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 인터뷰
-“소상공인 경쟁력 보강되면 인상…EITC 활용 늘려 보완해야”
최운열 더민주 의원 “기업 있어야 노동이 있다…최저임금 화끈하게 동결을”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운열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 의원으로 꼽힌다.

이해찬 대표의 특보를 맡고 있고 이인영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사부’로 모시고 있다고 할 만큼 여당 내 경제정책 입안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2․3분기 민간 부문의 마이너스 성장 위험성을 경고하는 등 정부와 다소 결이 다른 주장을 해 주목을 받았다. 최 위원장을 만나 그런 주장을 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이유가 뭔가요.

“지난 대선 때 4당 후보가 똑같이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을 공약했습니다. 그 명분에 대해선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30% 가까이 급격하게 올리다 보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폐업·일자리 감소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또 내년에 인상하게 되면 부작용이 더 상승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요.

내년에는 동결하고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이 보강되면 인상하는 게 좋습니다. 공약에 얽매여 무리한 정책을 하다 보면 경제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동결하되 일정액 이하의 저소득 가구 구성원들의 총급여액을 따져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활용을 늘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노동계의 반대로 동결 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 아닙니까.

“물가 상승률 정도인 2~3%를 올린다고 칩시다. 그러면 한 달에 약 2만원 오를 겁니다. 노동자에게 그리 큰돈은 아니죠. 하지만 사용자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화끈하게 동결하고 올리지 못했던 부분은 이월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내가 처음부터 주장해 왔던 겁니다. 서울과 도서 벽지의 최저생계비가 같을 수는 없지요. 한계 업종에 경쟁력 있는 업종과 같은 비용을 부과하면 폐업하든지 사람을 줄이는 길밖에 없어요. 차등화를 위해선 최저임금 결정권을 광역단체장에게 넘기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최저임금을 경쟁적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겁니다.

예를 들어 산업 시설이 거의 없는 지역은 공장 유치를 위해 최저임금을 더 낮출 겁니다. 기업은 최저임금이 더 낮은 곳으로 공장을 옮기겠지요. 장기적으로 보면 그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주민들의 복지가 더 좋아질 겁니다.

정치인들이 ‘저임금 지역’이라는 ‘낙인 효과’만 걱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노동계에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있는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을 것)’를 원용해 ‘약무기업시무노동((若無企業是無勞動)’이란 말을 자주 언급합니다. 기업이라는 실체가 있어야 노동이 생기지 기업이 죽고 난 다음에는 노동 자체는 없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가 더 생길 것이라는 논리로 준비해 왔지만 불행하게도 제조업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어요. 미·중 무역 마찰로 수출 환경도 나빠졌습니다.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런 정책을 시행하다 보니 누구한테도 환영받지 못하는 정책이 돼버렸어요.

장기적으로 봐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장 특성에 따라 탄력근로 기간을 6개월~1년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전문직 고소득자에게는 적용할 필요가 없어요. 일본은 연봉 1억원 이상의 전문직은 노동시간 단축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국가재정법 요건에 맞지 않는 것은 걸러내겠다고 합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경제정책에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있죠. 민간 부문이 잘 돌아가면 정부가 크게 관여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지금 민간 부문 경쟁력이 급격하게 줄고 있어요. 6월 발표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잠정)이 처음 발표(지난 4월)된 속보치(전기 대비 -0.3%)보다 더 하락해 마이너스 0.4%로 수정됐지요.

마이너스 0.3%일 때 민간 성장이 0.4%였고 정부 부문이 마이너스 0.7%였는데 정부 부문 마이너스 0.7%는 기저효과 때문이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정치에서 민간이 0.1%가 됐어요. 굉장히 위험한 신호입니다. 내수가 급격하게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중 무역 마찰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만약 민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면 우리의 성장 동력은 완전히 꺼져버릴 위험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쓰는 게 재정정책이고 추경입니다.”
최운열 더민주 의원 “기업 있어야 노동이 있다…최저임금 화끈하게 동결을”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한 우려도 많습니다.

“국가부채 비율에 대해 논란이 있죠. 유럽연합(EU) 출범 때 회원국들에 국가 부채비율은 60%를 유지하면 좋겠다고 했어요. 현재 한국이 35% 내지 38% 수준이기 때문에 ‘위험신호다, 아니다’라는 논쟁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일본이 민간 부문 성장이 마이너스로 가니까 과감하게 재정정책을 쓰다가 국가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버렸습니다. 그런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해요. 확장적 재정정책은 이 시점에서 필요하지만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여당 일각에서 증세론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증세론보다 세정을 개혁하는 게 우선입니다. 세출 개혁만 제대로 해도 한 해 예산 10~15%를 절감할 수 있어요. 감세 주장도 있습니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다가 일시적으로 침체가 왔을 때 감세해 주면 고용이 확대되고 성장률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지금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고 금리가 높아서도 아닙니다. 만드는 물건이 팔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수는 죽어 있고 수출 환경은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만 하면 기업 사내 유보금만 늘어납니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상황에서 약간의 침체기라면 그런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 15년을 보면 경제성장률이 1년에 0.2%씩 떨어졌어요. 이런 상황에서 교과서적인 정통 이론이 맞느냐고 돌아보게 됩니다.

비정규직이 약 700만 명이고 대학을 졸업하고 3~4년 동안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이 약 140만 명이에요. 이 사람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게 놓아 둬선 소비가 진작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과 가처분소득을 올려주고 사회 안전망을 제대로 갖춰 한계상황에 처한 국민이 기본적인 삶을 누리게 하자는 것이 소득 주도 성장입니다. 이 모두를 포기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입니다.”


-정부의 경제 전망이 엇나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배로 치면 선장입니다.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면 선장은 선원들한테 ‘큰일 났다’고 할 수는 없지요. 경제 위기의식을 조장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만 있는 문제를 없다고 하면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잘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대 정부 모두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규제는 여전합니다.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금융․의료․관광․물류 등 서비스 업종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막혀 있어요. 아직도 정치권에선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냥 제조업 발전을 도와주는 정도로 생각해요. 금융은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입니다. 의료도 마찬가지죠. ‘의료는 봉사인데 왜 돈을 벌려고 하느냐’는 생각을 빨리 버리지 않으면 희망이 없어요. 대표적인 게 원격의료입니다.

우리처럼 정보기술(IT)이 발달한 나라에서 원격의료 산업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10년, 15년 전부터 원격의료를 실시했다면 상당히 경쟁력을 갖췄을 겁니다. 일본은 보편화돼 있어요. 우리보다 앞서나가는 중국 병원은 한국 의사들을 스카우트해 앉혀 놓고 한국 환자들을 유치합니다. 전향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영리병원이라고 하는데, 병원이 고상하게 봉사하는 곳은 아니잖아요.

다만 우리 당이 주저하는 이유는 재벌의 문제점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에요. 재벌 문제는 놓아 두고 규제를 풀면 대형 병원만 득을 본다는 것이죠. 규제를 빅딜로 풀어야 합니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한국당과 재계가 전향적으로 수용하면 민주당은 규제 완화를 반대할 명분을 다 잃어버리고 서비스산업발전법․개인정보보호법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모든 규제를 풀 수밖에 없어요.”


-자본시장 세제 개편 법안을 발의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시중에 1100조원 규모의 유동자금이 있는데 자본시장에 이 자금들이 들어오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세제를 개편해야 합니다. 주식․채권․펀드 등 자본시장 상품은 모두 개별과세를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주식에서 손해 봤는데도 거래세는 내야 하고 펀드에서 이익을 봐도 세금을 내야 합니다. 공정 과세에 맞지 않아요.

거래세는 점진적으로 줄여 5년 후 완전히 소멸시키고 점진적으로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주식․채권․파생상품․펀드 등 이익을 냈으면 세금을 내고 손해 봤으면 내지 말자는 겁니다. 올해 손해보고 내년에 이익을 보면 이를 합해 이월 합산 과세하자는 것이에요.”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2호(2019.07.08 ~ 2019.07.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