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231호 (2019년 07월 03일)

인간 넘보는 AI...딥러닝으로 옷 스타일 분류도 '척척'

기사입력 2019.07.01 오후 05:04

[테크놀로지]
-매장별 제품 배분은 의류 업체들의 난제…인간과 컴퓨터 나눈 ‘모라벡의 역설’ 무너져

[한경비즈니스=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부 교수] 의류 매장에서 옷을 고를 때 스타일과 컬러는 마음에 드는데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가 없어 아쉬워한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이때 대부분의 매장 직원은 고객에게 맞는 사이즈가 다른 근처 매장에 있는지 혹은 본사 물류 창고에 있는지 파악해 지금 당장 제품을 전달할 수 없지만 추후 배송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매를 유도한다.
인간 넘보는 AI...딥러닝으로 옷 스타일 분류도 '척척'

어느 매장에 어떤 옷을 얼마나 언제 배분해야 해야 하는지는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의사결정 사항이다. 특히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는 본사에서 각 매장별 할당량을 늘 고민해야 하는 사안이자 매장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이다.

이러한 배분 문제는 의류 브랜드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제품을 공장에서 생산해 고객이 직접 제품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매장으로 전달해야 하는 소매업들 대부분이 안고 있는 문제다. 그러면 이런 문제가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다음 간략한 사례를 통해 문제를 다시 한 번 파악해 보자.

예를 들어 <그림1>과 같이 네 가지 다른 스타일의 파카가 각각 하나씩만 본사 창고에 남아 있다면 이들을 두 매장(A매장과 B매장)에 어떻게 나누는 것이 최선일까.

제품 1과 2는 서로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제품 3과 4도 서로 스타일이 비슷하다. 서로 비슷한 스타일이므로 동일 스타일을 한 매장에 배분하는 것보다 서로 섞어 배분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제품 1과 3을 A매장에 배분하고 제품 2와 4를 B매장에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배분 방식을 업계에서는 ‘지그재그 배분’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제품을 섞어 고르게 배분한다는 의미다. 제품 1과 2와 같이 옅은 컬러의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A매장에만 몰리고 반대로 제품 3과 4와 같이 진한 컬러를 원하는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B매장에만 몰리는 경우는 희박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다양한 제품을 섞어 골고루 배분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면 지그재그 방식으로 ‘골고루’ 섞어 배분하기 위해서는 서로 ‘비슷한’ 옷들끼리 그룹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제품 1은 2와 비슷하고 제품 3은 4와 비슷하다’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골고루’ ‘비슷함’이란 단어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품들이 섞여야 골고루 배분됐다고 하고 어떤 상품들이 서로 비슷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독자들은 <그림1>을 본 순간 직관적으로 이러한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왜 제품 1과 2는 서로 비슷하지만 1과 3은 다를까.

“제품 1과 2는 연한 색이고 후드에 털이 없고 좀 더 얇은 천으로 돼 있어 제품 3과 4는 다르며 천의 재질도 1과 2는 다소 얇은 느낌은 주지만 상대적으로 3과 4는 좀 더 두껍고 투박한….”
이런 논리적 흐름으로 특징을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분석해 판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독자들의 대부분은 그저 ‘직관적’으로 사진을 보는 순간 어떤 제품이 서로 비슷하고 서로 다른지 판단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직관과 순간적인 판단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가 모방하기 어려운 인간 사고의 고유 영역이었다. 걸음마를 갓 뗀 어린아이도 그저 경험에 의한 직관적으로 개와 고양이를 구별한다.

다시 매장 배분으로 돌아가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고 개와 고양이의 다른 점을 파악하는 것과 같이 매장에서 제품을 ‘골고루’ 배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품이 서로 비슷하고 어떤 제품이 서로 다르다는 식의 매우 직관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하지만 매 계절마다 쏟아지는 수천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스타일의 상품들 중 어떤 제품이 서로 비슷하고 어떤 제품이 다른지 사람이 일일이 파악해 결정한 후 배분하는 것은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더구나 옷의 색감, 즉 컬러는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다. 패션 파란색 계열에도 수백 가지의 파란색이 있다. 이러한 특성상 사전에 특정 상품에 대해 일일이 특성 정보를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한 문제로 의류 제품을 배분할 때는 소위 대충 눈짐작으로 ‘대충’ 할 수밖에 없었다.

딥러닝을 통한 상품 분류
2017년 카이스트 연구진은 국내 모 패션 사업부와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로 비슷한 상품과 다른 상품들을 파악한 후 이들을 골고루 섞어 배분을 자동화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연구의 주제였다. 사람의 직관을 자동화하자는 소위 AI 프로젝트다. 우리는 이 과제를 ‘골고루 배분’ 혹은 ‘지그재그 과제’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골고루’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연구의 핵심은 바로 ‘골고루’인데 이 단어는 매우 추상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으로 컴퓨터가 잘하는 일과 사람이 잘하는 일은 서로 영역이 나눠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2,347,120,103×2,456=?’이란 전형적인 연산 문제는 사람보다 컴퓨터가 훨씬 더 잘하는 영역이다. 컴퓨터의 논리 연산 능력은 이미 1950년대 초기 컴퓨터가 등장할 때부터 사람의 능력을 초월했다.

이처럼 논리적인 연산의 영역은 컴퓨터가 사람을 압도하는 능력을 지녔지만 반대로 사람이 쉽게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인식과 직관의 영역을 컴퓨터가 수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컴퓨터가 잘하는 영역과 사람이 잘하는 영역이 서로 다르다는 역설적인 관계를 AI 연구자인 한스 모라벡 카네기멜론대 교수가 그의 저서인 ‘마음의 아이들(Mind Children)’에서 언급하면서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로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모라벡 교수의 역설이 최근 들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최근 AI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사람만의 고유 영역이라고 인식됐던 인식과 직관의 능력에 침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딥러링이란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딥러닝 기술은 수많은 개와 고양이의 사진을 입력해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게 하고 그 차이를 스스로 인식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바로 ‘학습’이다. 학습은 개의 사진과 고양이의 사진을 컴퓨터에 입력해 컴퓨터가 스스로 그 차이를 파악하게 만드는 작업을 의미한다.

카이스트 연구진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2017년 겨울 시즌에 출시된 다양한 제품들 중 서로 비슷한 스타일의 제품을 딥러닝 기술로 자동으로 분류했다. 2017년 출시된 제품들이 수백 가지의 다양한 스타일이 있지만 딥러닝 기술로 서로 비슷한 제품을 단 1~2초 내에 분류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제품을 서로 묶는다는 것 자체는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아니다. 이 프로젝트의 작업은 ‘골고루’ 배분이다. 서로 비슷한 제품을 판별하는 것이 골고루 배분의 첫째 작업이라면 둘째는 이들 제품을 각 매장에 배분하는 것이다. ‘각 매장의 매출과 과거 추이를 기반으로 A매장에는 털 달린 후드의 반코트 제품 3개와 얇은 패딩 제품 2개를 배분한다…’ 이런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이러한 배분은 인식과 직관의 영역이 아닌 사고와 논리의 영역이다. 200여 개의 매장에 각 스타일별 제품 하나씩은 배분돼야 하고 고가 제품 비율과 저가 제품 비율이 과거 판매 패턴에 맞아야 한다는 등등의 조건을 맞춰야 한다면 이는 논리적인 수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처럼 제품의 스타일을 판별하는 것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컴퓨터가 학습해 결과를 도출하게 한 다음 비슷한 스타일들끼리 나눠진 제품들을 수리적 논리를 기반으로 배분하는 절차를 거쳤다. 직관과 인식 그리고 논리와 연산을 함께 고려한 배분 시스템이다.

<그림2>는 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코오롱 자동 배분 시스템을 도식화한 것이다. 과거 패션 상품을 자동으로 배분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것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제품을 인지하고 인식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전을 거듭하는 딥러닝 기술로 제품을 선별하고 인식할 수 있음에 따라 자동 배분이 가능해졌다. 즉 이제까지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는 논리적인 연산이 가능한 영역에서만 이뤄졌다. ‘모라벡의 역설’과 같이 컴퓨터가 잘하는 논리적인 영역에서는 자동화가 이뤄진 것이다.
인간 넘보는 AI...딥러닝으로 옷 스타일 분류도 '척척'

하지만 최근 인지 능력에도 컴퓨터가 사람의 능력에 근접하거나 넘어서게 되면서 과거 불가능했던 인지와 직관이 필요한 분야도 데이터화되고 정형화되기 시작했다. <그림2>에 표현된 사례와 같이 직관과 의지의 능력이 딥러닝으로 구현되면서 제품이 자동으로 분류되면 과거 논리적인 연산이 불가능했던 제품 배분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단지 사람에게 길을 알려만 주지 직접 운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컴퓨터가 도로를 인식하고 보행자와 차량을 구별하며 신호등을 인식하게 되면 기존 내비게이션의 논리적 사고와 합쳐져 자율주행이 가능해진 것과 같은 원리다.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해 제품을 배분하던 업무가 디지털화되며 지능화돼 이제는 패션 상품의 제품 배분의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1호(2019.07.01 ~ 2019.07.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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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7-02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