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 외식업계 다크호스 4인방 : 김치헌 호박패밀리 대표]



“불판 닦던 알바 경험이 자산...메뉴 차별화로 승부했죠”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김치헌(40) 호박패밀리 대표는 외식업계에서 ‘맨주먹의 성공 신화’로 통한다. 그가 이렇게 불리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고깃집에서 서빙을 하고 불판을 닦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기간만 무려 5년이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2009년 호박패밀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식 야키니쿠·와규 전문점인 ‘호박식당’을 서울 중구 약수동에 오픈했다. 현재는 호박식당을 비롯해 ‘한와담’, ‘양파이’, ‘봉돼지’ 등 이름만 대면 들어봤을 법한 외식업 브랜드 7개를 거느린 잘나가는 ‘사장님’이 됐다.
“불판 닦던 알바 경험이 자산...메뉴 차별화로 승부했죠”
그가 현재 운영하는 매장 수만 전국에 약 25개에 달한다. ‘자영업자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난 10년간 숱한 외식 브랜드와 개인 창업자들이 쓰러진 외식업계에서 꾸준히 성장을 이어 나간 그만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험이 디테일을 만든다



“오랜 기간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연스럽게 쌓았던 식당 운영이나 손님 대응 방식과 같은 노하우는 지금 생각해 보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지금의 호박패밀리라는 열매를 맺게 한 원동력이 됐죠.”



서울 성동구 금호동 호박패밀리 본사에서 6월 3일 만난 김 대표에게 ‘성공 비결’을 묻자 가장 먼저 돌아온 답변이다. 학창 시절부터 운동에 전념하던 김 대표는 헬스 트레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던 중 한 지인으로부터 함께 고깃집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마음이 움직여 하던 일까지 그만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지인과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그는 ‘이왕 뽑은 칼, 혼자라도 해보자’고 결심했다. 마침 당시 고깃집을 운영하던 친한 선배가 있어 그 밑에 들어가 온갖 잡일을 도맡으며 밑바닥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수년간 현장에서 발로 뛰며 맛과 서비스에 대한 기본 개념을 익힐 수 있었어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어떤 메뉴로 도전할지 고민했죠. 그리고 5년 뒤 마침내 갖고 있던 돈을 모두 투자해 호박식당의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외식업에 진출했어요.”



창업 후에도 이런 경험을 밑거름 삼아 수많은 난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식당에서 손님들을 접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들에 많이 당황하게 된다. 언제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나 사건들이 식당 내에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그때마다 경험을 무기 삼아 당황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창업하는 과정에서 경험이라는 가치를 간과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한다. 외국에 갔다가 맛있는 음식을 접하고 창업 계획을 세우거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요리에 소질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단순하게 창업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안일한 생각으로 뛰어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직접 외식업에 대해 경험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나 창업자가 외식업계에서 고전하는 것도 결국 ‘경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정권자들이 이론적으로만 외식업을 공부하고 실제 매장에서 접객을 많이 접해 보지 않은 이들이 많습니다. 결국 현실과 동떨어진 운영 방침을 세우게 되고 외면 받게 되는 것이죠.”



물론 경험만으로 외식업이라는 높은 시장의 벽을 넘어서기엔 부족하다. 철저한 고객 입맛 분석과 시장조사를 통해 대중적이면서도 차별화된 메뉴와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그가 꼽은 성공 비결이다. 호박패밀리라는 외식 기업을 탄생시킨 시발점이었던 호박식당만 보더라도 잘 나타난다.



◆대중화 가능성에 주목하다



호박식당은 오픈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일본식 야키니쿠와 와규를 주요 아이템으로 삼았다. 여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남녀노소 좋아하는 고기 메뉴는 대중성이 뛰어난 만큼 경쟁자도 많다. 주변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고기를 구워 팔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자가 많으면 그만큼 수익을 내기가 당연히 어려워요.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화된 메뉴와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입니다.”



결국 다른 고깃집과 다른 메뉴를 주력으로 삼았다. 기존의 고기 맛과 크게 이질감을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호박식당의 야키니쿠와 와규는 분명 맛이 달랐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서비스를 위한 노력 역시 호박식당이 빠르게 입소문을 타는 데 일조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식후에 입가심을 즐기는 특성을 파악해 슬러시와 커피를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이야 많은 식당들이 이런 후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서비스였다.



이후 김 대표는 호박식당을 통해 증명한 나름의 ‘외식업 성공 방정식’을 숙성 한우 전문점 한와담 등 후속 브랜드에도 고스란히 적용하며 외식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불판 닦던 알바 경험이 자산...메뉴 차별화로 승부했죠”
성공한 사업가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외식업계의 시장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 보며 계속해서 변하는 소비자 입맛과 트렌드를 찾는 데 여념이 없다.



특히 최근에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여겨지는 분야에 손을 뻗치며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2015년 론칭한 양갈비 전문점 양파이도 향후 가능성을 보고 매장 문을 연 브랜드입니다. 준비 과정에서 양고기가 소비자들에게 낯선 음식인 만큼 주변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걱정도 많았어요. 하지만 내부적으로 시장조사를 했는데 양고기 수입량이 계속 느는 것을 확인했고 당장은 어렵더라도 점차 대중화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죠. 그리고 그 예상이 결국 맞아떨어졌어요. 오픈 이후 양고기에 대한 대중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면서 양파이도 점차 매장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장 분석을 통해 양고기처럼 대중화할 가능성이 높은 메뉴들을 발굴하며 새로운 브랜드를 신규 론칭할 예정입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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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