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9 상반기 히트 상품]
- 주류 부문 1위 '하이트진로 테라'
-출시 50일 만에 3900만 병 판매 ‘돌풍’
- ‘테슬라’·‘오로라’ 신조어 등장도
청정 맥아 찾아 호주까지…시장 1위 탈환 겨냥한 야심작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최근 주류업계의 화두는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청정라거 ‘테라’다. 테라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약 3200만 병(330mL 기준) 판매를 돌파한데 이어 출시 50일(5월 10일) 만에 3900만 병 판매를 기록했다. 1초에 약 9.5병이 판매된 셈이다.

그동안의 맥주 신제품 중 출시 초 최대 판매 기록으로,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역대급 판매량이다. 그동안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하이트’, ‘맥스’, ‘드라이피니시d’ 등의 첫 달 판매량이 20만~50만 상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기존 맥주의 3~4배 수준에 이르는 폭발적인 초기 반응이다.

하이트진로는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테라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출시 보름 만에 전체 판매 목표를 조정하고 2배 이상 생산량을 늘렸고 생맥주 등의 제품군은 출시 일정을 미뤘다.

그럼에도 예상 수요를 크게 뛰어넘는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일부 품목의 물량 공급에 차질이 발생해 5월 14일 전국 주류 도매사에 테라의 공급 지연과 조기 정상화에 대한 안내문을 발송하기까지 했다. 5월 말부터 물량 공급은 정상화됐다.
청정 맥아 찾아 호주까지…시장 1위 탈환 겨냥한 야심작
◆ 세계 오지 곳곳 돌며 찾아낸 최고의 ‘맥아’

이러한 인기는 본지가 조사한 ‘2019년 상반기 히트 상품’ 조사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총 1000명의 응답자(복수) 중 48%가 테라를 선택했다.

테라의 인기 요인은 ‘철저한 분석’, ‘원재료 차별화’, ‘선택과 집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우선 첫째 키워드 분석은 회사의 위기 상황에서 시작됐다.

하이트진로는 1996년부터 2012년까지 하이트로 국내 맥주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했지만 2012년 ‘카스(오비맥주)’에 시장 1위를 내준데 이어 2014년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이때부터 회사와 직원들은 위기를 인지하고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곧바로 고객의 니즈와 시대의 트렌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분석 결과는 난해했다. 많은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레귤러 맥주이면서도 믿고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한 원재료가 바탕이 된 깔끔한 맛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이트진로는 일단 힘들긴 하겠지만 부닥쳐 보기로 결정하고 테라 개발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원재료 확보에 나섰다. 이때 주안점을 둔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최고의 청정 맥아를 찾는 것이었다.

원재료부터 차별화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품격 있는 맥주의 맛을 선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TF팀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맥아가 생산되는 전 세계 오지 곳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통에 가족들의 얼굴을 수년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이렇게 발품을 판 끝에 TF팀은 호주의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를 찾아냈다. 골든트라이앵글은 호주에서도 보리 생육에 최적화한 일조량과 강수량, 비옥한 토지, 풍부한 수자원을 갖춘 곳으로 유명한 청정 지역이다.
청정 맥아 찾아 호주까지…시장 1위 탈환 겨냥한 야심작
◆ 100% 리얼 탄산 공법으로 청량감 강화

이제 문제는 최고의 맛을 만들어 내야 했다. 이를 위해 하이트진로는 우수한 원재료의 맛과 향을 100%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 결과 발효 공정에서 발생하는 리얼 탄산만을 100% 담기로 결정하고 리얼 탄산을 별도로 저장하는 기술과 장비를 새롭게 도입했다.

또한 하이트진로는 앞서 분석 결과를 토대로 테라를 한국인의 식습관에 맞는 레귤러 맥주 라거(lager)로 만들기 위해 세밀한 연구·개발(R&D)을 거쳤다. 테라는 이처럼 국내에서 시장성이 검증된 라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100% 리얼 탄산 공법으로 청량감을 강화해 시장에 안착시키고 있다.

테라의 질주는 국내 주류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수입 맥주의 공세에 잔뜩 움츠리고 있던 국산 맥주가 올 들어 모처럼 살아났다. 업계에서는 테라가 연일 이슈화되면서 시장을 이끄는 덕분에 국내 다른 브랜드 맥주들도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맥주 수입액은 7279만 달러(약 85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 정도 감소했고 2분기에는 감소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밖에 테라는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과 구름처럼(클라우드+처음처럼)으로 굳어졌던 소맥 시장의 판도도 흔들고 있다. 요즘은 테라를 축으로 한 테슬라(테라+참이슬)와 오로라(테라+진로)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흥행에 신바람이 났다. 출시 당시 1년 내 두 자릿수 점유율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 테라는 카스·하이트·맥스에 이어 맥주 시장에서 넷째로 두 자릿수 점유율 브랜드가 된다.

이 같은 폭발적인 흥행은 출시 일정에도 영향을 줬다. 하이트진로는 당초 6월 중 테라 생맥주를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수급 문제 때문에 일정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출시된 캔과 병제품 공급 때문에 생맥주까지 내놓을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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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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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1호(2019.07.01 ~ 2019.07.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