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 외식업계 다크호스 4인방 : 여인호 옥토끼프로젝트 대표]
- 외식업 넘어 미디어 플랫폼 만들 것
“임대료 금값 종로에서 3900원 요괴라면 팔아요”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종로1가 한복판에 새로운 편의점이 등장했다. 편의점이자 분식점이자 술집인 이 공간의 이름은 ‘고잉메리’다. ‘요괴라면’과 ‘갤럭시 라면’으로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옥토끼프로젝트가 선보인 오프라인 공간이다.

라면 하나로 유명세를 탄 옥토끼프로젝트는 삼성전자·오뚜기·매일유업 등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으며 식품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금도 대기업뿐만 아니라 김 업체, 수산물 업체 등 중소 식품 기업의 협업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한 구청에서는 도시 재생 관련 프로젝트까지 의뢰해 왔다.

겉으로 볼 때 평범한 식품 기업인 옥토끼프로젝트에 왜 이렇게 많은 협업 제안이 쏟아지는 걸까. 6월 4일 옥토끼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여인호 대표를 만나기 위해 고잉메리를 찾았다.

◆갤럭시 라면으로 화제

옥토끼프로젝트는 2017년 12월 ‘요괴라면’을 내놓았다. 당시 이미 레드오션인 식품업 중에서도 대기업이 독점해 온 라면 시장에 출사표를 내며 화제를 모았다. 자체 온라인 몰에서만 판매했는데 별다른 홍보 없이 출시 한 달 만에 7만 개가 팔려 나갔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맛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지난 4월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10 마케팅을 위해 옥토끼프로젝트와 ‘갤럭시 라면’을 선보이며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요괴라면을 사는 소비자와 신라면을 사는 소비자의 맥락은 다릅니다. 사람들이 신라면을 살 때 온라인에서는 가격을 검색하고 편의점에서는 목적 구매를 하죠. 뚜렷하게 기능성만 염두에 둔 접근입니다. 반면 요괴라면은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합니다. 가격이 싸지 않더라도, 라면이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재밌고 호기심이 생겨 구매하는 거죠. 이후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공유할 때 요괴라면 구매 목적이 달성됩니다.”

고잉메리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소비자들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잉메리에는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려고 오는 사람보다 색다른 경험이나 재미를 염두에 두고 방문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옥토끼프로젝트는 온라인 유통회사·패션·외식업·인테리어·무역·코스메틱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뭉쳐 시작했다.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음식이었다. e커머스 업체 네오스토어의 여인호 대표, 패션 브랜드 앤디앤뎁의 김석원 디자이너, 삼원가든·투뿔등심 등 외식업을 운영하는 SG다인힐의 박영식 대표, 디자인 회사 미드플래닝의 남이본 대표, 주한미국대사관 의전보좌관 출신인 박리안 옥토끼프로젝트 부사장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투자했다.

◆목표는 미디어 플랫폼
“임대료 금값 종로에서 3900원 요괴라면 팔아요”
고잉메리에서는 요괴라면을 비롯해 개념만두·개념볶음밥·요괴밀크·요괴 떡·달괴(달고나)·결벽요괴(물티슈) 등 옥토끼프로젝트에서 만든 상품을 판매한다. 자체 상품뿐 아니라 와인·맥주 등 음·주류, 수입 과자 등 다른 제조업자의 상품 역시 판매하고 있어 카테고리가 다양하다.
대표 상품인 요괴라면의 가격은 1500원이다. 저렴하지는 않지만 물리적으로 유통하면 마진이 거의 없다. 소량생산이기 때문에 대기업과 비교해 원가 열위에 있다.

자체 상품 생산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으로 하고 있다. 여 대표가 레시피 개발과 맛 개발에도 직접 참여한다.

OEM은 각각 경쟁력 있는 회사와 손잡고 있다. 오뚜기 냉동과 볶음밥 등 냉동식품을 거래하고 있고 오뚜기 라면과 라면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주식회사 오뚜기와는 레토르트 카레를 준비 중이다.

“처음 진입하는 업체가 진라면 같은 제품을 들고나오면 대기업과 승부가 안 되고 아무런 의미도 없잖아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의 가치를 극단화했죠. 호기심 때문에 첫 구매율은 높지만 재구매율은 낮아요.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이자 음식점인 고잉메리를 통해 다양한 식품과 음식들을 선보이며 지속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편의점 안에는 분식점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요괴라면을 주문하면 다양한 토핑을 얹어 조리해준다. 개념만두나 개념볶음밥 등 자체 냉동식품 뿐 아니라 스테이크나 모던 족발 등 레스토랑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 와인이나 칵테일을 곁들여 혼술을 할 수도 있는 프리미엄 분식점이다.

음식 퀄리티나 인테리어에 비해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요괴라면과 개념만두 3900원, 개념볶음밥 4900원, 고잉메리×부첼리 스테이크 1만5000원, 개념샌드위치(가츠산도)가 4900원, 즉석에서 오렌지 3개를 착즙해 주는 호텔오렌지주스는 2900원, 하우스와인은 5000원대다. 비슷한 수준의 음식점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저렴한 편이다.

재미있는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팔고 있으니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질 만했다. 하지만 임대료가 비싼 종로1가 한복판에서 일반 분식점보다 저렴하게 음식을 팔아봤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이들이 수익을 내는 대상은 고객이 아니라 기업이다.

옥토끼프로젝트의 정체성은 외식업이 아닌 미디어 플랫폼이다. 여 대표는 “생활과 가장 밀접한 식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이고 다양한 제조사·크리에이터·기업을 끌어들여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목표”라고 말했다.

라면이나 음식은 옥토끼프로젝트가 미디어 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옥토끼프로젝트가 첫 제품으로 라면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존재감을 강렬하게 뽐내는 데 라면만한 상품이 없었다.

옥토끼프로젝트가 노리는 것은 상품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이 아니다. 사람들을 모으고 기업을 참여시켜 플랫폼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고잉메리가 B2C 관점에서 새로운 공간이라면 B2B 관점에서는 마케팅 플랫폼이다. 광고를 해주면서 동시에 옥토끼프로젝트에 입점해 판매하는 상품 매출까지 상승하는 효과를 낳는다. 미디어와 쇼핑몰을 합친 양방향 구조다.

옥토끼프로젝트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고잉잉메리에서는 현재 주류 업체 모엣&샹동과 협업해 모엣&샹동 로제 제품을 국내 최저가에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을 사는 고객에게는 부라타 치즈 샐러드를 공짜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일반 레스토랑이나 바에서는 소비자가격 2만원 이상에 책정되는 음식이다.

이벤트 조건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해시태그로 고잉메리와 모엣&샹동을 달고 사진을 올리면 된다. 고객이 모엣&샹동에 미디어로서의 가치를 제공하면 비싼 안주를 공짜로 제공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서로 윈-윈하는 구조다.
“임대료 금값 종로에서 3900원 요괴라면 팔아요”
옥토끼프로젝트는 첫 점포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고잉메리 매장을 20개로 늘릴 계획이다.

종로와 을지로 일대를 중심으로 고잉메리 매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여 대표는 종로가 가장 좋은 테스트베드라고 말했다.

“종로 도심에는 기업의 중추적인 실무를 이끄는 3040세대가 밀집해 있어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강남 상권으로 가야 했겠지만 학습을 위해 종로를 택했죠.” 고잉메리 역시 실험에 집중한 매장이다. 다양한 메뉴를 협업을 통해 개발하고 상품 진열과 동선을 매일 바꾸고 있다.

2호점부터는 매장별로 콘셉트나 성격을 다르게 해 특화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잉메리는 지난해 말 미국 사무소를 개설했고 곧 뉴욕에 진출한다.

여 대표의 숙제는 옥토끼프로젝트를 플랫폼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상품에 집중했다면 다른 식품 회사에 비해 경쟁 우위가 없습니다. 차별화에는 성공했지만 농심이나 삼양 등 기존 식품 회사에 비해 원가 우위에서 현저히 밀리기 때문이죠. 원가 열위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음식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큐레이션하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입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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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