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충격 미미한 미국 주식은 비중 확대
-중국과 상관관계 높은 유로존·한국 ‘보수적 접근’


[한경비즈니스 칼럼=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트윗 하나가 글로벌 자산시장 흐름을 많이 바꿔 놓았다. 그는 5월 5일 “무역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중국의 재협상 시도로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할 것이고 나머지 325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조만간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전격적인 대중국 관세 인상으로 자산 배분 전략의 근간을 이루는 경제 전망의 핵심 전제들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하반기부터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관세가 철폐된다는 기존 가정은 ‘무역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고 당분간 현재의 관세율과 규모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수정됐다.

또한 최악의 상황에서 경제성장 경로가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가늠해 보기 위해 2020년부터는 나머지 300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25%의 관세가 부과된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국 경제, 2020년 말까지 둔화될 전망
‘달라진 시나리오’ 미·중 갈등 속 6가지 투자 아이디어
이를 반영해 새롭게 추정된 수정 경제 전망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주식의 비중 확대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10%→25%)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미미하다. 미국 경제는 감속 성장 구간에 있지만 과열 조짐이 없어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다. 2021년까지 잠재성장률 위에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 갈 전망이다.

오히려 2018년 4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하던 미국 경제의 단기 순환 사이클은 2020년 상반기 중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식의 이익 전망이 꾸준하게 높아지고 있어 밸류에이션도 부담스럽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여차하면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둔화를 방어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면서 미국 증시의 하단이 단단해지고 있다.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고점 대비 10% 하락하기 전인 2690(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 15.5배)에서는 지지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전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조정 구간으로 진입하면 반등 기대가 약해지고 실물경제로 불안감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2690을 밑돌고 고점 대비 10% 정도 하락(2650)하면 Fed는 적극적으로 완화 기조 강화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주식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라진 시나리오’ 미·중 갈등 속 6가지 투자 아이디어
둘째, 반면 중국 주식에 대해서는 비중 축소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과 달리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할수록 중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기존 중국 경제 전망은 하반기부터 대중국 관세 10%가 철폐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2분기를 저점으로 연말까지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컨센서스였다.

하지만 관세율 인상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 경로는 오히려 1분기를 고점으로 2020년 말까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관세가 유지되면 올해 성장률은 6.2%로 약간의 영향을 받겠지만 2020년 성장률은 5.8%로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중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린다는 가정이 포함된 결과다.

또한 2020년부터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 3250억 달러어치에도 관세가 부과되면 성장률은 5.3%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 등 관세율 인상 이전에도 존재했던 올해 4분기 위험 요인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현재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상승분의 절반을 되돌린 2860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8월 이전까지는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기대와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創版) 출시에 따른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8월 이후에는 화웨이의 임시 수출 허가 종료 등 무역 분쟁 관련 부정적 이슈들이 집중돼 있는데다 중국 기업 이익의 하향 추세가 이어지며 2620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채·달러 등 보험성 헤지 전략 병행 필요

셋째, 중국 금융시장과 상관관계가 높은 유로존과 한국 주식도 당분간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화웨이·중흥통신(ZTE) 등 중국의 첨단 기업을 직접 제재, 이들 섹터의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가운데 최근 5년간 중국 CSI 300 통신 서비스, 정보기술(IT) 섹터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시장은 유로존과 신흥시장 주식, 한국의 필수 소비재 주식 등이었다.

또한 위안화 약세가 나타낼 때에도 한국의 산업재와 경기 소비재 주식 등이 가장 약세를 나타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2019년 소폭 하향된 2.3%가 예상되지만 추가 관세 부과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2020년 2.2%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압력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국채와 달러를 통한 보험성 헤지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 인상은 당장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작년처럼 주가가 급락하거나 최근처럼 장·단기 금리 역전이 더 깊어진다면 민간 경제 주체들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다. 그러면 소비와 투자, 고용 계획 등이 철회 또는 지연되면서 실제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도 높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대중국 관세 인상 트윗과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예측 불허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제 주체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 즉 경제와 금융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국채와 달러를 통해 현실적 자산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최근 주요국의 장기금리가 과도하게 급락하고 있지만 위험 분산 차원에서의 수요 유입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환 헤지를 통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나 환 노출을 통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원화 채권으로 일부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을 권고한다.

다섯째, 미·중 무역 분쟁의 영향으로 하이일드 등 투기 등급 채권의 부진한 성과가 예상된다.
변동성이 확대됐고 투자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대상 기업 중 투기 등급 기업이 대거 포함됐고 무역 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투기 등급 자산의 스프레드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무역 분쟁 격화 시 경기 민감도가 높은 만큼 투기 등급의 신용 스프레드 확대 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니어론은 평균 재무 비율과 담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돼 하이일드 채권에 비해 대외 요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섯째, 중·장기 투자자는 구조 개혁이 잘 진행되고 있는 인도·베트남·브라질 주식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은 여전히 동일하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압승 후 모디노믹스 정책 추진이 가속화하면서 부진한 내수 경기의 회복이 기대된다.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와 주당순이익 개선도 긍정적 요인이다.

베트남은 단기적 상승 여력은 크지 않지만 국영기업의 민영화, 금융시장 개방의 시작점이 될 증권법 개정,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 등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버블이 일부 형성됐던 2018년과 달리 신규 투자자는 적정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다.

브라질의 연금 개혁안은 연내 통과가 예상된다. 상원 통과 시점을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3분기 내 통과와 10년간 7000억~8000억 헤알(214조180억~244조6300억원)의 재정이 절감될 것이다.

※이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KB증권의 투자 의견과 관계가 없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9호(2019.06.17 ~ 2019.06.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