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Ⅱ]
-허준홍·허서홍, (주)GS 지분 꾸준히 매입…허세홍·허윤홍 ‘정중동’
‘재계 8위’ GS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은 누구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최근 재계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삼성·현대차·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집단들의 수장이 속속 4050세대로 바뀌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곳은 GS다. 허창수 GS 회장을 중심으로 ‘가족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GS는 아직 뚜렷한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허 회장이 여전히 활발한 경영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GS를 이끌 인물이 누구일지에 대해 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GS의 4세 경영자들이 지주회사 (주)GS의 지분 늘리기에 나서면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현재 GS그룹을 대표하는 인물은 허창수 GS 회장이다. 허 회장은 2004년 LG와 GS가 분리되며 GS홀딩스가 설립될 당시부터 회장을 맡아 왔다, 그는 정유·건설·유통을 축으로 GS를 재계 순위 10위권 내까지 올려놓았다.

GS그룹이 출범할 때 허 회장은 허 씨 가문의 추대로 그룹 회장에 올랐다. 허 회장은 1995년 오너 2세 구자경 회장과 허준구 회장이 동반 퇴진할 때 부사장에서 곧바로 회장 지위에 오르며 마찬가지로 오너 3세인 구본무 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허 씨 가문을 큰 탈 없이 이끌면서 계열 분리 후 자연히 그룹 수장에까지 올랐다. GS그룹은 출범 당시 계열사가 13개에서 2018년 5월 1일 국내 계열사 기준 71개로 크게 늘어났다. 매출 규모도 23조원에서 58조원대로 뛰었다.

하지만 GS그룹은 현재 경영에 참여하거나 지분을 소유한 오너 일가 구성원만 50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그룹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 같은 오너 중심의 확고한 경영 체제 속에 전문경영인이 오너 일가 경영진을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전문성을 보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 같은 경영 방식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진다. 장점은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 갈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GS는 주력 사업이 정유·건설·유통이다. 모두 기존의 강자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문이다.
‘재계 8위’ GS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은 누구
50여 명의 ‘가족’이 지분 보유

첫 민간 정유사 호남정유가 모태인 GS칼텍스는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국내 주유소는 2410여 개로 시장 2위 규모를 지키고 있다. GS칼텍스는 공장·철도·항공 등 산업용과 운송용으로 정유를 공급한다. 정유 생산량의 60% 이상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GS칼텍스의 정유 사업 비율은 85.8%로 절대적이다.

GS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한 계단 뛴 5위를 차지해 ‘톱5’ 반열에 올랐다. 오랜 업력과 시공 능력, 자이(Xi) 같은 브랜드 인지도 등이 경쟁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GS건설은 해외 플랜트 공사, 주택 공사 등 다양한 수주 기반을 갖고 있다.

유통 역시 전통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상위 3사 중 하나인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을 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현재 1만3000여 개에 이른다. GS홈쇼핑은 1995년 8월 TV홈쇼핑 선발 주자로 나서며 사업 역량을 축적해 왔다. 홈쇼핑은 진입 장벽이 높아 편의점과 함께 과점 사업자 지위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GS그룹을 이끌 차기 수장이 누가 될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GS그룹의 핵심인 GS칼텍스의 정유 사업은 국제유가와 환율이라는 대외변수에 취약한 사업이다. GS건설은 분양가 상한제 등 건설 규제 등에 영향을 받는 점도 부담이다.

GS홈쇼핑은. 모바일 시대 TV 시청률 하락 추세를 뒤집을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류 열풍으로 기대를 모았던 해외 진출도 부진하다. 2009년부터 인도·태국·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터키 등 7개국에 합자법인 등으로 진출했지만 손실이 누적돼 지난해 터키 사업을 접었다. 해외 사업장은 전반적으로 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 철수 가능성도 있다.

GS를 이끄는 허 씨 가문은 유교적 가풍을 중심으로 한 위계질서 문화가 강한 편이다.

반면 복잡한 지분율과 세대가 내려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는 가족 간 결속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배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낳는다.

갖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가운데 GS그룹의 후계 구도는 크게 두 가지 줄기로 나눠진다. 전방위로 활약 중인 4세들 중 한 명이 수년 내에 경영권을 쥐는 시나리오와 3세 경영이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현재는 재계의 트렌드에 맞춰 전자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

GS건설을 제외한 계열사 모두를 총괄하는 (주)GS의 지분율이 이들 시나리오 진행 과정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GS는 GS에너지 지분 100%를 갖고 있고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50%)를 비롯해 GS리테일(65.75%)·GS글로벌(50.70%)·GS E&R(69.74%) 등의 그룹사를 지배 중이다. (주)GS의 경영권을 쥐는 이가 GS그룹을 이끌게 되는 것이다.
‘재계 8위’ GS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은 누구
4세대, 지주회사 (주)GS 지분 꾸준히 늘려

이 때문에 재계에선 GS그룹의 4세들이 경영 시험대뿐만 아니라 지분 구도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불명확한 상황에선 지분을 많이 확보할수록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4세 경영자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빅4’라고 불리는 인물들이다.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등이다.
이들은 GS 주식을 꾸준히 늘리며 그룹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5월 22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허준홍 부사장은 5월 17일과 20일, 21일 3차례에 걸쳐 그룹 지주사인 (주)GS의 주식 총 8만 주를 장내 매수했다. 허준홍 부사장의 보유 주식 수는 193만327주로 늘어났고 지분율은 2.08%가 됐다.

현재 GS그룹 오너 4세 가운데 가장 많은 GS 지분을 보유한 인물은 허준홍 부사장이다. 허 부사장은 3월 22일 삼양통상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며 올해 첫 등기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3월에는 부친 허남각 회장을 제치고 삼양통상의 최대 주주에도 올랐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아들인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역시 5월에만 들어 3차례에 걸쳐 (주)GS의 주식 4만 주를 사들였다. 특히 허 전무의 지분 매입 속도는 다른 4세들보다 두드러진다. 그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으로, 총수 일가 4세 가운데 비교적 늦게 임원이 됐지만 2017년 말 1.24%였던 지분율은 지난 4~5월 집중적으로 늘어 현재 1.6%까지 높아졌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장남)과 허철홍 GS칼텍스 상무(허정수 GS네오텍 회장 장남), 허윤홍 GS건설 부사장(허창수 GS 회장 장남)은 현재 각각 1.54%, 1.37%, 0.53%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1969년생으로 4세 중 가장 연장자로 꼽힌다. 특히 4세 가운데 가장 먼저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 수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후계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된다.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은 허창수 회장의 장남으로, 유력 승계 후보자로 거론되지만 정작 (주)GS의 지분율은 0.53%에서 변동이 없다. 오히려 GS건설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는 등 건설 경영권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장남과 장녀인 허원홍(0.61%)·허성윤(0.23%) 씨와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선홍(0.26%) 씨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GS의 주식 매입을 이어 가고 있다. 이들 역시 모두 GS그룹 오너 일가 4세다.

허용수 GS에너지 아들인 허석홍(18)·허정홍(15) 씨는 5월에만 각각 9차례, 8차례에 걸쳐 (주)GS 주식을 매수했다. 이들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0.9%에서 1.02%로, 0.36%에서 0.47%로 늘었다.

이 가운데 삼양통상과 GS네오텍 등 총수 일가가 소유한 개인 회사들도 (주)GS의 지분 확보에 가세하면서 힘의 균형이 어떻게 이어질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법인’의 지주사 지분 매입 눈에 띄어

GS네오텍은 5월 17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주)GS 주식 총 3만7500주를 매입했다. 지분율은 0.04%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총수 일가 개인이 아닌 법인이 매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기통신 공사 업체인 GS네오텍은 허정수 회장이 지분 99%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나머지 1%를 허정수 회장의 두 아들인 허철홍 GS칼텍스 상무와 허두홍 씨가 나눠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 허정수 회장과 허철홍 상무, 허두홍 씨가 (주)GS의 지분을 각각 0.12%, 1.37%, 0.63%씩 보유한 상황에서 GS네오텍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GS네오텍은 매년 5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회사다. 지난해 말 현재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 상품 포함)이 1100억원에 달한다. 매년 배당을 통해 허정수 회장의 든든한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허정수 회장이 GS네오텍에서 받은 배당금은 114억원에 이른다.

앞서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삼양통상이 (주)GS의 주식 20만 주(0.22%)를 사들였다. 피혁 사업을 하는 삼양통상은 GS네오텍처럼 처음으로 (주)GS의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양통상은 허남각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이 지분 22.05%를 보유하며 최대 주주로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허준홍 부사장이 (주)GS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같은 시기에 아버지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은 지분을 매도했다는 점이다. 허남각 회장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주식시장에서 21만2430주를 팔았고 같은 기간 허준홍 부사장은 20만 주를 매입했다. 허남각 회장이 4세 경영자인 허준홍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구도다.

물론 3세 경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무시할 수 없다. 허용수 GS EPS 대표는 (주)GS의 지분을 5.26% 갖고 있어 허창수 회장 지분(4.75%)보다 많다.

[돋보기] 눈길 끄는 GS그룹 4세대 경영인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은 GS그룹 오너 가문의 장손이다. GS그룹 오너 4세 중 가장 많은 지주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 작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해 GS칼텍스의 윤활유 사업부문을 이끌게 됐다. 1975년 8월 21일생으로 보성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글로벌 석유회사 셰브런을 거쳐 GS칼텍스에 입사했다. 여수공장을 시작으로 윤활유 해외 영업과 싱가포르 법인, 액화석유가스(LPG) 사업, 법인사업부문을 거쳐 윤활유사업본부장에 올랐다. 운동을 좋아하며 고등학교 때까지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 GS칼텍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1969년 11월 21일 서울에서 ‘미스터 오일’로 불리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오사카전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뱅커스트러스트 한국지사, IBM 뉴욕지사에서 일했다.

GS칼텍스에 입사해 싱가포르법인과 여수공장을 거쳐 석유화학사업본부 본부장,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GS칼텍스 등기이사가 됐지만 1년을 채우기도 전에 GS글로벌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GS글로벌에서는 무역 중심의 사업에 석탄광 개발 사업을 추가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조용한 성격으로 외부에 얼굴을 잘 보이지 않는 편이지만 동시에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경영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는 1977년생으로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사위다.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은 허창수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GS건설 신사업추진실장을 맡고 있고 GS건설에서만 15년 가까이 일했다. 1979년생으로 한영외고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서 일하다 2005년부터 줄곧 GS건설에 몸담았다.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직원들과 술자리 등으로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3호(2019.07.15 ~ 2019.07.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