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올해 안으로 재개발조합 설립 추진
- 2025년 조성 완료 목표
도시재생 닻 올린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 사업 본격화될까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이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까. 2010년부터 재개발 추진과 좌초를 반복했던 서울 최대 중고차 거래 시장인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에 다시 재개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수차례 재개발 추진이 불발됐던 이곳은 2016년 8월 ‘도시재생활성화계획’ 고시 이후 서울시가 개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 조금씩 추진되고 있다. 2018년 1월 ‘도시환경정비구역’이 지정·고시됐고 상가 소유주들로 구성된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같은 해 5월 설립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과 민간의 재개발 사업이 함께 진행 중이다. 물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통상 재개발은 정비기본계획→정비구역 지정→조합추진위원회→조합 설립→시공자 선정→사업시행인가→종전 자산평가→조합원 분양 신청→종후 자산평가→관리처분계획인가→이주·철거→일반 분양→공사→준공→입주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첫 삽을 언제 뜰지 예측하기 어렵다. 일단 서울시 측은 2025년 조성 완료를 목표로 정해 놓은 상황이다.

◆ 서울시가 직접 나선 장안평 도시재생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는 성동구 용답동 234 일대 2만9883㎡ 부지에 4개 동의 건물(652개 점포)과 자동차 전시장이 들어선 시설이다. 1979년 중고차 시장 양성화를 목적으로 한 ‘도시계획시설’로 만들었고 64개 중고차 매매 업체와 정비·부품사 등의 자동차 관련 시설 600여 곳이 모여 있다.

이곳의 재개발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자동차 산업만을 위한 도시계획 시설로 지정돼 일반 상업시설을 지을 수 없고 고도 제한 등의 규제로 민간의 독자적인 개발이 불가능했다. 지방자치체와 서울시 등의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652개 점포와 전시장 소유주들이 난립해 민간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에는 비용과 부지 확보에 문제가 있었다. 서울시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시설 노후화와 인터넷 거래 활성화 등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서울 외곽에 대규모 매매·정비단지가 들어서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하자 서울시는 자동차 매매 상사와 점포 소유주들의 의견을 취합해 현대화 작업 개발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역 발전과 자동차 산업 보전을 답보할 수 있는 개발 방안을 찾아야 했고 대규모 재개발에 따른 부동산 시장 충격도 고려해야 했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장안평 일대를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하고 자동차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후 2년여간의 검토와 세부 개발 개획안을 구상한 서울시는 2018년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사업 추진 방안을 마련했다.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 도시재상사업안에 따르면 새로 지어질 건물의 건폐율은 최대 70% 이하, 용적률 600% 이하, 높이 130m 이하로 정해졌다. 이 중 50%는 자동차 산업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며 30%는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그리고 20%는 일반 상업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서울시는 이 개발을 통해 장안평 일대가 자동차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사업에 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장안평 일대에는 중고차 매매센터를 중심으로 인근에 1800여 곳의 자동차 관련 업체와 5000여 명의 종사자가 일하고 있다”며 “이곳을 현대화 시설로 바꾸고 지역을 정비해 최첨단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만들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 계획이 마련된 만큼 하루빨리 사업을 진행하는 게 목표이긴 하지만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 안에 이해관계인들이 많아 잡음을 최대한 줄이고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 권오웅 위원장은 “장안평 매매센터 재개발에 대해 64개 중고차 매매 업체를 비롯해 점포 소유주들의 의견이 잘 모아지고 있다”며 “이미 70% 정도 동의를 받았고 올해 조합을 설립해 내년 안으로 사업 승인을 획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장안평 일대 전방위 자동차 산업 메카로
도시재생 닻 올린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 사업 본격화될까
서울시는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를 중심으로 일대에 퍼져 있는 자동차 관련 사업 지역들을 함께 개발해 자동차 관련 사업 벨트를 조성함으로써 장안평이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대상지는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가 있는 성동구 용답동과 동대문구 답십리동, 장안동 일대로 총면적 52만3805㎡에 이른다.

이들 지역은 앞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기존의 중고차 매매나 정비·튜닝 산업 등을 활성화하고 인근 중랑물재생센터와 연계해 재제조산업(중고 부품 리사이클링 산업)을 육성하는 ‘3+1(매매, 부품, 정비+재제조)’ 자동차 산업 활 성화 계획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장안평 재개발의 원활한 추진과 향후 개발된 후 시작될 첨단 자동차 산업 정착을 위해 2년 전부터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 옆에 장안평도시재생지원센터를 건립하고 마중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곳은 크게 4가지 분야에서 지역재생을 돕고 있다. 첫째, 자동차 매매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고 소비자 신뢰를 위해 자동차 딜러를 교육한다.

둘째, 수출 활성화를 돕는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장안평 애프터마켓을 소개하는 수출지원센터를 운영해 수출 박람회와 교류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셋째, 우수 자동차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 청년층 대상 맞춤형 창업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 축제를 비롯해 자동차를 모티브로 한 문화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어 장안평의 이미지를 높이는 중이다.

서울시 성동구 용답동 234 일대에 조성된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

◆ [돋보기] 르포/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 분위기는
-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데 곧 개발되겠죠?”


7월 9일 오전 10시.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6번 출입구. 예전과 달리 무척이나 한산하다. 수년 전만 해도 지하철 출구에 나서면 수십 명의 중고차 중개업자들이 달라붙던 분위기가 아니다.

중고차 중개업자로 보이는 네댓 명의 사람들이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다. 출입구를 통해 나오는 유동인구도 확 줄어들었다. 아무리 출근 시간대가 넘어선 때라고는 하지만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 중 6번 출입구를 이용한 이는 기자밖에 보이지 않는다.

발걸음을 몇 발짝 옮기자 대로변 맞은편에 허름한 3층 건물이 나란히 눈에 띈다. 수백 개의 간판 대부분이 녹슬어 있거나 색깔이 발했다. 지하철 출입구만큼이나 이곳 상가도 썰렁하다. 좀처럼 차를 사러 온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던 차에 한 중개업자가 “차를 보러 왔느냐”고 말을 걸어왔다. 아니라며 장안평 도시재생과 관련된 취재를 하러 왔다고 손사래를 치자 “여기 개발되겠죠?”라고 되묻는다. 이 중개업자의 말을 들어보니 상당수의 사업자들과 점포주들이 재개발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눈치다.

이 중개업자와 말을 나누고 있는 사이 다른 중개업자가 다가 왔다. 그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이곳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러다가 여기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다 굶어 죽을 수도 있다”며 “재개발이든 도시재생이든 제발 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점포주가 아닌 임대해 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은 ‘개발이 되면 쫓겨나게 된다’며 대부분 반대했지만 이제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다’며 차라리 개발돼 이 지역에 사람이 북적였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들과 이야기를 마친 후 건물 내부를 둘러봤다. 오래된 건물 안 역시 곳곳이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햇빛이 들지 않아 스산했다. 화장실 역시 1990년대 터미널 화장실처럼 수세식 변기가 놓여 있었다.

이 건물 안에 있는 한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무실에는 30년째 이곳에서 중고차 중개업을 하고 있는 중개업자가 있었다. 그에게 도시재생과 관련해 분위기가 어떤지 묻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재개발 얘기가 나온 게 벌써 10년 됐다”며 “계속 말만 나오고 진척은 전혀 없는데 아마 내가 죽고 난 뒤에나 개발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대여섯 시간 동안 장안평 중고차 매매 시장을 둘러보면서 10여 명의 사람들을 만났는데 반응은 두 가지였다. 도시재생이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사람이거나 기다리다 지쳐 이제는 반쯤 포기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3호(2019.07.15 ~ 2019.07.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