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톨로지]
-리테일테크로 소매점 무인화 흐름…비용 줄이고 새로운 고객 가치 제공에 활용해야


[한경비즈니스=유성민 동국대 국제정보호대학원 외래교수] 리테일 산업은 4차 산업혁명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융합하고 있다. 이러한 동향은 아마존 고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아마존 고는 아마존이 개발한 무인점포다. 2016년 12월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에 있는 본사 1층에 아마존 고를 처음 개장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1년간 아마존 직원만을 대상으로 시연했었다. 그 후 2018년 1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아마존 고를 선보였다.
아마존 고와 월마트가‘편의점 사장님’에게 주는 교훈
최근에는 미국 뉴욕에 아마존 고를 개장했는데,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11개의 아마존 고 매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개장됐다. 시애틀·시카고·샌프란시스코·뉴욕 등 도시에 개장했다. 아마존은 2023년까지 3000개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이라는 기술을 적용해 무인 매장을 개발했는데 직역하면 ‘그냥 걸어 나오다’라는 뜻이다. 이러한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고객은 매장 점원을 거치지 않고 그냥 나오면 된다.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좀 더 살펴보자. 우선 고객은 아마존 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출입 시 아마존 고 앱의 인증 기능을 이용해 입장할 수 있다. 그 후 그냥 물건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냥 나가면 된다. 그럼 아마존 앱을 통해 자동으로 구매 영수증이 뜬다.

이를 처음 접해 본 사람은 무척 어색하다. 계산하지 않고 나가기 때문에 도둑질하는 느낌도 든다. 또한 아마존 고가 고객 고른 물건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는지도 의문이 들 것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기자는 바닐라 소다를 훔치는 시도를 해봤다. 물론 사전에 아마존 고 직원에게 양해를 구했다. 결과는 실패했다. 아마존 고는 이러한 행동을 정확히 인식했고 영수증을 첨부했다.

아마존 고는 계산 과정을 없앰으로써 쇼핑을 단순하게 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은 절대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첨단 ICT가 뒤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고는 고객의 행위를 파악하기 위해 매장 내 수백여 대의 카메라 센서가 설치돼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AI)은 영상 분석으로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한다. 물건을 가져간다거나 다시 자리에 올려놓는 등의 행위를 정확하게 포착해 낸다.

편의점 사장님도 ICT 공부해야
아마존 고는 리테일 산업이 첨단 ICT와 융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참고로 이러한 융합 기술을 리테일테크라고 부른다.

아마존 고의 이러한 행보는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ICT 분야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리테일테크는 ICT 융합보다 ICT 기업의 영역 침범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기존 리테일 기업도 첨단 ICT를 도입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리테일 산업의 선두 기업인 월마트를 살펴보자. 월마트는 리테일테크 동향에 대응하고 2017년 4월에 ‘스토어 넘버 에이트(Store No.8)’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목표는 월마트 매장에 적용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연구 과제로 ‘케플러(Kepler)가 있다. 케플러는 저스트 워크 아웃처럼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바로 계산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현재 시험 중이다.

이 밖에 코드 에이트(Code Eight)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코드 에이트는 AI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물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스페이셜랜드(Spatialand)라는 스타트업도 인수했다. 스페이셜랜드는 가상현실(VR) 개발 전문 회사다. 월마트는 VR을 통해 고객이 매장에 가지 않고도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리테일 산업은 첨단 ICT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글로벌 선도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한정 지어서는 안 된다. 국내 많은 기업에서 리테일테크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링크는 무인점포를 선보인 바이다. SK텔링크의 무인점포는 아마존 고와 유사하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후 인증 받고 출입할 수 있다. 그리고 구매 후 나오면 된다. 차별점은 SK텔레콤에서 개발한 음성AI 누구(NUGU)가 배치돼 있는 점이다. 누구는 상품 진열 정보, 비상 상황 대응 등의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국내 편의점을 포함한 소매점 주인은 이러한 동향에 맞출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편의점 사장님도 ICT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편의점 운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령 씨유(CU)는 SK텔레콤의 누구를 편의점 매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점원을 돕기 위한 용도다. 이를 통해 편의점 서비스 운영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 리테일테크는 소매점 사업 관점에서 어떤 이득을 제공할까. 이러한 질문에 답해 볼 필요가 있다. 이유는 소매점 주인이 앞으로 ICT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지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소매점 운영의 기본 원칙부터 생각해 보자. 소매점은 기업처럼 이윤을 추구한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이고 고객 제공 가치를 높여야 한다. 결국 주인은 이러한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소매점에 리테일테크를 접목해야 한다.

이런 목표에서 활용 방안을 생각하면 리테일테크를 세 가지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신뢰성·최적화·편의성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리테일테크 적용 범위는 매장 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물품 공급 이력, 물품 배송, 고객과의 관계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무인화되고 있는 소매점
매장 중심으로 리테일테크 도입 현황을 살펴보자.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무인매장’일 것이다. 아마존 고와 SK텔링크가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이 밖에 많은 기업이 무인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스탠더드마켓은 아마존 고보다 더 편리한 무인 매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해당 매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들어서 있다. 해당 매장은 앱을 설치하고 출입 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리고 들어가 계산하고 나오면 된다. 계산대와 보안 출입문 등이 아예 없다. 인식 방식은 아마존 고와 비슷하다. 그러나 쇼핑 과정은 더 단순하다.

빙고박스는 중국 무인 매장 스타트업이다. 2016년 8월 첫 개장했다. 빙고박스 출입 방법은 아마존 고와 비슷하다. 하지만 계산 과정은 좀 더 까다롭다. 빙고박스 내 상품에는 태그가 부착돼 있는데 태그의 역할은 계산 과정에서 상품을 인식하기 위해서다. 고객이 구매 물품을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계산대가 자동으로 계산해 금액을 청구한다. 빙고박스는 계산대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매우 편리하다.

중국 대표 온라인 쇼핑 기업 ‘쑤닝’은 실증 사업 일환으로 무인 매장 ‘BIU’를 개장했다. BIU의 특징은 안면 인식이다. 고객은 BIU 출입·퇴장 시 얼굴을 인식 용도로 활용한다. 또한 구매 후 계산대를 나갈 때도 아마존 고처럼 그냥 나가면 된다. 다만 아마존 고와 다른 점은 BIU가 상품의 태그와 얼굴을 몇 초 내로 인식해 결제를 청구한다는 점이다.

그 외 알리바바 또한 무인 매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7년 항저우에 무인 카페 ‘타오 카페(Tao Cafe)’를 개장했다. 방식은 빙고박스와 유사하다. 일본도 무인점포를 개장하고 있다. 일본 3대 편의점인 로손은 2016년 12월부터 파나소닉과 함께 무인 편의점을 실증하고 있다. 원리는 빙고박스와 유사하다.

국내에도 무인 매장 바람이 불고 있다. LG CNS는 실증용으로 본사에 무인 편의점을 설치했다. 방식은 안면 인식이다. 무인 편의점은 고객의 안면 인식으로 인식하고 결제할 수 있게 했다. 그 외 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에서도 무인 편의점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소매점 자체만을 놓고 보면 리테일 산업은 무인 매장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추진 배경은 국가별로 다르다. 하지만 소매점 주인이 얻는 이득은 같다. 첫째는 고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 계산대 대기 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둘째는 비용 효용성이다. 계산대 점원을 두지 않아도 된다.

리테일테크 적용은 소매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주변 영역에도 리테일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물품 공급 이력의 적용 방안을 살펴보자. 해당 범위 적용은 생산지에서부터 소매점까지의 과정을 뜻한다. 여기서 적용 방안은 소매점까지의 유통 이력을 투명하게 고객에게 보여주자는 것이다. 이는 고객의 구매 신뢰를 높인다. 이때 사용하는 기술은 블록체인이다.

현재 많은 소매점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유통을 투명하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월마트를 들 수 있다. 중국 월마트는 IBM과 협업해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했다. 스타벅스 또한 커피콩 이력을 블록체인으로 보여주는 것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진어묵이 삼성SDS와 협업해 유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고객은 물품의 QR코드를 찍으면 물품의 상세 이력을 볼 수 있다.

물류 배송에도 리테일테크 도입이 일어나고 있다. 2017년 알리바바는 허마셴성이라는 대형마트를 개장했다. 특징은 고객이 가정에서 구매하면 허마셴성은 3km 범위에 있는 지역이라면 30분 만에 배송해 준다. 허마셴셩 직원은 구매 요청된 목록을 보고 구매한다. 그리고 천장에 설치된 이송 벨트를 통해 배송 센터로 빠르게 전달된다. 그리고 배송 센터 직원은 해당 물품을 빠르게 고객에게 전달한다.

최근에는 물류 배송이 매장과 결합하는 경향도 보인다. 다시 말해 움직이는 매장이 등장한 셈이다. 로보마트(Robomart)는 자율주행차 내부에 식료품을 담아 움직이는 매장이다. 고객이 호출하면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캘리포니아 중심으로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도 이와 유사한 이동형 매장이 출시됐다. 모비마트(Mobimart)가 이에 해당한다. 다른 점은 로보마트가 소형차에 식료품을 싣는다면 모비마트는 대형 버스에 각종 물품을 싣고 돌아다닌다.

고객과의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매장 내 영상과 물품의 태그 등을 이용해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이는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한다. LG CNS와 한화테크윈은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구매 행위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리테일테크 동향을 살펴봤다. 이는 소매점 주인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과거에는 소매점 입지, 인테리어, 판매 전략 등 리테일 산업 내 요인만 고려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소매점에 접목할 ICT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ICT 공부가 필요하다.
아마존 고와 월마트가‘편의점 사장님’에게 주는 교훈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