석”이라고 사명 변경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첨단 기술 기반의 혁신을 추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생산에서부터 유통·판매·서비스 등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디지털 기반의 혁신 모델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명 변경 대상은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한국타이어·아트라스비엑스·엠케이테크놀로지·엠프론티어·대화산기·에이치케이오토모티브가 대상이다.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 모두 그룹의 기업 브랜드 정체성을 ‘테크놀로지’로 삼았다.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주)’로 변경했다.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바꿨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타이어부문에서 미래 혁신 기술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트라스비엑스도 ‘한국아트라스비엑스’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대표 기업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이번 사명 변경으로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타이어용 몰드, 타이어 가류용 컨테이너, 정밀 부품 등의 사업을 하는 금형 제조 전문 기업 엠케이테크놀로지는 ‘한국프리시전웍스’로 변경됐다. 타이어 제조 핵심 설비 전문 기업 대화산기는 ‘한국엔지니어링웍스’로, 정보기술(IT) 서비스와 물류 엔지니어링 기업 엠프론티어는 ‘한국네트웍스’가 됐다. 또 에이치케이오토모티브는 ‘한국카앤라이프’로 간판을 새로 달았다. 에이치케이오토모티브는 2017년 신설된 법인으로 수입 자동차 부품, 정비 서비스, 딜러십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번 사명 변경을 통해 통합 브랜드 체계에 편입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활동에서 ‘한국’ 브랜드와 함께 혁신 기술과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해 그룹 전체의 미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사명 변경과 함께 오너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그룹 차원의 쇄신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1988년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은 그룹 모태인 한국타이어에 ‘전문 경영인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후 조 회장은 등기임원과 대표이사 지위를 유지했지만 경영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이번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은 상징적 의미의 ‘회장’은 유지하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주) 등기이사직도 내려놓았다.

그 대신 장남과 차남의 투톱 체제가 완성됐다.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은 등기임원에 재선임됐다. 조 부회장은 2016년부터 한국크놀로지그룹(주)의 대표이사를 맡아 왔다. 또한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주)의 신규 임원(COO)으로 선임됐다.
‘타이어’ 떼고 ‘테크놀로지’로… 재탄생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변신
◆매출의 80% 해외에서 발생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역사는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타이어 제조사 브리지스톤이 한국에 조선다이야공업을 설립한 게 효시다. 이 회사는 1951년 한국다이야제조로 이름을 바꿨고 1967년 효성그룹에 편입됐다. 이듬해인 1968년 이름을 한국타이어제조로 변경했다.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자의 차남인 조양래(장남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회장이 1985년부터 한국타이어를 독자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했다. 2012년엔 회사를 지주회사(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회사(한국타이어)로 분할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1941년 설립 이후 줄곧 ‘한국 최초’ 타이틀을 지켜왔다. 국내 타이어업계 최초 해외 법인 설립과 수출 등은 모두 한국타이어의 몫이었다.
현재 4개의 글로벌 지역본부와 30여 개의 해외 지사, 8개의 생산 시설, 5개의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 중이다. 세계 180여 개국에 타이어를 판매해 세계시장에서 매출 기준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총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일궈 내고 있다.

이런 역사를 이어 오는 과정에서 한국타이어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 번도 ‘타이어’를 회사 이름에서 떼어내지 않았다. 타이어는 그룹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6년 한국타이어는 사상 최대 규모인 연간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달성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16년 이후부터 한국타이어는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제자리걸음이다. 글로벌 타이어 업황 둔화가 직격탄이다. 여기에 미국 테네시 신규 공장의 램프업(생산량 확대) 지연 등 악재까지 발생했다.

올해 1분기도 실적만 봐도 그렇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6424억원, 영업이익 14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4.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11.5%에서 올 1분기 8.5%로 3%포인트 하락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축 영향으로 수요가 둔화됐다”면서 “신차용 타이어 공급 감소와 교체용 타이어 수요 감소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종전과 다른 궤도의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움직임에 비춰볼 때 ‘종합 자동차 부품 회사’로 키워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업 다각화 노력은 사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타이어 생산·판매를 통한 성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부터다. 그룹의 핵심 법인인 한국타이어의 분기당 매출은 수년째 1조7000억원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타이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타이어 유통업과 자동차 부품업 등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또 벤처·IT 기반의 신생 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2014년 12월 한온시스템(구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시작으로 한국타이어그룹은 인수·합병(M&A)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타이어는 약 1조원을 투자해 한온시스템 지분 19.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온시스템 인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2월 호주 최대 타이어 유통점 ‘작스타이어즈’의 지분 100%(약 10000억원)를 인수했다. 2018년 7월에는 독일 프리미엄 타이어 유통점 ‘라이펜-뮐러’의 지분 100%(약 1000억원)를 인수했다. 두 법인 인수는 모두 일반 소비자 대상(B2C) 타이어 유통 창구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였다. 생산 시설 증설 등 하드웨어 성장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타이어 유통 네트워크 확대를 모색했다.

앞으로 사업 다각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M&A를 해왔지만 여전히 한국타이어 매출의 약 96%는 타이어 생산·판매를 통해 달성되고 있다. 이 가운데 그룹 전체 매출에서 한국타이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90%에 달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보유한 자금력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올해 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가 올해 가용할 수 있는 현금 자산은 1조8000억 원에 이른다.

실제로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은 여러 차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주회사로 전환을 발표하고 신규 사업 계획을 내놓으며 “기존 타이어 사업 외에 신규 사업에 나설 수 있다”며 “적당한 매물이 있다면 인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범 사장이 한국타이어를 이끌고 있지만 회사 경영에 관련된 발언이나 신년사는 조현식 부회장이 맡아 왔다는 점에서 두 형제의 의중이 실린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변화는 벌써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작년 5월 처음으로 타이어 제조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기업을 인수했다. 바로 모델솔루션이다. 1993년 사업을 시작한 모델솔루션은 IT 기기와 전자제품·의료기기 등의 프로토타입을 실물모형(mockup)·가공·임시금형 등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제작하고 지원하는 회사다. 2018년 5월 한국타이어그룹은 모델솔루션 지분 75%를 686억원에 인수했다.

한국타이어는 수입차 정비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트럭·버스용 타이어 렌털 서비스 사업을 준비 중이다. 또 올해 초엔 한국타이어는 카라이프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 사업을 통해 승용차·버스·트럭 등 자동차 관리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카라이프 사업은 자동차의 정비 외에 오일 교체 등 관리까지 포괄하는 영역이다. 또 푸조 등을 판매하는 수입차 딜러 사업에도 진출했다.
‘타이어’ 떼고 ‘테크놀로지’로… 재탄생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변신
◆자동차 관리·수입자 딜러 등 신사업 진출

물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런 가운데 타이어 사업의 강점을 더 키우는 데도 골몰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매출은 80% 정도가 해외에서 나온다. 글로벌 비율이 절대적인 만큼 국내와 해외의 제품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아태중아부문이 그곳이다. 또 오스트리아·아랍에미리트(UAE)·인도네시아·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고 대만 타이베이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지점을 설립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가 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을 총괄할 아태중아부문을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중국·구주(유럽)·미주 등 주요 거점 지역 본부는 그대로 운영되고 아태중아부문은 별도로 활동한다. 아태중아부문은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지역 간 균형 성장을 이끄는 임무를 받았다. 아시아와 중동 지역 전문가인 A·P·A·M 영업부문장 박정호 전무가 부문장으로 임명됐다.

R&D에도 꾸준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생산본부에 미래기술개발팀을 신설하고 품질·R&D 조직과 협업 체계를 더욱 견고히 할 방침이다. 겨울용 타이어 전용 성능 시험장 테크노트랙과 국내에서 유일하게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센터를 갖추고 있는 테크노돔은 R&D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세계적인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한편 고급 세단, 스포츠카, 고성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다양한 차종의 신차용 타이어 공급 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초고성능 타이어인 ‘벤투스 S1 에보3’는 독일 3대 프리미엄 완성차 기업의 주력 모델에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45개 완성차 브랜드 310여 개 차종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며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 미래 기술력이 집약된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한국타이어가 내놓은 첨단 타이어는

‘타이어’ 떼고 ‘테크놀로지’로… 재탄생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변신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확보한 기술력을 앞세워 첨단 타이어로 미래 승부수를 던진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친환경차를 위한 제품 대응은 우선 전기차에 주력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 소음이 없고 10~20% 무거운 차체와 높은 초기 가속력을 가진 특성을 감안한 전용 타이어가 요구된다. 첫째 대응 제품은 2세대 전기차 전용 타이어 ‘키너지 AS ev’다. 회사 관계자는 “키너지는 최적화된 저소음 환경을 구현하고 초고성능 승용차용 타이어 수준의 승차감과 주행 성능, 조종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키너지의 외형은 일반 타이어와 다르지 않지만 전기차 전용 타이어답게 최적의 피치 배열을 통해 주행 시 발생하는 특정 주파수 소음을 억제하는 소음 저감 기술을 적용했다. 여기에 EV 전용 ‘아라미드 하이브리드’ 보강 벨트를 채택, 고속 주행에서도 트레드 블록의 변형을 최소화하는 등 최적의 접지 형상을 유지해 핸들링 성능과 조종 안정성을 높였다.

소재는 침엽수에서 추출한 레진과 식물성 오일을 첨가한 컴파운드를 사용했다. 그 결과 젖은 노면과 눈길 또는 빗길 등의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핸들링과 제동성을 최대한 유지한다. 또 전기모터의 고출력과 강력한 초기 가속력을 손실 없이 노면에 전달하기 위해 타이어 슬립 현상을 억제하고 지면과 직접 접촉하는 트레드 마모 정도를 최소화했다.

키너지에 이어 자가 봉합 타이어인 ‘실가드 타이어’도 한국타이어가 기대를 거는 제품이다. 외부 충격으로 펑크가 발생해도 내부에 도포한 점성이 있는 특수 봉합제 실란트 물질이 즉각 구멍을 메워 내부 공기가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한다. 실제 이 타이어는 지름 5mm까지 봉합할 수 있어 펑크 상황에서도 주행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가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실가드 타이어는 2015년부터 폭스바겐의 베스트 셀링 MPV ‘투란’에 ‘벤투스 프라임2 실가드’를 공급하고 있다. 이 제품은 초고성능 타이어 ‘벤투스 프라임2’의 특징인 주행 성능과 승차감에 안전을 더한 첨단 타이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미래를 대비한 셋째 제품은 런플랫 타이어다. 내부 공기압이 ‘0’인 상태에서도 시속 80km로 최장 80km 주행할 수 있다. 펑크가 나도 형태 변화가 적은 단단한 사이드 월 구조를 가진 게 특징이다. 3세대 런플랫 타이어는 회전 저항과 연료효율을 크게 개선했고 승차감에서도 일반 타이어와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국내 타이어업계에 ‘초고성능 런플랫 타이어’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출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BMW 플래그십 뉴 7시리즈에 3세대 런플랫 타이어 ‘벤투스 S1 에보2 런플랫’과 ‘윈터 아이셉트 에보 런플랫’을 공급하는 중이다. 벤투스 S1 에보2 런플랫은 초고성능 퍼포먼스 타이어로 핸들링, 제동력, 낮은 회전 저항, 주행 소음 성능 등을 크게 개선해 일반 타이어 수준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윈터 아이셉트 에보 런플랫은 신차용 타이어로는 국내 최초로 공급하는 겨울용 런플랫 타이어다. 겨울 노면에서 높은 성능 발휘와 함께 낮은 회전 저항을 구현해 연료효율을 높였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6호(2019.05.27 ~ 2019.06.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