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1232호 (2019년 07월 10일)

여야 총선 영입 1순위, 김동연의 선택은

기사입력 2019.07.08 오전 10:20

[지금 정치판에선]
-민주·한국당 “실력·스토리 갖춘 좋은 카드”
-김 전 부총리는 “지금 조용히 있으려 한다”


여야 총선 영입 1순위, 김동연의 선택은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내년 4월 15일 실시될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할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경제가 총선 승부처로 보고 전·현직 관료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선거 프레임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실정론’과 ‘경제 심판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소득 주도 성장의 효과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도 경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정을 국민에게 알리고 집권 대안 세력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거물급 경제 전문가들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두 당이 모두 본인의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영입 1순위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전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경제금융·국정과제비서관과 기획재정부 2차관, 박근혜 정부 땐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각각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선 첫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뒤 지난해 말 퇴임했다. 김 전 부총리가 민주당과 한국당 집권 시절에 걸쳐 고위 관료를 지냈다는 점에서 두 당 모두 영입 명분은 있다. 이 명분으로 두 당은 물밑 접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야간대학 다니며 입법·행정고시 동시 합격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내면서 누구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잘 알고 있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는 취임 초부터 경제정책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마찰을 빚었다”며 “오히려 한국당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 난파 상황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 전 부총리 영입을 시도한 적이 있다. 지난해 말 그가 부총리를 그만둔 직후부터 한국당에선 꾸준하게 그의 영입설이 나오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이 나라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김 부총리의 지혜를 빌려 달라”고 했고 윤상현 의원은 “한국당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제 대통령’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현실 경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김 전 부총리는 아주 좋은 카드”라고 했다.

여야가 김 전 부총리에게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그의 관료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먹힐 만한 스토리를 지녔다. 초등학교 시절 사업을 하던 부친이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자랐다.

그는 한 강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1960년대 말, 70년대 초 청계천의 모습은 그야말로 빈민굴이었다. 화장실도 없어 공중화장실을 쓰고 아침마다 몇 십 미터씩 줄 서 있는 척박한 환경의 동네에서 살았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셔서 집이 쫄딱 망했는데, 망해도 이렇게 망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후 경기도 광주(지금의 경기도 성남시)로 강제 이주 당해 천막 속에서 지냈다.”

김 부총리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당시 가난한 수재들이 진학한다는 덕수상고에 입학했다. 그는 은행(서울신탁은행)에서 일하며 야간대학(국제대학)에 다녔다. 주경야독 끝에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김 전 부총리가 영입된다면 민주당과 한국당 관계없이 고향인 충북이나 관료들이 모여 있는 세종시 출마가 거론된다. 비례대표 공천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일절 언급을 삼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부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평범하게 소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뒤 지금까지 지방을 옮겨 다니며 지내고 있다. 올해 초 주중 대사직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했다.

다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강연 활동은 이어 가고 있다. 지난 3월 전남 구례에서 청년 농업인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사진과 김재익 전 경제수석의 묘소를 참배했다는 내용을 SNS에 올렸다.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국의 재단 또는 대학에서 초청 제의를 받았고 6월 말엔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다.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6월 29일 열린 ‘2019 중소기업 리더스 포럼’ 폐막 강연에선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것 중 두 가지가 정치와 교육”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나라는 털끝 하나라도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고 나서야 그칠 것이다. 이러하니 어찌 충신지사가 팔짱만 끼고 방관할 수 있을 것이냐’는 정약용의 ‘경세유표’의 한 구절을 인용한 대목이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정치에 뜻을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김 전 부총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근황을 묻는 질문에 “서울을 떠나 지방 여기저기를 다니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며 “지난번 중국 대사 건도 그렇고 여러 군데에서 제안이 많이 오는데 다 거절하고 있다. 리더스 포럼 강연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 영입 제안이 오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이런저런 말들이 많고 연락도 많이 오는데 지금 자세하게 얘기하긴 어렵다”며 “무엇보다 지금 조용히 있으려고 한다”고만 답했다.

김 전 부총리 주변에선 정치권 입문보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국제기구 수장에 도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내정된 상태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김 전 부총리 외에도 영입 대상 경제 전문가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접촉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현직 경제 관료들의 차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꾸준하게 거론된다. 모두 민주당의 취약지인 강원 출신(홍 부총리는 춘천, 최 위원장은 강릉)이라는 점이 여당으로선 매력적이다. 강원 지역구 국회의원 8명 가운데 민주당 의원은 한 명뿐이다.

◆ 홍남기 부총리·최종구 위원장 등 전·현직 관료 차출설

여야 총선 영입 1순위, 김동연의 선택은

여야 총선 영입 1순위, 김동연의 선택은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강원 지역은 우리 당으로선 불모지에 가까운 곳”이라며 “두 사람 모두 인지도나 능력 면에서 이 지역 주민들의 기대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나 최 위원장 모두 이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의 차출설도 나온다.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 김용범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도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민주당의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제 심판론’을 내걸고 있는 한국당도 대대적인 인재 영입 프로젝트 가동에 들어갔다. 한국당 인재영입위원회가 국회의원·당협위원장 등의 추천을 받아 만든 2000여 명의 영입 대상 명단에 경제 전문가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전직 고위 관료와 대학교수 등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접촉하고 있다”며 “아직 실명이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어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당이 6월 발족한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참여 인사들이 인재 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위원회에는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2호(2019.07.08 ~ 2019.07.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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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7-09 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