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선정 심리학 명강의…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기 이해의 심리학
[서평] 당신은 어떤 때 행복한지 알고 있습니까?

◆행복의 품격 : 인생의 좋은 답을 찾아가는 아홉 번의 심리학 강의
고영건·김진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6000원

[한경비즈니스=최경민 한경BP 출판편집자]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얻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의 조건 중 하나로 당연하게도 ‘돈’을 꼽았지만 경제적인 조건은 실질적으로는 실험자들이 부정 감정을 덜 느끼는 것에 도움을 줬을 뿐 행복을 관장하는 감정인 긍정 감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째서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바라거나 그토록 가질 수 없는 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국내 행복 분야 권위자이자 심리 프로그램 ‘삼성-멘탈 휘트니스’의 공동 연구 개발자이기도 한 고영건 고려대 교수와 김진영 서울여대 교수는 신간 ‘행복의 품격’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지식 착각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부터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란 감정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이 정한 행복의 조건이 타인이 아닌 온전히 자신을 위한 것인지, 허황되거나 너무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인간의 노력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자신의 삶을 이루고 있는 핵심 가치를 담은 것인지, 책에서 제시하는 자기 점검의 기준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혹은 행복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는지 점검해 볼 수 있다.

인생에는 이전의 삶을 백팔십도 바꿔 놓을 행복을 위한 빅 이벤트는 없다. 복권 당첨이 일시적으로 큰 만족감을 줄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삶의 조건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을 바꾸는 것이 더 쉽겠다고 푸념하는 이유다. 하지만 인생 사용법을 알려주는 심리학의 지혜가 발휘되는 것은 바로 그런 순간이다. 책에서는 삶의 기본 조건이 변화하지 않으면서도 약간의 프레임 변화를 통해 상황을 좋은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심리학적 기술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현재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벗어나려고 애쓰기보다 문제의 측면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로 어찌할 수 없는 현재가 아닌 다른 시점, 즉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예상 가능한 미래의 시나리오 중 가장 낙관적인 가정을 선택하는 능력이다. 신기하게도 인간의 마음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대로 뇌를 조직화하는 동시에 행동하게끔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역시 ‘자기 이해’다. 낙관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삶을 낙관할 수 있는 자신의 가치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자신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건은 무엇인지, 어떤 때 진정한 행복감을 느끼는지, 일관성 있는 가치 추구를 통해 우리는 단지 일시적인 감정으로서의 행복을 넘어 ‘행복한 삶’이라는 인생의 건설적인 방향을 설계할 수 있다. 그다음에야 통제 불가능한 인생의 여러 사건 속에서도 행복한 삶에 단단히 뿌리내린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삶의 가치와 행복에 관한 크고 작은 인사이트가 가득 담긴 이 책은 ‘행복의 심리학’이라는 강연으로 먼저 소개돼 큰 호응을 얻었고 ‘삼성그룹 사장단 선정 심리학 명강의’에 오르기도 했다. 강연의 내용을 새롭게 구성하고 추가 집필하며 저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자로서 그리고 이 주제를 오래 연구한 심리학자로서 사람들이 심리학에 가까워질수록 행복에도 가까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독자들이 행복한 삶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2호(2019.07.08 ~ 2019.07.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