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시스템부터 전문가 투입까지…‘혁신적 변화’ 없인 살아남기 힘들어
‘음식 천국’ 일본의 외식 점포 성공 방정식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먹는장사’는 창업 공화국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사실상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자 최종 선택이다. 숫자가 뒷받침한다. 음식점(주점 포함)은 증가세다. 2005년 53만 개에서 2015년 66만 개가 됐다.

1인 가구와 프랜차이즈 흥행으로 음식점은 인구 78명당 1개꼴이다. 포화 논쟁이 계면쩍게 또 성장한다. 외식업 성장률(8.9%)은 국내총생산(GDP)보다 2~3배 높다. 그러니 맥도날드 세계 매장보다 한국의 치킨점이 더 많고 그 치킨점도 커피숍을 못 따라간다.

진입 장벽은 낮지만 퇴출 항로는 급경사다. ‘웬만해선 망하지 않는다’와 ‘그 끝은 폐업’이라는 반론이 맞서지만 망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은 갈수록 옅어진다.

‘먹는장사는 곧 남는 장사’의 이미지 덕에 창업 박람회도 음식 아이템이 압도적이지만 들리는 것은 망했다는 소문 천지다. 먹는장사로 흥하자면 차별화가 필수다. 그저 그런 옛날 방식만으로는 어렵다. 경쟁은 거세졌고 고객은 까다롭다.
‘음식 천국’ 일본의 외식 점포 성공 방정식
◆셀프 시스템으로 문전성시 이루는 일본 우동 체인

음식 천국 일본은 외식 점포의 생존 모델이 추출되는 최전선 무대다. 무엇보다 한국의 환경 변화가 실시간으로 적용되는 시장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와중에 까다로워진 소비 심리가 반영될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일손 부족과 경쟁이 벌어진다.

살아남은 점포라면 뭔가 특별한 생존 전략이 있기 마련이다. 개별 점포의 놀라운 아이디어는 고정관념을 깬 혁신 실험일 수밖에 없다. 최근 ‘외식왕’ 시리즈로 화제를 모은 ‘TV도쿄’는 이를 ‘차원이 다른 서바이벌’이라고 규정한다.

일본도 외식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2016년 기준으로 스키야규동 등을 내세운 젠쇼가 업계 1위(연매출 5300억 엔대)지만 3~10위권은 엎치락뒤치락한다. 4위 일본맥도날드처럼 단일 품목만 내세운 곳과 함께 상당수는 다양한 외식 메뉴를 개별 산하에 두고 다각화를 지향한다. 매출액 1000억 엔 안팎에서 톱10 진입 경쟁이 일상적이다.

돋보이는 행보는 ‘마루가메제면’이다. 세계 최대 사누키우동 전문 브랜드로 유명한데 미국·동남아는 물론 한국에도 지점을 낸 대형 체인이다. 주문부터 계산까지 직원 없이 고객이 스스로 진행하는 셀프 시스템이다. 주문 후 쟁반·접시도 고객이 직접 챙기고 요리가 나오면 픽업도 셀프식이다.

마루가메제면은 이런 셀프식 우동 체인으로 급성장 중이다. 한 그릇에 300~500엔대의 저가로 입소문을 탔다. 주문 후 즉시 제조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관리와 고집스러운 품질 향상도 경쟁력의 원천이다. 요컨대 값싸고 편리하며 신속한 한 끼 식사를 내세워 성공 신화를 썼다.

대기 행렬은 마루가메제면의 상징이다. 2000년 지방에서 창업한 후 일본에서만 800개 점포로 컸다. 해외에서도 200개에 육박하는 점포를 보유하며 사세를 확장 중이다. 대형 체인(토리돌) 소속답게 2025년 5000억 엔의 매출 목표를 통해 현재보다 5배 이상 키운다는 포부다.

더 주목할 만한 행보는 새로운 도전이다. 마루가메제면은 우동만으로는 부족해 야키소바와 라멘까지 라인업에 끌어들였다. 일단 구조를 갖췄으니 품목을 확장해 외식업계의 혁신과 과실을 독점하겠다는 포부다.

최근엔 주점업계에도 발을 들였다. 술집은 외식 체인 중에서도 부진하기로 유명한 업태인데 이곳에 역전의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패스트푸드처럼 서서 간단히 마신다는 개념의 다치노미(서서 먹는 주점) ‘반파이야’가 주인공이다. 2017년 10억 엔을 들여 매수했다. 거대 체인의 노하우·자금력을 앞세워 적극적인 출점 전략이 실현됐다.

독특한 것은 주점인데도 오전 11시 오픈해 낮부터 한잔 즐기려는 수요에 주목했다. 생맥주 1잔과 안주 3접시(스시·튀김·조림)를 도합 890엔에 내놓았다. 파격적이다. 메뉴의 80%는 100엔대로 놀랄 만한 저가다. 그 덕분에 월평균 매출은 약 400만 엔대로 수도권에 40개 점포가 출점했다. 재료 수급과 손질 등의 자동·기계화와 매장 공정의 효율화로 가격 저항을 낮췄다. 일상적인 작은 개선도 모아지면 큰 혁신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 낸 사례다.
‘음식 천국’ 일본의 외식 점포 성공 방정식
◆컨테이너로 세운 ‘움직이는 피자 가게’

신규 출점과 리모델링이 화두라면 이 인물의 조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관건은 새로운 부가가치와 남다른 모객이다. 주인공은 손만 대면 승승장구의 점포로 변신시킨다는 기시모토 다쿠야 씨다. 빵집 전문가로, 몰락한 가게에 부활을 전파한다.

빵도 이젠 녹록한 창업 아이템은 아니다. 원재료가 비싸지고 대형 자본이 침투하면서 경영난을 호소하는 빵집이 수두룩하다. 혁신은 그의 등장으로 실현된다. ‘베이커리 프로듀서’란 자기소개답게 빵집 운영과 관련된 실험을 선도한다.

제빵·판매·확대 등 메뉴 선정은 물론 점포 내·외장과 네이밍도 실시한다. 국내외에서 70개 베이커리 점포를 기획하고 감수한 경험을 통해 죽은 가게를 되살리는 기술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특기는 코페빵(바닥이 납작한 빵)이다. 형형색색의 채소를 넣은 부드러운 빵으로, 종류만 점포별 20~30개를 구성한다. 압도적인 크기지만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 선택으로 인기가 높다. 해당 점포가 들어선 토종 농산물과 유명 음식을 활용한 지역 한정판 메뉴도 제공한다. 원재료인 빵의 식감을 되살리면서 향까지 녹여낸 부드러운 코페빵은 속 재료의 혁신으로 매번 진화한다.

특히 차별적인 것은 눈길을 잡는 간판 구성이다. 지나가던 차 속에서 흘낏 봐도 기억할 수 있는 거대한 간판 크기와 독특한 가게 이름이 유명하다. 독자적인 디자인과 이름으로 고객 관심을 유도해 낸다. 훈수 요청이 잇따른다. 편의점·슈퍼마켓 등 라이벌이 분투 중인 가운데 그의 손을 거친 빵집의 승리 방정식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국은 아니지만 일손 부족은 일본의 점포 영업을 괴롭히는 상시 악재다. 일손 부족으로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고임금을 주면 채산이 악화돼 뾰족한 수가 없다. 배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온 역발상이 탈(脫)택배 전략, 즉 손님이 받아가는 테이크아웃으로의 변신 시도다.

배달 피자를 내세운 ‘나폴리가마’는 일손 부족 속에 흑자 달성을 위해 배달을 버리고 역발상의 테이크아웃을 선택했다. 배달 전문점은 점주 혼자 주문·제조·배달까지 다할 수밖에 없다. 전화만으로 주문을 받아 혼자 직접 만들어 두면 고객이 특정 시간에 찾아가는 구조다.

물론 홀로 3~4인 역을 하자니 생산성이 떨어진다. 직원을 뽑자니 사람이 없고 비용도 높다. 주문 거절조차 일이다. 이때 혁신은 반복된다. 불편함을 채우기 위해 움직이는 피자 가게를 현실화했다. 빈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놓고 점주 홀로 대응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맞춤형 소형 전기 가마를 제작해 크기는 10분의 1로, 운영비용은 3분의 1로 줄였다. 굽는 시간도 절반(6분)이면 충분해 대기 없이도 고객이 신속하게 찾아가도록 했다. 현재 110개 중 희망 점포에 한해 직접 배달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전환 중이다.

자본력이 달리고 마땅히 직원을 쓰기 힘든 상황에 역발상의 소규모 테이크아웃 전략은 배달 점포가 갖는 특유의 한계를 혁신 아이디어로 극복한 사례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3호(2019.07.15 ~ 2019.07.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