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취임 첫 조직 개편…신도시·도시재생·철도안전 등 文 정부 국정 과제 추진 속도
‘본색’ 드러내는 변창흠·손병석, 새로운 LH·코레일 밑그림 그렸다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수장 취임 이후 첫 조직 개편에 나섰다.

올해 4월 취임한 변창흠 LH 사장과 한 달 앞서 3월 취임한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 조직에 새로운 색 입히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변 사장과 손 사장이 비슷한 시기 나란히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인프라(사회기반시설) 공기업 특성에 맞춘 핵심 정책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 LH, ‘공공 디벨로퍼’ 역할 강화

LH는 6월 25일 핵심 정책 사업 실행을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조직 개편의 특징은 신규 택지 조성(신도시), 도시재생 뉴딜, 균형 발전 등 핵심 국정 목표 실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학자 출신인 변창흠 사장은 부동산과 도시재생, 주거 복지에 대한 전문성을 겸비한 인물로 새로운 LH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희망서울 정책자문단’ 출신으로, 박 시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며 2014~2017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에는 당시 서울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하며 문재인 정부 공약 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의 초석을 닦았다.

또 김 전 실장과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연구원의 전신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러한 인맥에서 알 수 있듯이 변 사장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 사장은 지난 4월 취임사를 통해 “주거 복지 로드맵, 3기 신도시 건설, 도시재생 뉴딜 등 정책 과제의 차질 없는 수행을 위해 사회·경제·기술 환경 변화에 맞는 새로운 사업 실행 모델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최근 첫 조직 개편을 통해 정부 정책의 최일선 집행기관으로서 LH의 공적 역할을 대폭 강화하고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업 실행 모델을 개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경영전략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LH가 추구하는 공공 디벨로퍼 역할 강화는 물론 신도시·도시재생 뉴딜 사업 속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변 사장은 먼저 정부 정책에 따른 신규 택지 개발 역량 강화 차원에서 본부장 직속의 ‘신도시기획단’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했다.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을 통해 추진되는 신규 공공택지의 안정적 사업 관리와 차별화된 도시 조성을 위해서다.

LH는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신규 공공택지 사업 추진에 기존 개발지구와 연계한 균형 발전과 도시 특화 기능을 총괄하고 원주민과 기업의 재정착 지원 등 지역 갈등 최소화 역할도 함께 수행할 예정이다.

정부 역점 사업인 도시재생 뉴딜과 관련해 본사에 생활 SOC 사업단, 각 지역본부에는 도시재생사업부를 신설·확대했다. ‘LH형 생활 SOC 사업 모델’ 구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 조직은 체육·문화·돌봄시설, 지역 특화 인프라 등 국민 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생활 SOC 건설을 전담한다. 공공 디벨로퍼로서 도시재생 뉴딜 성과를 가시화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지역 성장 거점 개발과 클러스터 활성화를 위해 기존 전략사업본부를 균형발전본부로, 국책사업기획처를 지역균형발전처로 재편했다. 또 각 지역본부에도 지역균형발전단을 신설했다.

LH는 정부의 국가 균형 발전 프로젝트와 연계한 지역 개발 사업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 특화 산업을 발굴·육성하는 등 지역 균형 발전 실행 기관으로서 지역의 잠재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 지역 주민이 3기 신도시 조성 사업에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2018년 12월 19일 남양주 왕숙1·2지구, 하남 교산, 과천, 인천 계양 등 4곳을 3기 신도시 조성 대상 지역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이 토지 수용 등에 반발하며 거세게 반대해 지난 4월 과천 신도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 설명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3기 신도시 조성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기존 1·2기 주민들도 교통 문제와 미분양 문제 때문에 반발하고 있다.

기존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광역 교통 대책이 이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서울과 더 가까운 곳에 3기 신도시가 조성되면 통행난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변 사장은 6월 27일 첫 출입기자 간담회를 통해 “3기 신도시는 기존 1·2기 신도시와 달라야 한다”면서 특화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3기 신도시가 완성되면 기존의 주택 위주의 신도시가 갖고 있던 자족성 문제와 교통 문제가 함께 해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H가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기관’에서 ‘국가의 누적된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기관’으로 변신하도록 이끄는 것이 변 사장의 목표다. 결국 신도시 사업을 둘러싼 갈등 상황을 순조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임기 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LH의 미래 신성장 동력인 스마트 시티 조성 사업의 성공도 변 사장의 손에 달려 있다. 스마트 시티는 정부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선정한 ‘8대 혁신 성장 선도 사업’ 중 하나다.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미래 먹거리이자 국가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해 왔다.

최근 청와대가 스마트 시티 전담반을 구성,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 손수 챙길 정도다. 신사업으로 에너지 전환 도시 건설, 해외 신도시 수출을 비롯한 신사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해결 과제다.
‘본색’ 드러내는 변창흠·손병석, 새로운 LH·코레일 밑그림 그렸다


◆ 코레일, ‘안전 또 안전’

코레일은 6월 23일 안전 최우선 경영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 개편과 대규모 간부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안전 또 안전’으로 요약된다.

전임 오영식 사장 시절 잇단 철도 교통 안전사고로 코레일이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손병석 사장은 3월 취임 이후 줄곧 현장 경영 행보를 펼치며 안전 관리 강화의 고삐를 죄고 있다. 오 전 사장은 2018년 12월 강릉선 KTX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했다.

코레일은 ‘사고철’이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안전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다. 예방 중심의 안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혁신본부를 안전경영본부로 개편하고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국민이 공감하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안전분석실과 사고조사위원회를 신설했다.

고속철도 안전과 유지·보수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시설·전기 고속사업단을 신설하고 안전전담팀을 편제했다. 임시 조직으로 운영해 온 철도시설 안전합동혁신단을 정규 조직화했다. 또 직원들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차량 정비 전문 교육을 담당하는 차량엔지니어링센터를 신설하고 차량정비단의 조직 체계도 강화했다.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한 고객 응답형 서비스 제공과 정보기술(IT) 기반의 경영 혁신 강화 등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기능도 개편했다. 이용자의 요구가 신속하게 철도 운영에 반영되도록 여객사업본부 내 마케팅과 서비스를 총괄하는 ‘고객마케팅단’을 신설했다.

경영 정보 시스템 고도화, 정보 전략 계획 수립, 경영 혁신 등 정보화 기반의 혁신적 기업 경영을 주도하기 위해 미래혁신실과 스마트철도사업단을 ‘미래전략실’로 통합했다. 기획조정실을 ‘기획조정본부’로 격상하고 그 아래 인재경영실과 재무경영실을 편제, 노사관계와 재정 건전성 등을 통합 관리해 경영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위험을 최소화했다.

코레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관련 조직을 재정비했다. 미래 성장 동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부서로 해외 지사와 국제기구팀을 신설했다. 지역에 분산된 물류 영업 기능을 본사로 일원화해 물류 마케팅 기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전략적 마케팅을 강화하고 국제 물류 중개·창고·하역 등 종합 물류 사업을 전담하도록 한 것이다. 필리핀 철도 운영과 유지·보수 사업 수주를 위해 필리핀지사도 새로 만들었다.

기존 중국·프랑스 해외 주재도 대외 협상력 제고를 위해 지사로 격상시켰고 국제 운송 규약, 철도 기술 기준 검토 등을 위해 국제기구팀도 신설했다.

손 사장은 조직 개편과 함께 대규모 간부급 인사를 단행해 분위기 쇄신에도 나섰다. 지난 6월 9일 부사장 교체에 이어 상임이사 4명을 전원 교체했다. 약 270명의 간부급을 재배치하면서 사장 부임 후 실질적인 경영진 교체 작업을 마무리했다.

간부급 인사의 핵심은 사회적 가치 제고, 균형과 안배, 능력 중심의 인재 발탁이다. 특히 조직 개편으로 확대·강화된 안전경영본부장(정정래 전 연구원장)과 기획조정본부장(김기태 전 기획조정실장)을 50대 초반으로 임명해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2009년 이후 여성 인재 발탁이 전무했던 여성 고위직 간부에 감사실장(박영숙 전 감사기획처장)과 전남본부장(김양숙 전 역운영처장)을 발탁해 양성 평등의 인사 원칙을 구현했다.

손 사장은 “예방 중심의 안전 관리 체계 혁신, 직원의 기술력 향상과 차량의 정비 품질 제고, IT 기반 경영 등 철도 안전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임기 중 철도시설공단·SR 통합 문제와 남북철도 연결 사업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전임 사장이 안전 문제로 중도 사퇴했고 취임식을 연 고양 KTX 차량 기지에서 또다시 열차 탈선 사고가 나면서 현재 안전 강화를 제1 경영 방침으로 삼고 있다.

최근 국토부 기자간담회에서 손 사장은 “안전은 곧 돈”이라며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안전에 대한 투자를 단순히 부채가 늘어나는 것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며 “지금 회사 부채비율이 꽤 높지만 안전 관련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손 사장이 대규모 조직 쇄신 작업을 통해 산적한 코레일의 현안을 해결하고 임기를 무사히 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역대 코레일 사장 8명 중 3년 임기를 채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1963년 중앙행정기관으로 발족한 철도청에서 2005년 1월 1일 공기업인 현재의 코레일로 전환된 특성에서 기인한다. 코레일은 공기업 전환 이후 사장 선임 때마다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다.

역대 수장 상당수가 친정권 인사라는 낙하산 논란에 휘말렸고 정치인 출신 사장들은 재임 중 출마 준비 혹은 사고 책임 등을 이유로 중도 사퇴해 그동안 임기를 채운 사장이 없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2호(2019.07.08 ~ 2019.07.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