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 외식업계 다크호스 4인방 : 김일도 일도씨패밀리 대표]
“‘여기는 부추무침 안 주잖아요?’ 손님 한마디에 성공 법칙 알았죠”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김일도(36) 일도씨패밀리 대표는 외식업계의 숨은 강자다. 창업 10년 만에 8개 외식 브랜드를 만들었고 국내외에서 16개 매장을 직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0년 ‘일도씨 곱창’을 시작으로 장사에 발을 들였다.

그 후 일도씨닭갈비·일도씨곱창·일도씨뚝불·일도씨찜닭·이스트빌리지서울·내일도두부 등 자신의 색깔이 묻어나는 브랜드를 차례차례 탄생시켰다.

“어머니가 30년 넘게 마천시장에서 곱창집을 운영하셨어요. 장사를 그대로 이어받기보다 식당을 사업화해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었죠.” 호기롭게 외식업에 뛰어들었지만 ‘생존’이 가장 어려웠다. 2010년 문을 연 ‘일도씨곱창’ 첫 매장은 오픈 둘째 날까지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만우절에 오픈해 만우절 장난인 줄 알았어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직원과 메뉴가 너무 많았고 가격 책정은 이윤이 남을 수 없는 구조였죠.”

◆해외 법인 2개 운영

실패한 식당을 운영하며 얻은 경험은 피와 살이 됐다. 첫 곱창 매장에서는 손님이 없었기 때문에 손님 한 명 한 명이 소중했다. 하지만 손님들은 모두 맞은편 곱창집으로 몰렸다.

“한 번은 손님에게 우리 가게가 재료도 좋고 맛있고 양도 많이 주는데 왜 저 가게로 가느냐고 물었어요. 돌아온 답은 충격적이었죠. “여기는 부추무침 안 주잖아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어떤 손님에게는 곱창보다 곱창의 느끼함을 해소해 줄 부추무침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내 고집만 부리기보다 손님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놓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실패를 거듭하며 손님은 늘었지만 곱창은 사업 확장에 제한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서민 음식이지만 호불호가 갈려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일도씨닭갈비’를 내놓았다. 일도씨닭갈비는 첫날부터 대성공이었다.

아무런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간판도 달기 전부터 손님이 몰려들었다. “오직 아이템만 보고 찾아준 거죠. 이때 ‘이거다’ 싶어 닭갈비 매장으로 사업을 확장했죠.”

일도씨닭갈비는 지금까지도 회사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브랜드다. 김 대표는 이후 찜닭을 재해석한 ‘일도씨찜닭’을 출시하며 일도씨패밀리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일도씨찜닭은 프랑스 요리 코코뱅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와인에 조린 닭 요리인데, 프랑스 음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고급 요리로 대우받고 있죠. 제가 생각했을 때 찜닭이 훨씬 맛있는데 저평가돼 있는 게 의아했습니다. 식당 테마와 콘셉트를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잡으면 찜닭 역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는 부추무침 안 주잖아요?’ 손님 한마디에 성공 법칙 알았죠”
국내 매장이 성공을 이어 가자 대만과 미국 캘리포니아에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에이전시나 중개 업체 없이 김 대표가 직접 발로 뛰었다. 첫 해외 매장은 대만이었다.

“중국 시장은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시장입니다. 같은 중화권이지만 안정적이고 한류의 시초답게 한국 음식에 대한 환영도가 높은 대만을 교두보로 삼았죠.”

대만 매장은 운영한 3년 내내 소비자들이 줄을 섰다. 한국 사람이 한식 브랜드를 직접 들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마케팅이 됐다. 이후 김 대표는 캘리포니아 법인을 세우고 현재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해외시장이 기회라고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한 문화가 넘어가 이질적인 문화와 서로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계획했던 것들은 모조리 깨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관리자보다 알바생이 중요
“‘여기는 부추무침 안 주잖아요?’ 손님 한마디에 성공 법칙 알았죠”
김 대표는 일도씨패밀리의 경쟁력이 ‘기본’에 있다고 말했다. 맛·서비스·청결은 가장 핵심이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요소다. 김 대표는 “맛을 위해 대부분 국산 식자재를 사용하고 있다”며 “특히 닭갈비에 들어가는 고춧가루는 국산과 수입산이 엄청난 가격 차이가 나지만 무조건 국산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소스와 반찬 등 손맛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품목은 일도씨팩토리라는 센트럴키친에서 관리하고 있다. 공산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제조하는 시스템은 일도씨패밀리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음식과 맛에 대한 고집이 곧 직원들의 자부심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좋은 음식을 선보일 수 있고 회사가 얼마나 신경 써 관리하는지가 직원들의 자부심이 되고 서비스 품질로 이어지죠.”

둘째 경쟁력은 바로 직원 관리다. 김 대표는 관리자를 키우는 것보다 아르바이트(알바)생들과의 시각차를 줄이고 그들의 동기부여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식업은 진입 장벽이 낮아 과당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취업 자체도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직원들이 많았어요. 이직률도 상당히 높은 업종이죠. 하지만 현장에서 손님을 가장 많이 대면하는 사람은 사장이나 관리자가 아니라 알바생입니다. 이들에게 동기부여하고 교육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셋째 경쟁력은 소비자의 호기심보다 충성심을 자극한 데 있다. 김 대표는 핵심 상권보다 동네 상권 위주로 입점한다.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찾아올 수 있는 식당이 목표였다. 핫한 브랜드가 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다.

“요즘 소비자들은 특별한 곳을 찾아다닙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핫’하고 ‘힙’한 곳이라면 필수로 방문하지만 금방 질리죠. 식당이 SNS에 음식을 맞추다 보면 일회성 맛집이 되는 겁니다. 소비자의 호기심이 지속적이지는 않거든요. 저는 비싸지는 않지만 가족들과 함께 먹을 때 작은 사치가 될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양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만큼 질적 성장도 함께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매장을 오픈하고 장사가 잘돼 나오는 수익이 보상이었다면 지금은 직원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식재료나 다시금 조명 받을 만한 음식이 있다면 우리 방식으로 재해석해 브랜드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인터뷰를 끝마치며 외식업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조언을 남겼다.

“외식업은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이 아닙니다. 이 일 자체를 즐기고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이 결국 돈도 벌기 시작하는 거죠.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할 자신이 있고 일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에게는 외식업이 천국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지옥인 업종입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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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