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를 알고 있는 ‘여우형 예측가’와 큰 것 하나를 알고 있는 ‘고슴도치형 예측가’
[서평]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의 특징
◆미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스티븐 존슨 지음 | 강주헌 역 | 프런티어 | 1만6000원


[한경비즈니스= 김은찬 한경BP 출판편집자] 우리가 합리적인 결정일까 아닐까 고민하는 이유는 언제나 고정된 현재에서는 알 수 없는 미래의 변수들, 다른 말로 하면 무수히 산재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덕분에 인간은 ‘예측’하고 ‘상상’하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었다. 뇌과학자들의 용어를 빌리면 ‘디폴트 네트워크(default network)라고 불리는 인간만의 사고 패턴인데, 우리의 정신은 기억 속의 정보를 검색하고 심상과 생각의 형태로 정보를 자각하며 여러 문제를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전략을 꾸미는 상태에 빠져든다는 뜻이다.


물론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도록 진화했다고 해서 그 예측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필립 테틀록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각계각층의 ‘전문가’ 284명을 대상으로 2만8000가지에 대해 ‘예측’하도록 한 뒤 분석했는데, 그 결과는 참담했다. 장기적인 추세를 예측해 달라는 요구에 전문가들이 내놓은 예측의 결과는 임의적 추측(random guess)보다 더 나빴고 단순화된 수학적 예측(‘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것’)보다 못했다. 그리고 전문가의 유명도와 예측의 정확도는 역(逆)상관관계에 있었다. 또 미디어에 출연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테틀록 교수는 그 안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전문가 집단, 장기적인 예측에서 원숭이보다 나았던 집단을 찾아냈다. 그들의 적중률은 ‘예지력’과 동떨어진 수준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먼 장래를 동료들보다 더 명확히 보는 뭔가가 있었다. 테틀록 교수는 이 흥미로운 문제에 관심을 돌렸다. ‘훌륭한 예측가와 사기꾼을 나누는 것은 무엇일까.’


테틀록 교수는 “차이를 만든 중요한 요인은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이었다”며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이 말해 유명해진 비유,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알고 있다’를 인용해 두 부류의 예측가에게 각각 ‘고슴도치형 예측가’와 ‘여우형 예측가’라는 이름을 붙였다. 테틀록 교수의 분석에서 여우형 예측가는 광범위한 자료에서 정보를 수집했고 불확실성을 기꺼이 인정하며 중요한 이론 하나에 매몰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여우형 예측가는 상대적으로 외골수인 고슴도치형 예측가보다 미래를 예측하는 정확도가 높았다. 여우형 예측가는 풀 스펙트럼, 즉 전방위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을 띠었고 고슴도치형 예측가는 협대역으로 사고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한 예측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특징에도 주목했다. 성실성(conscientiousness)·외향성(extraversion)·원만성(agreeableness)·신경성(neuroticism) 그리고 호기심으로도 표현되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등 다섯 가지 성격 유형을 기준으로 예측가들을 평가한 결과 ‘성공한 예측가는 경험에 대해 더 개방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테틀록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나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고 번거롭게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성공한 예측가 부류에게) 던지면 그들은 거침없이 ‘이번에 가나에 대해 공부 좀 해야겠군요’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흔히 우리는 의사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뛰어난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그 선견지명도 실은 사고방식의 차이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 ‘100% 훌륭한 결정은 없다. 다만 그 결정이 훌륭해지게 할 수는 있다’는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면 생각의 사각지대를 벗어나 미래의 변수를 보다 다양하게 통찰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