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고급화·기술 혁신으로 수요 감소 극복
-체험형 매장·창의융합 교육사업도
“아날로그는 살아있다”…‘국민 볼펜’ 모나미의 스마트한 변신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된 디지털 시대에 문구 시장 축소는 불가피하고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구류를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는 모나미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혁신 제품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 고가 전략 통했다…스마트펜 ‘완판’

대표적으로 모나미는 올해 1월 신개념 볼펜을 선보였다. ‘네오 스마트펜 모나미 에디션’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펜에 모나미 153 시그니처 디자인을 접목,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조화한 결과물이다.

스마트 기기에 네오노트(Neo Notes)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실행한 후 스마트펜과 블루투스를 연결하고 전용 노트에 자유롭게 필기하면 내장된 광학 센서가 필기를 디지털로 변환해 스마트 기기에 실시간으로 전송해 준다. 종이에 쓴 글을 그대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기로 옮겨주기 때문에 메모뿐만 아니라 그림 작업도 가능하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14만9000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이 나며 출시된 1000자루 전량이 모두 팔려 나갔다.

신동호 모나미 마케팅 팀장은 “모나미 고객은 고도의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속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라며 “앞으로 네오 스마트펜을 시작으로 점차 고도화되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도 제 가치를 빛내는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나미는 최신 기술 트렌드에 따른 스마트펜을 내놓은 회사지만 설립 59년 차의 장수 기업이다. 1960년 회화구류를 생산하는 광신화학공업으로 시작해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국내 필기구의 역사를 이끌어 왔다.
“아날로그는 살아있다”…‘국민 볼펜’ 모나미의 스마트한 변신
대표 제품인 153 볼펜 등이 현재 중국·터키 등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모나미는 프랑스어로 ‘나의(Mon) 친구(Ami)’라는 뜻이다. 1963년 5월 1일 국내 최초 볼펜인 ‘모나미 153’을 출시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주요 제품으로는 153 볼펜·유성매직·병매직·네임펜·보드마카·플러스펜 등이 있다. 창업자 송삼석 회장의 장남인 송하경 대표가 1993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2세 경영이 시작된 이후 모나미는 프리미엄 시장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관련 제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송 대표가 고급화 전략을 펼치게 된 데에는 153 볼펜 출시 50주년을 맞아 2014년 선보인 첫 한정판 ‘153 리미티드’ 제품의 폭발적인 수요를 직접 확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모나미 153 볼펜의 시그니처 디자인에 메탈 소재로 고급화한 제품으로 1만 자루 한정으로 출시됐다.

가격은 2만원으로 당시 153 볼펜이 200~3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무려 100배나 비싼 가격이었지만 이 한정 제품은 출시하자마자 완판됐다. 옥션 등 중고 사이트에서는 30만원대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한정판 추가 생산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이 한정판의 성공을 통해 송 대표는 변화하는 소비자 인식에 따른 고급 필기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전략을 본격화하며 153 리미티드 에디션을 시작으로 153 아이디, 153 리스펙트, 153 네오, 153 블랙 앤 화이트, 153 골드, 153 블라썸, 153 네이처 등 고급 펜을 잇달아 선보였다.

고급 볼펜은 재질과 컬러를 차별화하면서도 시그니처 디자인인 육각 모양의 몸통은 유지했다. 기존 153 볼펜이 가지고 있던 아이덴티티를 이어 가면서 오래된 이미지를 고급스럽고 트렌디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아날로그는 살아있다”…‘국민 볼펜’ 모나미의 스마트한 변신


◆ 가치 소비의 장, 콘셉트 스토어 강화

문구 시장은 문서 자동화, 인구 감소에 따른 필기 수요 감소에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모나미는 시장을 세분화하고 디자인과 품질 강화를 통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수요를 지속 창출할 계획이다.

모나미의 매출 대부분은 문구류(71%)에서 나온다. 그 외 컴퓨터 소모품(잉크 카트리지$토너 등) 22%, 기타 7% 정도다. 모나미는 첨단 기술이 이끌어 가는 시대에서 오히려 ‘손으로 쓰는 것’에 대한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믿고 소장 가치 높은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꾸준히 지속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이 높은 고급 필기구를 통한 매출 확대도 예상된다. 모나미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지향하며 153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한 고급 필기구의 지속적인 라인업을 계획하고 있다. 소비자 니즈에 따라 제품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콘셉트의 프리미엄 제품 개발도 계속한다.

이는 ‘누구나 갖고 있는 펜’에서 ‘누구나 갖고 싶은 펜’을 만들자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모나미는 기술이 이끌어 가는 시대에 펜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날로그는 살아있다”…‘국민 볼펜’ 모나미의 스마트한 변신
가치 소비를 원하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문구를 매개로 즐거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영상$공간$원데이 클래스 등 놀이형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다. 2015년 11월 처음 선보인 모나미 콘셉트 스토어는 필기구를 통한 ‘경험의 가치’를 제공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경기도 용인 수지에 있는 본사 1층에도 체험형 콘셉트 스토어를 마련했다. 콘셉트 스토어는 모나미의 고객 접점 채널로 매출을 견인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현재 용인 수지 본사와 에버랜드, 동대문 DDP 등 6곳의 콘셉트 스토어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신사업으로 인문학과 미술 활동이 결합된 미술 교육 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모나르떼’, 반려동물 쇼핑몰 ‘모나미펫’ 등을 전개하고 있다.

신 팀장은 “앞으로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로부터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브랜드, 문구시장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고 트렌드를 리딩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