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5G 장비, 변동 없다”…통신 3사 신규 유선망에선 화웨이 제품 빠질 듯
미국의 제재에도 서울에 ‘5G 오픈랩’ 연 화웨이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의 최전선에 섰다. 미국은 화웨이가 수출하는 장비에 ‘백도어’ 시스템을 심어놓아 각국 정부의 정보와 기술을 사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정부 기관에서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에도 서명했다.

최근 들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더욱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화웨이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면서 화웨이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위해 무선망을 구축하는 상황에서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크다.
미국의 제재에도 서울에 ‘5G 오픈랩’ 연 화웨이
◆LG유플러스, 무선망 ‘3분의 1’ 화웨이 사용

그렇다면 화웨이는 국내 통신망에 얼마나 들어와 있을까. 유선망에서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SK브로드밴드가 화웨이 제품을 일부 사용하고 있다. 또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 또한 유선망에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망에서 화웨이 제품을 쓰는 곳은 LG유플러스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서울과 수도권, 강원도 일부 지역의 롱텀에볼루션(LTE)과 5G 무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이다. LG유플러스 무선 기지국의 3분의 1 정도다. 다만 주한 미군 주둔 지역 등은 2013년 LTE 무선망을 설치할 때부터 화웨이가 아닌 에릭슨 장비를 사용해 왔다.

LG유플러스는 국내 기업 중 화웨이 장비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2013년부터 LTE 무선망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 왔고 호환성 문제를 고려해 5G망에도 화웨이 장비를 들여왔다. 5G 서비스 초창기에는 LTE 망과 5G 망을 호환하는 NSA(Non Stand Alone) 방식으로 시행되다가 호환이 필요 없는 SA(Stand Alone) 방식으로 전환된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극에 달하면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지난 5월 말 미국의 화웨이 압박이 절정에 달했을 시기에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우선 LG유플러스는 무선망과 관련해 예정된 계획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정했다. 전문가들 또한 LG유플러스가 기존 계획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비용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고 특유의 가성비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통신 사업자로서는 대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화웨이와 미국 간의 거래가 중단되면서 부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해 기지국의 납품이 어려워질 경우다. 하지만 이 또한 당장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올해 구축될 기지국의 부품은 전량 납품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시기는 202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만약 부품 공급의 차질이 계속돼 화웨이가 장비를 공급하지 못한다면 타 파트너사로 대체하는 형태의 대응에 나설 수 있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에도 서울에 ‘5G 오픈랩’ 연 화웨이
◆美 압박에 고민 깊어지는 국내 기업들

화웨이에도 조금의 여유는 있다. 아직까지 미국의 제재에도 안심할 수 있는 이유는 기존 고객사의 재구매 때문이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5G 네트워크만 사용하는 SA 방식은 2021년 이후부터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은 NSA 방식으로 5G 상용화가 불가피하다”며 “과거 화웨이 고객사는 5G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재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화웨이엔 아직 잠재적인 고객들이 남아 있다. 5G를 상용화한 나라는 한국과 미국이 유일하다. 독일은 5G 주파수 경매가 진행 중이고 영국은 오는 10월 고대역 주파수 경매가 예정돼 있으며 프랑스는 아직 경매를 시작하지 않았다.

여기에 EU가 미국의 화웨이 압박에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점도 화웨이엔 유리하게 작용한다. 독일과 영국은 5G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화웨이는 5월 30일 서울 중구에 자사의 첫 5G 오픈랩의 문을 열었다. 화웨이 측은 5G 오픈랩을 통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한국의 5G·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5G 기반 서비스를 준비 중인 한국 파트너사들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숀멍 한국화웨이 지사장은 “‘한국에서 그리고 한국을 위해’라는 이념과 자체적인 5G 네트워크 강점을 기반으로 다수의 한국 ICT 기업, 중소기업과 협력해 5G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한국에서 열렸던 행사인 만큼 당초 화웨이는 기자 간담회 등 대외 행사를 검토했지만 최근 동향을 고려해 행사 규모를 축소했다. 국내 이통 3사 임원들 또한 참석하지 않아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통신 3사가 신규 장비 채택에서 화웨이 제품을 피하는 조짐도 보인다. 통신사들은 재난과 재해에 대비해 유선 전송망을 이원화하는 과정에 돌입했는데 SK텔레콤은 미국 시에나와 핀란드 노키아 장비를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LG유플러스는 핀란드 노키아와 국내 업체 코위버의 장비를 사용 중이며 KT는 미국의 인피네라와 계약할 예정이다.

미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6월 5일 주한미국대사관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클라우드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5G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지금 내리는 결정이 향후 수십 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IT 기업들이 참가한 행사에서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촉구한 것이다. 또 해리스 대사는 신뢰받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것이 안보뿐만 아니라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기업명이나 업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미대사의 발언은 통신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