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CEO의 가치가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갈수록 커져…체계적인 전략과 관리 필요해

‘CEO 브랜드’ 시대…CEO 효과 극대화 비법은?

[한경비즈니스 칼럼=양백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취임하면 임직원·주주·정부·매스컴·투자자·경쟁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이목이 집중된다.

조직 구성원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CEO의 첫인상과 이미지가 향후 재임 기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 월가에서는 새로 취임할 CEO의 사전 평가와 평판에 따라 주가가 심하게 요동치기도 한다. 이를 ‘CEO 효과’라고 하는데, 관련 연구 또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주변의 이해관계인들은 신임 CEO의 첫 주요 의사결정, 특히 전략과 비전 발표, 핵심 임원 선임, 직원과의 대내외 홍보용 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 신임 CEO를 자기 나름의 잣대로 평가하게 된다. 특히 CEO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은 비즈니스 트렌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CEO가 경영 실적을 올리면서 쌓은 명성이나 해당 분야에서 갖고 있는 이미지 등 이른바 CEO 브랜드의 가치가 기업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스타급 CEO는 존재 자체가 무기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를 기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라고 한다. 기업 BI를 개인 차원에서 그 회사의 대표인 CEO에게 적용한 것이 CEO 브랜드다.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을 차별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성공적인 CEO 브랜딩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도 CEO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도 과거 KT나 포스코 등에서 신임 CEO에 대한 기대 효과로 주가가 급등한 바 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랜 얘기지만 실제로도 벤처 CEO 신화의 주인공인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의 안철수 창업자가 코스닥 상장 당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10~20% 높여 주식 가치를 인정해 주는 ‘CEO 프리미엄’을 받은 적도 있다.

특히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일부 스타급 CEO는 존재 자체가 투자의 변수로 작용하는 등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지니고 있다. 필라코리아의 윤윤수 회장이 이탈리아 필라 본사 인수에 성공한 것도 스스로 쌓아 온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 반도체 업체의 회장실로부터 연락이 왔다. 최근 한 계열사의 CEO가 새로 선임돼 차기 회기연도부터 CEO직을 수행하게 됐으니 새로 선임된 CEO가 사내에 잘 적응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대외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부각시켜 달라는 요청이었다. 매우 흥미로운 컨설팅 주제인 반면 참 막연한 주제이기도 했다.

만일 우리 팀이 주제와 컨설팅 방향을 정확히 잡지 못하면 컨설팅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작업이 될 수 있었다.

즉 기업의 문화, 명령 체계, 커뮤니케이션 채널, 임원진의 역할과 리더십 모델 개선 등 조직 전반에 대한 컨설팅으로 커지게 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했다.

며칠간의 난상토론과 브레인스토밍 끝에 우리 팀은 고객사에 연락해 다음의 영역에 대한 컨설팅으로 국한할 것이라고 알렸다. 즉 CEO를 중심으로 개인적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로드맵과 체계를 설계하는 가이드라인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컨설팅 팀은 4개 영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계하기로 잠정적인 컨설팅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명확히 하고 외부와의 관계를 설정한다. 또한 조직 내 주요 파워 집단의 구도를 파악하고 발생할 수 있는 저항 요소를 미리 파악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가 제안했던 4개 영역은 아래와 같다.

첫째는 계획 수립이다. 새로 취임하는 CEO는 외부에서 영입돼 아직 조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컨설팅 팀은 나름대로 객관성을 가지고 조직의 특성·구조·역량을 진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직의 핵심 역량과 활용 가능한 자원은 무엇인지, 조직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분석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안고 있는 기회와 위협 요인을 찾아내 향후 신임 CEO가 도전하고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보다 명확하게 도출했다.

특히 이 단계에서 우리 팀이 강조한 포인트는 ‘핵심 성과 지표(KPI : Key Performance Indicator)’에 대한 재조명이었다. 이 회사는 이미 수년간의 컨설팅과 자체 노력으로 균형 성과표(BSC : Balanced Score Card)에 기반한 성과 관리 제도가 잘 구축돼 있었다.

◆CEO 역할과 책임 보다 명확히 정의해야

하지만 조직의 저항, 인프라 구축의 미비, 사용자의 경험 미숙, 경영진의 이해 부족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 팀은 조직 분석과 조직 구성원과의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이 기업의 KPI가 매우 잘 정의돼 있고 조직의 성과 관리를 위해 매우 유익한 도구라는 것을 파악했다. 신임 CEO에게 우리는 이 KPI를 숙지할 것을 주문했고 이를 회사 전반에 사용하기 위한 변화관리팀과 KPI추진사무국을 신설해 운영하도록 건의했다.

각 지수의 목표 관리를 위해 우리 팀은 기존의 컨설팅 자료 데이터베이스(DB)와 새로운 벤치마킹 등을 통해 이 기업이 성취해야 할 적정 수준의 KPI 목표 수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 회사는 KPI에 따른 성과 관리를 매우 훌륭히 수행하고 있고 매년 목표 수준의 업데이트와 지수의 개선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둘째는 자기 진단이다. 변화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CEO의 취임과 고위 임원진의 교체나 승진 등은 기업의 권력 구조를 변화시키게 된다.

CEO의 자기 진단 과정은 자신의 특성과 역량을 파악해 이를 핵심 리더십 층에 알리는 작업이다. 본인의 리더십 스타일, 업무 방식, 역량에 대한 제반 사항을 알리고 이를 통해 지지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기업의 권력 구조에 대한 변화를 선순환 과정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CEO에게 3단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따라주길 요청했다.

1단계는 핵심 인력에 대한 파악 과정으로, 누구와 함께 일을 추진하고 어느 수준에서 공유할 것인지 결정했다.

2단계에서는 변화 과정에 수반되는 정보와 안건에 대한 공유 정도를 정했다. 향후 분기별로 공유될 정보의 보안 수준과 중요도 등을 점검하고 어느 수준에서 어느 정도를 공유할 것인지 결론 내렸다.

마지막으로 그 외 구성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했다. 매체·시기·채널·콘텐츠 등에 대한 총체적인 전략을 짰다.

셋째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성공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명확한 비전과 전략 설정이 중요했다. 단순한 미사여구의 나열이 아니라 상호 연관성을 가진 핵심 가치를 발견하고 향후의 변화 방향, 바람직한 인재상, 새로운 사명과 역할, 인력 운영 계획 등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했다.

커뮤니케이션의 피드백 과정도 설계했다. 조직 구성원으로부터의 피드백을 청취하고 갈무리할 수 있는 사내 조직을 구성하고 구성원의 소리를 잡음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방법과 채널을 개발했다.

끝으로 채널의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전달할 메시지의 내용과 전달 대상에 따라 다양한 채널을 선택했다. 비전 선포식·훈시·강연보다 e메일·토론회·설명회·워크숍 등의 형태를 활용해 실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을 위한 사내의 홍보팀 내에 커뮤니케이션 담당을 두고 신설 직무의 역할과 책임(R&R)도 설계했다.

마지막 넷째는 리더십 확보다.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임원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의했다. CEO의 비전을 공유하고 새로운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임원의 역량·지식·리더십을 규명했다.

다양한 기준에 부합하는 임원을 발견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임원회의와 위원회를 구성했다. 임원의 역량을 개발하고 새로운 기업의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과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이를 위해 사외 MBA 프로그램을 신설할 수 있도록 외부 기관과의 협력도 구축했다.

이 회사의 경우는 아니지만 통상 우리는 임원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진단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삼성·KT·SK텔레콤·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에서 다양한 방법의 임원 진단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시뮬레이션·롤플레잉·사례연구·발표 등 다양한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다면 평가법에 의한 리더십 평가 결과는 승진과 개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추세다.

CEO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좀 더 명확히 정의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의 책임 경영을 위해 주주와 경영자 간의 명확한 계약 체계가 수립돼야 하는 것이다. 물론 CEO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다.

월별 판매량에서부터 직원 식당의 청결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CEO가 책임질 수는 없다. CEO 시간의 50%는 직원을 위해 할애된 시간이다. 나머지 50%는 본인의 개발과 회사의 미래를 위해 써야 한다. 소중한 CEO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회사는 보다 치밀한 CEO 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1호(2019.07.01 ~ 2019.07.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