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 판매 감소 채우려고 면세용 가격 잇단 인상
- 공급사당 120억~150억원 이익 추산
‘어, 면세용 맞아?’…5년 사이 50% 오른 면세점 담배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어, 이렇게 비쌌었나. 담뱃값이 왜 이래.” 5월 말 가족과 해외여행을 떠난 A 씨는 출국장 면세점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해외로 나갈 때면 꼭 사는 필수 품목 담배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특히 가열 담배인(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그가 사려고 했던 필립모리스의 히츠 한 보루에 붙어 있는 가격은 37달러. 당시 환율이 1190원대였으니 달러로 환전할 때 붙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내국에서 면세 없이 구입할 때와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일반 담배 역시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전자담배로 바꾸기 전 이용했던 KT&G의 에쎄의 가격이 27달러로 예전에 샀던 가격보다 최소 5달러 이상 비쌌다. 결국 A 씨는 일반 담배를 잘 피우지도 않고 시중과 가격 차이도 없는 전자담배를 들고 번거롭게 외국을 나갔다 오는 것이 더 손해라는 생각에 담배 구입을 포기했다.

◆ 외산 담배가 주도한 가격 인상
‘어, 면세용 맞아?’…5년 사이 50% 오른 면세점 담배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일반 담배 가격은 2014년 정부 정책으로 인상(2500원→4500원)된 이후 외산 담배 공급자들의 주도로 매년 오르고 있다.

2015년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국산·외산 담배 대부분이 평균 18달러 수준이었지만 2016년 1월 BAT코리아와 필립모리스 등의 외산 담배 공급자들이 평균 4달러(18달러→22달러)를 인상한 이후 KT&G와 일본 담배 공급자인 JTI(재팬타바코인터내셔널)까지 가격 인상에 동참하면서 면세 담배의 전체적인 가격이 22달러대로 형성됐다.

이때 면세 담배의 가격 인상은 국내 시판 가격 인상이 아닌 면세 담배 자체 인상으로는 12년 만에 처음이다. 더욱이 1년 뒤인 2017년에는 국내 면세 담배 시장 최초로 2년 연속 가격이 인상됐다.

이때 역시 BAT코리아와 필립모리스 등이 면세 담배 가격을 평균 3달러(22달러→25달러) 인상하며 시장을 움직였고 역시 KT&G와 JTI가 뒤를 이어 가격을 올렸다. 불과 2년 만에 면세 담뱃값이 39% 오른 것이다.

이후 2018년 공식적인 가격 인상이 없었던 면세 담배 시장은 올 들어 또 가격이 올랐다. 1월 BAT코리아와 필립모리스 등의 외산 담배 공급자들이 담뱃값을 평균 2달러(25달러→27달러) 올렸고 KT&G도 2월 가격을 인상했다. 면세 가격이 오르기 전인 2015년과 비교하면 인상률이 50%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히츠·피트·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면세 가격은 더욱 심하다. 할인이 거의 없다. 면세 전자담배는 일부 국가(태국·중국·대만 등)에서 반입 불가 품목으로 지정돼 판매율이 낮은 데다 시장점유율이 약 11.8%(올해 1분기 기준)에 불과해 할인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2017년 국내에 출시한 이후 처음 면세점에서 판매할 때도 일반 담배보다 약 8달러가 비싼 33달러에 판매를 시작했고 당시 비싼 가격을 책정한 이유에 대해 공급사들은 “주변 국가와의 비슷한 가격 책정”과 “정부의 금연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서”라는 논리를 펼쳐 왔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면세 판매 가격은 37달러다. 지난해 슬그머니 올린 2달러, 올해 초 일반 담배 인상 때 올린 2달러가 더해진 결과다.

◆ 가격 인상 마진 공급사 주머니로
‘어, 면세용 맞아?’…5년 사이 50% 오른 면세점 담배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면세 담배의 가격이 급격히 오른 이유가 2015년 국내 시중의 담뱃값 인상으로 발생하는 판매 감소로 줄어든 매출을 외산 담배 공급사들이 면세 담뱃값 인상으로 대체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외산 담배는 지난해 수입액과 수입 중량이 모두 감소했다. 잎담배와 담배 부산물의 지난해 수입액은 2억2974만 달러(2706억3370만원)로 2017년 2억8210만 달러(3323억1380만원) 대비 약 18% 정도 감소했고 수입 중량도 지난해 5만2610톤으로 2017년 6만91톤에 비해 12% 정도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담배 공급자들은 판매가 꾸준한 면세 담배의 가격을 올려 시중 담배 판매 감소분을 보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면세 사업자 측은 최근 몇 년 사이 면세 담배 공급자들이 담배 가격 인상을 통해 얻은 순이익이 업체별로 약 120억~150억원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면세 사업자 측 관계자는 “면세 담배는 공급사(제조사)와 유통사(면세점)가 협의를 통해 가격을 정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공급자가 납품 가격을 정해 공지하고 유통사는 여기에서 일정 부분 수수료를 더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더욱이 최근 면세점도 불경기고 경쟁이 심화돼 수수료를 내려 가격을 할인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면세 담배 가격 인상의 최대 수혜는 공급사들이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년 전만 해도 공급사와 유통사의 마진 구조가 공급자 4, 유통사 6의 구조였는데 지금은 반대가 된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담배 공급사가 가격을 올리고 배짱 납품을 진행하면서 일부 사업자들은 특정 담배 공급사의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중에 판매되는 담배와 달리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담배의 가격은 담배 제조사와 면세 사업자가 협의를 통해 정한다. 세금이 없기 때문에 면세 담배 가격은 가격이 올라갈수록 판매 이익률이 높아진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담배의 한 보루 가격 4만5000원의 70%(27달러) 수준까지 오른 면세 담배는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기 전인 4년 전 18달러에 비해 보루당 최소 1만원 넘게 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결국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명분으로 2015년 세금을 높여 담뱃값을 올리고 공급사들은 정부 정책에 발맞춘다는 궁색한 변명을 통해 면세 담배 가격을 인상하면서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고 있는 상황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