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항 증축한 브란덴부르크 신국제공항…또 결함 발견돼 10월 개항도 어려울 듯
9년째 6차례 개장 연기…베를린 국제공항은 ‘언제쯤’ 개장할까
(사진) 공사 중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신국제공항의 전경.(/브란덴부르크 공항 웹사이트)

[베를린(독일)=박진영 유럽 통신원]한국과 베를린을 오가는 직항 항공 노선은 아직 없다. 유럽 최대 경제 국가인 독일의 수도이자 글로벌 도시인 베를린에 직항 노선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모두들 의아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베를린에 테겔과 쇠네펠트 등 두 개의 공항이 있지만 너무 작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베를린은 오래전부터 대규모의 국제공항 개장을 추진해 왔다. 빌리 브란트 독일 전 총리의 이름을 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빌리 브란트 신국제공항(BER)이 그것으로 베를린 외곽에 자리한 쇠네펠트공항을 증축하는 방식이다.

그간 수차례 오픈 연기로 논란을 빚어온 신국제공항 개장이 마침내 내년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일각에서 2020년 10월 개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전과 화재 시설 등 민감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결함

최근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신공항 업체의 주주총회에서 나온 문건 정보를 토대로 BER이 내년 가을 개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엥겔베르트 뤼트케 달트루프 신국제공항공사(FBB) 사장이 지난 4월 초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주정부·연방정부 대표들에게 “2020년 10월 개항일이 더 이상 완전히 보장될 수 없다”고 발언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그에 앞서 3월 초 독일의 기술 표준 규제 기관인 기술검사협회(TUV)는 BER 관련 보고서에서 총 1만1581건의 결함을 열거했는데, 이 중 9407건은 감사인이 ‘중대한 결함’이라고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TUV는 안전 기술과 화재 방호라는 민감한 분야에서는 특히 계획된 일정에 맞추는 게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슈피겔의 보도와 달리 공항공사는 ‘공식적으로’ 원래의 개항 일정을 고수하고 있다. 뤼트케 달트루프 사장은 지난 5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사람들이 BER 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해 왜 의심하는지 이해한다면서 “개항을 너무 자주 연기해 사람들이 회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난장판을 끝내고 제시간에 개항하도록 하는 것뿐이다. 열심히 했고 이제 거의 다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BER이 과연 내년 예정대로 오픈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독일 언론들은 지속적으로 안전 문제를 거론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이런 부실 사업은 전면 백지화됐어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나온다.

LA타임스는 같은 기사에서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45개 공항 건설을 도왔던 건축가 겸 엔지니어 디터 파울렌바흐 다 코스타 씨가 “새로운 터미널이 어려운 건축 법규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항 당국이 2012년 그곳에 있던 것을 철거하고 다시 시작함으로써 손실을 줄였어야 했다”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지난해 토스텐 더크스 루프트한자그룹 이사 역시 “이 새로운 구조물을 철거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일반인들도 신국제공항을 바라보는 시선이 낙관적이지 않다. 지속적으로 건설비용이 올라가면서 어마어마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데다 정교함·효율성 등으로 인정받는 독일에는 굴욕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9년째 6차례 개장 연기…베를린 국제공항은 ‘언제쯤’ 개장할까
(사진) 베를린 테겔 공항의 내부 모습. 테겔 공항은 규모가 협소해 신국제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브란덴부르크 공항 웹사이트)

◆2007년 이후 수차례 연기… 3.5배 이상 비용 상승

아닌 게 아니라 BER은 ‘불명예’, ‘망신’, ‘최대 실수’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으며 희화화되고 조롱거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9년째 6차례나 연기되며 ‘양치기 소년’이 된 때문이다.

당초 20억 유로(2조6736억원)로 추산된 공사비 또한 공사 지연에 따른 비용 상승 등으로 3.5배 증가해 70억 유로(9조3580억원)를 넘어섰고 매달 유지비로만 1000만 유로(133억7000만원)가 들어가는 실정을 감안하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완공되면 뮌헨·프랑크푸르트 등과 함께 독일 3대 국제공항이 될 BER의 기나긴 스토리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통일 몇 달 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공항 건설 계획을 위한 지주회사가 설립됐다.

이듬해인 1992년 본격적으로 공항 개발을 위한 계획이 시작되고 1996년 기존 쇠네펠트공항과 가까운 부지가 새 공항의 부지로 선정됐다. 2000년 민간 건설 컨소시엄이 새 공항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몇 가지 논쟁과 법적 절차를 거친 끝에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공항의 지주회사로부터 임시 계획이 승인됐다. 그 당시 예정된 신공항 개장은 2007년으로 조심스레 거론됐다.

하지만 2003년 베를린 시, 브란덴부르크 주, 연방 정부로 구성된 공항이사회가 이전에 승인된 민영화 절차에 반대하기로 결정하고 직접 관리에 나섰다.

신공항 논의가 나온 지 15년 만인 2006년 여러 가지 분쟁 등을 겪고 드디어 건설이 시작됐고 개장일이 2011년 10월 30일로 정해졌다. 하지만 2010년 공항이사회는 공사 지연 등의 이유로 2011년 10월 완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발표, 2012년 6월 3일을 새 개장일로 제시했다.

2012년 5월 성대한 개막이 열리기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신공항 오픈이 다시 한 번 연기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의 참석이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소화 설비 등 부실시공을 이유로 새 개항일이 2013년 3월로 늦춰졌다.

부실시공의 내용은 황당하기만 하다. 공항 내 4000개가 넘는 문에 숫자가 잘못 기입된 것부터 소화 설비 케이블 설치 오류, 에스컬레이터 설계 오류, 여객 터미널 내 수속 카운터 수 부족 등 어이없는 실수가 줄을 이었다.

이후로도 2013년, 2014년, 2017년으로 연기된 데 이어 2017년 12월 다시 2020년 10월로 조정됐다. 2007년 이후 무려 6번의 지연 발표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책임자와 관계자들이 해임되거나 교체됐고 2017년 1월 뤼트케 달트루프 사장이 취임해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2017년 12월 늦어도 2020년 10월까지 문을 열겠다는 데드라인을 발표하며 배수진을 쳤다. BER 운영사는 이미 항공사인 이지젯·루프트한자·유로윙스 등에 공간을 할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게다가 내년 개장 1년여를 앞두고 해결되지 않은 결함과 문제점 등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새 공항이 예정대로 오픈된다면 2021년 약 4100만 명의 여행객을 처리할 예정이고 2025년에는 약 4500만 명의 여행객을 수용할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 상공회의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향후 20년 이내에 이 지역에 13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9호(2019.06.17 ~ 2019.06.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