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10년 투자한 PVC 가드레일, 세계시장 ‘게임 체인저’ 될 겁니다”
유철 카리스 대표…우즈벡 대형 수출 계약 발판으로 해외시장 개척 박차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 ‘10년’ 그리고 투자한 금액 ‘35억원’. 카리스라는 중소기업이 도로의 안전장치인 가드레일을 개발하기 위해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과 돈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인 만큼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미 2012년부터 플라스틱 가드레일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조달청에 공급하고 있지만 더 경제적이고 안전성 높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5년간 끊임없이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16년 폴리염화비닐(PVC) 고강도 플라스틱 가드레일 상용화에 성공했다. 2017년부터 제품 홍보에 적극 나선 카리스는 지난해 전라남도 여수, 송단저수지, 포천레이싱 경기장 등에 납품해 설치를 완료했다.

카리스는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카리스는 우즈베키스탄 도로교통청과 향후 20년 동안 우즈베키스탄 전역 도로(약 10만km)에 PVC 가드레일을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카리스는 이번 우즈베키스탄 사업으로 20년간 총 10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 세계 최초 PVC 가드레일 상용화 성공

현재 카리스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유철(사진) 대표다. 10여 년 전까지 새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PVC 가드레일, 방음벽, 토류판을 개발하는 도로 교통안전 전문 기업으로 업종을 전환해 사업을 하고 있다.

유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PVC 가드레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동안 오롯이 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벌어들이는 수익 대부분을 PVC 가드레일 개발에 투자했을 정도다.

유 대표는 “사실 새시 사업을 할 때 꽤 잘됐다”며 “하지만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저가 경쟁이 벌어졌고 이를 맞추기 위해 자꾸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현실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시 사업을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우연히 도로에 설치된 철제 가드레일을 보게 됐다”며 “안전을 위해 설치됐지만 강도가 높아 사고 발생 시 차와 생명을 손상시키는 등 피해가 클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유 대표는 곧바로 가드레일 시장을 면밀히 들어다보기 시작했다. 그가 생각한 대로 철재 가드레일은 강도가 세고 흡수력이 없는데다 날카롭기까지 해 사고가 나면 2차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재가 없어 계속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유 대표는 곧바로 철이나 알루미늄보다 충격 흡수력이 좋은 플라스틱으로 가드레일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강도가 약한 만큼 충돌 시 쉽게 깨져버렸다.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자금 압박이 심했지만 조금씩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새시 사업의 수익을 모두 가드레일 개발에 투자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플라스틱 가드레일을 만들어 내고 특허 등록도 했지만 유 대표가 원하던 제품과는 차이가 있었다.

아직 안전성이 미흡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을 더 투자해 2016년 비로소 폐비닐을 활용한 PVC 고강도 가드레일을 만들어 냈다. 플라스틱 특유의 탄성과 5중 리브 구조로 충격 흡수력이 강한 제품으로 철제 제품보다 가볍고 가격이 30% 정도 저렴했다.

기술력은 확실했다. 카리스가 개발한 가드레일은 지난해 벤처기업인증, 녹색인증, 국내 차량 충돌 테스트, 미국 차량 충돌 테스트 등에서 합격했고 나라장터에서 ‘혁신 우수 제품’으로 선정됐다.

또한 같은 해 11월 국내 최초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도로연맹(IRF) 엑스포에서 ‘혁신 제품상’, 12월에는 대한민국 중소 중견기업 혁신 대상(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기술 혁신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 국내 넘어 세계로 수출하는 가드레일

유 대표는 만족할 만한 제품이 개발되자 본인이 직접 샘플과 제품 설명서를 들고 홍보에 나섰다. 나라장터 엑스포를 비롯해 다양한 교통안전 박람회에 참석해 유관기관·기업·바이어들을 만나 직접 제품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 결과 포천 레이싱 경기장 가드레일, 경기도 화성 도로 구간 가드레일, 강화리조트 루지 회전구간 가드레일, 여수 해안도로 가드레일, 제주도 해안도로 가드레일 등 10여 곳에 등을 시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자신감이 붙은 유 대표는 시장을 넓혀 보기로 했다. 지난 1년 동안 10개월을 일본·몽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중국·우즈베키스탄·러시아 등 세계 각국을 돌며 제품 홍보에 나섰다.

성과는 대단했다. 카리스는 우즈베키스탄·우즈베키스탄의 자치공화국인 카잘카파크스탄과 연이어 대규모 계약과 합의를 이끌어 내며 본격적인 중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카리스는 지난 4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인터내셔널 타슈켄트 호텔에서 열린 ‘B2B 행사장’에서 우즈베키스탄 도로교통국 아비드 치 아디로프 차관, 도로교통청의 루슬란 청장 그리고 유 대표가 합의각서(MOA)에 기반한 3자 간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카리스에 10만 km에 이르는 PVC 가드레일 설치에 관한 발주를 공고히 했고 도료와 도로 건설 등에 관한 계약 역시 명시했다.

카리스는 1차로 6000만 달러를 투자,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PVC 가드레일 3500만 달러, 도료 500만 달러, 도로 건설 2000만 달러 등이다.

이를 위해 카리스와 우즈베키스탄의 가드레일과 도료·도로 건설을 위한 합작회사인 ‘카리스 트란스 율쿠릴리시’도 설립됐다. 합작회사는 공식적으로 우즈베키스탄 국영기업이 됐고 지분은 추후 토지·건물 등의 가치 산정 후 추후 정산하기로 했는데 카리스 측이 80% 정도를 갖는다.

이와 별도로 유 대표는 카잘카파크스탄의 바크트잔 총리와 시멘트 합작 공장 설립에 대한 협약식도 체결했다. 이날 협약 내용은 지원 규모와 부지 선정, 본계약 당사자 선정 등이다. 구체적으로 카리스는 1차로 2억5000만 달러(약 2922억원), 2차로 2억5000만 달러 등 총 5억 달러(5845억원) 규모의 계약에 합의했다.

이번 대규모 수주를 계기로 카리스는 국내에서 코스닥 특례 상장도 준비 중이다.

유 대표는 “PVC 가드레일뿐만 아니라 PVC 방음판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인 만큼 중소기업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며 “글로벌 가드레일 시장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해 회사의 규모를 더 키우고 영업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중국·유럽·미국 등 전 세계 가드레일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2호(2019.07.08 ~ 2019.07.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