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협상 목표는 명확하게 수치로 설정하라, ‘수정 가능한 목표’도 염두에 둬야

협상에서 목표 설정…많이 요구할수록 더 많이 얻는다


[한경비즈니스 칼럼=이태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협상을 앞두고 그냥 나서는 사람은 없다. 상대에 대해 연구하고 필요한 자료도 구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고민이 정교하지 않다는 데 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목표를 세워야 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목표를 설정하고 협상을 시작해야 할지 알아보자.

◆목표 없이 협상에 나서지 마라

길을 나선 사람이 가고자 하는 곳을 모른다면 그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협상에 나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모른다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첫째 수칙이다. 명확한 목표 설정이 바로 협상의 출발점이다.

명확히 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수치로 정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이번엔 반드시 연봉을 10% 인상해야 해’ 또는 ‘구매 단가를 최소 5% 인하하겠다’ 등과 같은 구체적인 수치가 필요하다.

명확한 목표가 성공을 부르는 법이다. 막연한 목표는 목표가 아니다. 특히 희망 사항을 목표로 착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목표가 명확할수록 상대방에게 요구하기도 쉽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요구도 하지 않는 상대에게 그냥 내주는 사람은 없다. 상대도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 그 이유다.

반면 목표가 불확실하면 상대에게 휘둘릴 수 있다. 상대의 강한 요구에 양보하지 않아도 될 것을 양보하게 된다. 자신의 목표가 막연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많이 요구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게 되고 적게 요구할수록 더 적게 얻게 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높은 목표를 설정하게 되면 이를 달성하려는 성취동기가 높아진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만큼 더 노력하게 된다. 전략도 치밀해지고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게 된다. 한마디로 협상의 성공은 협상가의 열망 정도에 달려 있다고 봐도 된다.

더 큰 것을 바라면 더 큰 것을 갖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실제로 협상에 나서는 담당자들은 낮은 목표를 선호한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외부 협상이든 내부 협상이든 다소 낮은 목표를 설정한 스스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주로 심리적 요소에 기인한다. 조직이나 회사로서는 당연히 협상 목표를 높게 설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조직원은 그렇지 않다. 적당히 낮은 목표를 설정하는 이유는 첫째, 자기 보호 본능이다. 사람은 누구나 조직 내에서 신분이 보장되고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 기본 욕구다.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높게 설정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높게 설정했다가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조직으로부터 비난을 듣거나 지위가 흔들릴까봐 두려운 것이다. 조직 내 무능력자나 미성과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다.

둘째, 자기 만족감이다. 열심히 노력해 협상 성과를 도출했다고 하자. 그런데 초기 목표가 너무 높아 미치지 못했다면 그만큼 상대적인 불만족을 느끼게 된다. 반면 목표가 낮았다면 초과 달성이라는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

협상에 성공했다고 자랑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심리적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적당한’ 목표를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나 경영자는 이 점을 충분히 감안하는 것이 좋다. 실무자들이 낮은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지 말이다.

효과적인 방법은 성취동기를 자극하는 것이다. 목표 설정부터 협상 진행 과정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가용할 자원(인적·물적·시간적)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 또한 조직의 이해는 물론 개인의 이해도 세심하게 살펴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목표가 명확해야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높게만 설정하면 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는 높은 제안으로 이어져 상대에게 거부감을 줄 소지가 많다. 자신의 욕심만 챙기고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자칫 협상은 경직돼 서로의 주장만 내세운 채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목표 설정은 세 가지 카테고리를 염두에 두면 협상을 망치지 않고도 실익을 챙길 수 있다.

첫째는 최상의 목표다. 달성하고 싶은 최고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나 일부 사업부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각한다고 하자. 대상 물건의 가치를 자신의 관점에서 최대한으로 잡는 것이다.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 그리고 경영권 프리미엄은 물론이고 타 사와 비교해 차별되는 포인트 등을 포함한다.

이 목표는 매수 희망자 관점에서 보면 다소 과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일단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도전적인 목표(stretch goal)’이기 때문이다. 도전적인 목표는 점진적 또는 소규모 개선으로 달성할 수 없고 달성하기 위해 한계까지 확장해야 하는 목표다.

둘째는 ‘성취하면 도움이 되는 목표’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결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수정이 가능한 목표다. 예를 들어 건물주로서는 높은 임대료를 원하지만 공실률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는 임대 기간이 오히려 임대료보다 중요하다. 협상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때에 따라 ‘교환할 수 있는’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

교환 가능한 목표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치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안건에 따라 본인에게는 경제적 가치가 크지만 상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또는 반대의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조건들이 바로 교환의 대상이다. 소위 협상이란 ‘주고받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바게닝 믹스(bargaining mix)’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상대에게도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니다. 동일한 안건이라도 좀 더 깊이 파고들면 양측이 평가하는 가치는 다를 경우가 많다. 이것이 교환 대상이 된다.

협상에서 목표 설정…많이 요구할수록 더 많이 얻는다

하지만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자신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상대에게 덜렁 내주면 안 된다. 정말 어렵게 내줘야 가치가 돋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가 노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노력은 경제적인 노력도 좋고 시간적인 노력도 좋다. 한마디로 밀고 당기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다음 마지못한 척 다른 것과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는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다. 한마디로 마지노선이다. 최저 목표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당신이 협상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그 조건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협상을 포기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팔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제시한 가격이 생각보다 낮다. 물론 당신만 결심한다면 그 가격에 당장이라도 팔 수 있다. 이때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 협상하게 됐다. 당연히 처음 사람이 제시한 가격보다 높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 친구도 만만치 않다. 계속 가격을 깎자고 덤벼든다. 심지어 앞 사람이 제시했던 것보다 낮다. 이럴 때 당신은 당연히 결렬을 선언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 사람이 제시한 가격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 마음속에 최저 목표가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 가격을 협상 용어로 ‘유보 가치(reservation value)’라고 한다. 유보 가치의 의미는 또 다른 협상을 하기 위해 첫째 제시된 조건을 잠시 유보해 뒀다는 것을 말한다. ‘최저 목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유보 가치는 정해 두면 언제 협상을 결렬을 선언하고 일어나야 하는 시점을 알려준다. 또한 상대에게 명확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리하다.

목표는 협상의 기초다. 기초가 부실하면 건물은 흔들린다. 조그만 충격이나 외부 변화를 이기기 어렵다. 협상도 마찬가지다. 목표가 명확해야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협상을 시작했다면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그리고 명확하게 얘기할 줄 알아야 한다.

조심스러운 나머지 ‘고려해 주세요’, ‘참작해 주세요’라는 식의 표현은 상대에게 빌미를 주는 것과 같다. 그런 식의 표현을 듣는 순간 상대는 좀 더 얻으려고 달려들 것이다. 정확한 표현, 디테일한 조건을 제시해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협상에 나서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2호(2019.07.08 ~ 2019.07.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