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9 100대 CEO&기업]
비상장사 포함 3만 개 기업으로 대상 넓혀…제조업 강세 속 금융 및 보험업 약진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한국을 움직이는 대표 기업들은 어디일까. 그리고 기업을 이끄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한국 기업의 랭킹화 프로젝트로 시작된 ‘대한민국 100대 CEO & 기업’이 올해로 19년째를 맞았다.
삼성전자 19년 연속 ‘1위’…SK그룹 11개사 포함 ‘최다’
미국에는 ‘포천 500대 기업’, ‘포브스 500대 기업’ 등이 있다면 한국에는 ‘대한민국 100대 CEO & 기업’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만의 잣대로 한국 기업을 일렬로 세워 상위 100개사를 선정한 것은 외형 면에서나 가치 면에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역들의 면면을 보기 위해서였다.

‘2019 대한민국 100대 CEO & 기업’은 오늘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올해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판이 더 커졌다.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등 상장사 대상에서 올해는 외부감사를 받는 외감 기업 전체, 3만1230개를 후보 대상으로 했다. 규모가 큰 기업들 가운데는 여러 사유로 상장하지 않은 곳들도 있다. 그룹의 지주사나 금융사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342개 상장사만을 대상으로 하던 것과 비교하면 전체 기업을 들여다봄으로써 사각지대가 많이 감소됐다. 업종의 다변화가 일어났고 새롭게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곳들도 있다.

외감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지표였던 시가총액을 제외했다. 오직 매출액 지표만으로 가려 뽑았다. 최근 기업들은 내·외부적으로 당면한 위기 가운데에서 글로벌 경쟁까지 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한 해의 활동성을 가장 간명하게 수치로 나타내면서도 영업 활동에 따른 ‘사이즈’를 들여다보기에 적합한 단일 지표를 선택했다. 기업들은 기존에 쌓아 온 과거 성과에 기대지 않고 딱 1년 동안의 경영 성적을 직관적이면서 명확한 근거로 겨룰 수 있게 됐다.

또 재무제표는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최근 기업들은 주 재무제표를 연결로 채택하는 게 추세다. 달라진 시대에 발맞춰 개별 재무제표가 아닌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 삼은 것도 올해 크게 달라진 점이다. 개별 재무제표와 달리 ‘그룹’ 단위의 비교가 용이해진 효과가 있다. 연결 기준으로 선정하면서 매출액 단일 지표로 유통·금융 등 특정 산업의 기업이 유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우려도 희석했다.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역사성을 이어 가면서도 독자들이 시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을 해소하고자 했다. 100대 기업의 하이라이트인 기업 순위 변동은 올해 바뀐 선정 기준에 맞춰 2018년 순위(2017년 기준 연결 매출 순위)를 새로 산정해 비교했다.

삼성전자 19년째 1위 굳건
그렇게 선정된 올해의 100대 기업 가운데 1위의 타이틀은 삼성전자가 거머쥐었다. 100대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는 243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2019 대한민국 100대 CEO & 기업’ 가장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2011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올 들어 반도체 경기가 하락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의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며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리더십 구축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명성을 날렸던 삼성전자가 향후 20년에도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매년 그해의 100대 기업 결과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SK에 ‘2019 대한민국 100대 CEO & 기업’은 특별한 의미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지난해 매출액 101조원을 기록하며 현대차를 밀어내고 3위에서 2위로 순위가 한 단계 상승했다.

SK는 그룹의 신사업 육성과 투자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특히 바이오·제약과 신에너지 등 미래 성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주사 중에서도 신사업을 키우고 유망 산업에 투자하는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모델을 정립하고 있다.

SK·포스코·SK이노베이션 순위 상승
3위는 현대차가 차지했다. 현대차는 매출액 96조원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작년과 비교해 순위가 한 단계 하락해 아쉬움을 남기지만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톱3’에 포함됐다는 점은 현대차의 저력을 확인하는 부문이다.

4위와 5위는 각각 포스코와 LG전자의 몫이었다. 매출액 규모가 모두 60조원대다. 지난해와 비교해 희비가 엇갈렸다. 포스코는 전년 대비 한 단계 상승했고 LG전자는 한 단계 하락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전사 차원의 자원을 집중적으로 재배치하고 있고 최근 인공지능(AI)·로봇·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상위 5위권은 다양한 업종이 분포된 가운데 전기·전자의 강세로 나타났다. 1위 삼성전자와 5위 LG전자가 주인공이다. SK는 주식 업종상 금융업으로 분류되며 현대차는 운수 장비, 포스코는 철강·금속업에 해당한다. 통계청의 산업 분류 기준 대분류에 따르면 톱5 중 4개사가 제조업이다. SK는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6~10위권에 오른 기업들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약진이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은 순위 두 단계가 상승해 7위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액 54조원의 실적을 낸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 신사업 강화 전략의 혁신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업종은 화학·제조업에 해당한다.

한국전력공사(6위)는 공기업 중 유일하게 10위권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또 금융회사 중에서는 NH농협금융지주가 유일하게 10위권에 올랐다. 8위에 오른 기아차와 9위의 한화는 지난해보다 각각 한 단계 하락하면서 10위권에 안착했다. 그룹별로는 상위 톱10 가운데 SK그룹와 현대차그룹이 2개사씩 이름을 올렸다.

100대 기업 가운데에는 뜨고 지는 기업이 있다. 올해 순위가 가장 크게 뛴 곳은 롯데지주였다. 한 해 동안 276위에서 96위로 182계단 뛰어 올랐다. 롯데지주는 2017년 10월 롯데제과를 분할해 설립된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다. 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편입되면서 순위가 급상승했다. 롯데지주는 순수 지주회사로, 그룹의 복잡한 순환 출자 고리 해소와 경영 투명성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편 자회사에 대한 지원과 협력으로 그룹 차원의 중·장기적인 비즈니스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지주사들이 100대 기업에 대거 포진된 점도 특징이다. 100대 기업 가운데 그룹 지주사는 SK·한화·CJ·두산·GS·LG·LS·롯데지주·NH농협경제지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직접 사업이나 투자를 하지 않는 순수 지주사들도 있다. 그룹 차원의 전략이 중요해짐에 따라 100대 기업을 개별 기업에 한정 짓기보다 그룹 개념으로 포괄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이다.

이 밖에 메리츠종금증권도 40계단(121위→81위) 뛰어오르며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28계단(104위→76위) 순위가 상승한 삼성SDI, 21계단(106위→85위) 오른 한국투자증권, 16계단(95위→79위) 상승한 한국투자금융지주 등도 올해 괄목할 만한 기업이다. 삼성SDI를 제외하고는 금융사들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해외 투자은행(IB)으로 실적이 고공 행진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외감 기업에 해당해 올해 처음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2017년 신규 설립된 현대중공업지주는 올해 처음 조사 대상에 포함되며 단번에 23위에 랭크됐다.
삼성전자 19년 연속 ‘1위’…SK그룹 11개사 포함 ‘최다’
SK그룹 11개사 100위권 안착
그룹별로 분석한 100대 기업은 흥미로운 결과를 말하고 있다. 2019 대한민국 100대 CEO & 기업을 가장 많이 배출한 그룹은 SK였다. SK그룹은 SK(주)(2위)·SK이노베이션(7위)·SK하이닉스(12위)·SK에너지(15위)·SK트레이딩인터내셔널(16위)·SK텔레콤(45위)·SK네트웍스(53위)·SK종합화학(57위)·SK건설(90위)·SK디스커버리(98위)·SK가스(100위)를 100대 기업에 올려놓았다.

삼성그룹은 8개 기업이 100위권에 랭크됐다. 삼성전자(1위)·삼성디스플레이(18위)·삼성생명(19위)·삼성물산(20위)·삼성화재(32위)·삼성SDS(69위)·삼성SDI(76위)·삼성전기(84위)가 해당 기업들이다.

LG그룹도 삼성그룹과 동일하게 8개 기업을 배출했다. LG전자(5위)를 비롯해 LG화학(23위)·LG디스플레이(28위)·LG유플러스(60위)·(주)LG(62위)·LG상사(70위)·LG이노텍(86위)·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95위)이 LG그룹 소속 기업들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100개 기업 중 34개로 가장 많았다. 톱10뿐만 아니라 100대 기업 전반으로 볼 때 한국 기업을 이끄는 업종은 아직 제조업이 분명하다. 제조업의 혁신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업들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금융·보험업이 28개로 뒤를 이었다. 도매·소매업이 11개,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이 10개로 각각 업종별 3~4위를 차지했다. 이어 건설업(6개), 운수업(4개),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 서비스업(4개),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3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장 기업뿐만 아니라 전체 기업을 후보 대상으로 삼으면서 상장과 외감의 비율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100대 기업의 소속과 시장 구분을 분석한 결과 유가증권시장 상장 73개, 외감 26개, 코스닥시장 상장 1개 기업이 100대 기업에 올랐다. 외감 기업으로는 NH농협금융지주·GS칼텍스·SK에너지·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삼성디스플레이·KEB하나은행·현대오일뱅크·우리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교보생명·SK종합화학·NH농협은행·KB손해보험·농협경제지주·한화토탈·NH농협생명·한국GM·한국수력원자력·흥국생명·한국투자증권·홈플러스스토어즈·SK건설·LS니꼬동제련·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포스코건설이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은 하림지주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강했다. 2019 대한민국 100대 기업 중 총 67개 기업이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어났다. 국내외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한국 특유의 저력을 100대 기업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19년 연속 ‘1위’…SK그룹 11개사 포함 ‘최다’
선정 방법
한경비즈니스와 NICE평가정보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대한민국 100대 CEO & 기업’은 다음의 과정을 거쳐 선정됐다. 먼저 대상 기업은 2019년 6윌 7일 기준으로 외부감사 기업 3만1230개였다. 2018년 1~12월 1년간 결산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12월 결산법인이 아니면 해당 기간 내 종료되는 회계 기간을 기준으로 삼았다. 자료는 NICE평가정보가 각사가 공시한 재무 자료를 정리, 분석한 KISLINE이었다.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과 외감 기업을 포괄한 3만1230개 가운데 2018년 이후 신설된 법인, 설립일 정보가 없는 법인 총 696개는 제외됐다. 이후 3만536개를 대상으로 매출액 순으로 정렬해 순위를 매겼다. 연결 매출액이 존재하는 기업은 연결재무제표 매출액을 사용했다. 그 외 기업은 개별 재무제표상 매출액을 사용했다.

용어 설명-외감 법인
주식회사 중 자산 총액이 120억원이 넘는 회사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며 이들 회사를 외부감사법인이라고 한다.새 외감법에 따르면 △자산 총액 120억원 이상 △자산 총액 70억원 이상이면서 부채 총액 70억원 이상 또는 자산 총액 70억원 이상이면서 종업원 수 300명 이상 △주권상장법인 또는 상장예정법인은 외부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charis@hankyung.com


[2019 대한민국 100대 CEO & 기업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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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닭띠 CEO’ 파워 건재…구광모 회장 ‘최연소’
-현대중공업지주, 첫 100위권 진입…삼성중공업 탈락 고배
-한눈에 보는 100대 기업
-1위 삼성전자, 사상 최대 실적 행진…비메모리·5G 장비서 새 먹거리 찾는다
-2위 SK, ‘DBL 경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새로운 기업 ‘롤모델’로
-3위 현대차, 혁신으로 시장 판도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
-4위 포스코, ‘기가스틸·하이퍼 전기 강판’…‘친환경 프리미엄’으로 앞서간다
-5위 LG전자, 차별화된 기술력 집약…‘세상에 없던 시장’ 열었다
-2019 대한민국 100대 CEO & 기업 총괄 순위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