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전 사외이사’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이용자 부담 원칙 지켜야 수요 관리도 가능”
“전기요금은 이용 대가, ‘전기세’라는 인식 바꿔야죠”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전기요금 현실화와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전환을 수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석탄 중심의 에너지 구조에서 천연가스와 재생 가능 에너지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 한전의 미션이다.

한전 사외이사인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을 7월 9일 만나 한전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와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통과 의의를 들어봤다.

최 이사장은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를 바꾸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한전이 앞장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전기요금 현실화와 에너지 전환 과제를 이사회 임기 중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전 이사회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과 요금 체계 개편안이 함께 통과됐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배임죄 논란이 불거지면서 의결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이번 누진제 개편안 통과를 어떻게 보나.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먼저 대통령도 강조하고 국민도 바라던 하계 냉방권이 일정하게 보장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냉방권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에 대해선 요금 할인제를 할 것인지, 정부가 별도 지원을 할 것인지 논란이 많았다.

이것이 한전 경영을 악화시키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도 표심을 의식해 쉽게 건드리지 못했던 민감한 사안이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누진제 완화 정책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사회가 전기요금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누진제 개편안과 요금 체계 개편을 함께 추진하면서 오히려 지금이 원가를 반영하지 못했던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전기는 준공공재이면서 소비재이기 때문에 공기업에서 관리하고 정부가 컨트롤하고 있지만 소비재라는 측면에서는 이용자 부담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당연히 원가를 반영해야 한다.

최근 도시가스 요금이 평균 4.5% 인상됐는데 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대해선 아무런 저항이 없다. 도시가스 요금은 액화천연가스(LNG) 원료비에 연동돼 적용되도록 정부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싼 전기요금의 여름철 일부 인상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저항이 많다. 오죽하면 ‘전기요금’이 아니라 ‘전기세’로 부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세금처럼 생각하고 세금은 비싸면 안 된다고 여기는 것인데 이용한 것에 대한 대가인 ‘전기요금’이 맞다.

수요 관리 측면에서도 사용자에 부담을 주면서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소비재에 원가를 반영하고 이용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의 기본 원칙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런데도 비용 문제 때문에 여름철 냉방과 겨울철 난방을 못 하는 가구가 있다면 에너지 바우처나 복지기금 조성 등 별도의 복지정책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전기요금은 이용 대가, ‘전기세’라는 인식 바꿔야죠”
-일각에서는 주택용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문제는 없나.

“산업용 전기요금도 왜곡된 측면이 있지만 정부가 분야별 전기요금 원가를 공개하지 않아 데이터를 정확하게 공개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을 80% 정도 인상해 지금 산업용은 원가에 가깝게 회수하고 있다. 같은 기간 오히려 주택용은 20% 정도 가격이 다운됐다. 그러면서 원가에 상당히 못 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산업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인식처럼 산업용이 절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구조는 지난 10년간 많이 개선됐다는 것이 팩트다.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은 여름철 기준 하루를 경부하·중간부하·최대부하 시간대로 나눠 각기 다른 요금을 적용하는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로 운영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경부하에 확 몰리면서 부하가 늘어나는 측면이다. 산업용 자체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는 주장은 옛말이고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산업용뿐만 아니라 농업용·주택용·교육용 등 전체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꺼번에 조정하면 해당 분야 타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한전이 7월 1일 공시를 통해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이 포함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요금 체계에 어떤 변화가 생기나.

“현재 필수 사용 공제를 통해 전기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1단계 사용자 약 900만 가구에 대해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 주고 있다. 원래 취지는 에너지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저소득층을 위해 설계된 것이었다.

지금은 본래 취지와 다르게 1인 가구가 혜택을 보고 있어 폐지 또는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사회의 결정이다. 폐지하면 한전에 연간 4000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누진제 시행으로 예상되는 재정 적자가 3000억원 정도인데 이것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재정 보완 효과가 예상된다.

필수 사용 공제가 한전의 적자 채우기용이라는 오해를 많이 하는데 왜곡된 부분이 많아 전기요금과 상관없이 바로잡아야 했던 과제였다. 연봉 2억원인 김종갑 한전 사장도 월 4000원씩 할인받고 있다고 늘 지적했던 부분이다.

계절별 요금제는 각 가정의 실 사용량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미터기(AMI) 보급이 완료돼야 하므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당장 내년 6월에 바로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안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계절별 요금제 핵심은 여름에 가장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여름에 가장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다음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 겨울에는 여름보다 조금 낮지만 비교적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봄·가을에 요금을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시간별 요금제는 오전 10~12시, 오후 1~5시 시간대가 전기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면 이 시간대에 가장 요금을 비싸게 설정하고 적게 사용하는 밤 일부 시간대는 경부하로 가장 낮은 요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산업용에는 적용하고 있지만 주택용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어 이를 주택용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안이다. 선택 요금제는 누진제를 폐지 또는 조정하는 안, 현재 상태 그대로 두는 안 등 몇 가지 선택지를 주고 소비자가 자신이 사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전력 시장 전반의 왜곡 문제를 지적해 왔다. 왜곡 현상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원가와 이용자 부담 원칙이 반영되지 못한 전기요금 구조 문제와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서 복지정책과 전기요금 정책이 섞여버린 것이 문제다. 전기요금과 복지정책을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재차 강조하는 이유다.

공기업이라도 기업이라면 지속 가능한 경영이 보장돼야 한다. 지금처럼 계속 왜곡된 요금 체계로 적자를 강요당하는 구조에서는 한전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3호(2019.07.15 ~ 2019.07.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