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 무작위 추첨이지만 도덕성만 믿어서는 곤란
- 선정 단계부터 적극 대응해야
재건축 사업에서 매도 가격 좌우하는 ‘감정인’
[이수희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 청산자들을 대상으로 제기하는 매도청구소송의 핵심은 매도 가격(감정가)이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결국 얼마를 받고 내 땅과 건물을 매도할 것인지’가 소송의 핵심 쟁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매도 가격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재판부는 소송 대상이 된 부동산의 객관적인 가치를 알 수 없다.

특히 재건축 매도청구소송에서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시가’로 매도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인데 부동산 전문가도 아닌 판사가 특정 부동산의 시가나 특정 재건축조합의 개발이익을 산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민사소송법 제333조나 제342조는 감정 제도를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소송의 진행과 심리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갖춘 자를 감정인으로 지정해 감정을 명할 수 있다.

이때 감정인은 재판부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법관의 조력자’가 된다. 판사는 당사자보다 감정인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판사와 그 재판부의 감정인 선정 방식은 간단하다.

부동산 감정은 한국감정원이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에 등록된 감정인들의 목록을 요청, 관할 법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소재한 감정평가사를 지정한다. 즉, 누가 감정인이 될지는 ‘무작위 추첨’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무작위 추첨 방식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최근 대구 지역의 한 매도 청구 소송에서는 시가 평가를 한 법원 감정인이 법원 감정평가 당시 원고인 재건축조합에 고용돼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현재 대대적으로 재감정에 들어갔다.

소송 당사자인 조합과 용역 계약을 체결해 업무를 수행하고 용역비를 받는 관계에 있었던 감정평가법인 혹은 감정평가사가 소송 감정에서 공정한 감정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건축 사업에서 매도 가격 좌우하는 ‘감정인’
물론 소송 감정인이 된 감정평가사가 종전의 모든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감정으로 매도 가격이 결정되는 재건축 매도청구 소송에서 감정인의 도덕성만 믿고 기다리는 것은 위험하다.

그리고 애초에 감정 제도의 목적이 이해관계 없는 공정한 제삼자의 전문적인 판단을 구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해관계 없는 공정한 감정인을 선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판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선 감정 개시 전 감정인 신문 기일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감정이 개시되기 전에 감정인 신문 기일을 따로 진행하는 경우 감정인이 직접 법원에 나와 공정한 감정을 할 것을 선서해야 하고 양 당사자는 감정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이때 감정인에게 소송 당사자 일방에 관련된 제반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질의해야 한다. 그리고 감정인 신문 기일이 따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에도 소송 당사자는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문서 제출 명령과 감정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감정인이 상대방 당사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있는지 상대방에게 직접 근거 자료의 제출을 요청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문서 제출 명령 등을 신청할 때 제출을 요청하는 문서를 정확히 특정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하다.

만약 법원 감정인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사유를 법원 감정 개시 이후 알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민사소송법상 감정인 기피 제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감정인 기피 신청이 인용되면 기존 감정인 지정 결정이 취소되고 다시 새로운 감정인을 지정해 감정이 개시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3호(2019.07.15 ~ 2019.07.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