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건조기·스타일러 이을 차세대 주자 찾기…맥주 제조기 신가전 대열 올라설까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LG전자가 신(新)가전 후속작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신가전이 최고의 ‘효자’로 부상하면서다. 2분기 실적 결과 스마트폰의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LG전자의 수익성 개선에 가전이 크게 기여했다. 전통적인 TV·냉장고·에어컨이 아니다. 스타일러·건조기·무선청소기 등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가전으로 새로운 수요를 일으켰다. 성장을 주도할 신가전 후보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신가전 성공 경험 쌓은 LG전자…‘신가전 2.0’에 주력
최초의 냉장고가 개발된 이후 오랜 기간 가전은 곧 ‘백색 가전’이었다. 신라시대 석빙고, 조선시대 동빙고와 서빙고를 만들어 얼음을 저장해 온 사람들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가정용 냉장고를 개발하고 국내에서 1956년 금성사가 최초의 냉장고를 출시하면서 집집마다 필수 가전을 두기 시작했다. 가정생활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냉장고·세탁기·에어컨(냉·세·에)은 오랜 기간 가전의 ‘빅3’로 군림해 왔다.

신가전은 ‘냉·세·에’ 이외에 새롭게 필수 가전으로 부상한 제품들을 말한다. 주52시간 근무제 등 사회구조 변화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면서 이전과 다른 가전 소비 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흰색으로 통일됐던 가전은 이제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선보인다. ‘환경’과 ‘건강’의 키워드와 만나 가치 소비 제품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가전 업체들은 새로운 트렌드의 방향과 속도를 감지하고 소비자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면서 신가전 열풍을 만들었다.

신가전이 출현하게 된 주요한 배경에는 기존 필수 가전의 성장 정체가 자리하고 있다. ‘냉·세·에’ 가전 3총사는 견조한 실적을 냈지만 추가 성장에는 한계를 보였다. 인구는 줄고 청년들의 결혼은 늦어지고 있다. 업계가 ‘프리미엄 전략’ 혹은 ‘원가 구조 개선’의 두 방향으로의 성장성을 검토해 오다가 ‘새 수요 창출’로 방향을 튼 게 신가전이다.

백색 가전은 옛말…가전의 정의가 달라진다
신가전 1.0 바람은 ‘4대 가전’이 주도했다. 스타일러·무선청소기·전기식건조기·공기청정기가 주인공이다.

LG트롬 스타일러는 의류 관리기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세탁기 사업부장 시절 출장 중에 겪은 에피소드가 제품 아이디어로 발전했다. 호텔 욕실에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옷을 걸어 놓으니 구겨진 옷이 펴졌다는 데서 개발의 단초를 마련했다. 2011년 첫 출시됐을 때는 비인기 제품이었지만 2015년 업그레이드된 2세대 제품이 나오고 2016년 미국 시장에도 출시되면서 의류 관리기라는 신개념 시장을 이끌게 됐다.

스타일러를 제외하면 하늘 아래 새로운 제품과 기술은 없다. 신가전 1등 공신, 건조기는 2016년 10월 LG전자가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 건조기를 선보이며 급성장했다. 건조기가 세탁기와 하나의 세트로 인식되면서 신혼부부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다. 오래 전 빨래터로 대변됐던 세탁 문화는 이제 신가전이 이끈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필수 가전의 영역으로 부상했다. LG전자는 신가전 마케팅의 초점을 미세먼지에 맞추면서 수요를 개척했다. 2017년 6월 출시된 코드제로 A9은 100만원이 넘는다. 다이슨보다 비싼 값이다.

가전의 세그먼트가 늘어나면서 수익성도 좋아졌다. 2016년 이후 LG전자 가전 사업은 정체 국면을 벗어나고 올 들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13.3%를 기록했다. 글로벌 가전 공룡인 월풀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모터·인버터·컴프레서 등 자체 기술을 활용하면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신가전의 특성상 신가전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이익도 개선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내가 대세, ‘신가전 2.0’
LG전자는 새로운 소비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에 연구·개발(R&D)을 확대하며 매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장 선도자 위치에 있는 만큼 새롭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생활 가전 사업의 주도권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건조기와 스타일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를 노리는 신가전 후속작들은 이른바 신가전 ‘2.0’이다.

신가전 신제품은 3인방이다. ‘LG 퓨리케어 미니’, ‘LG 디오스 식기세척기’, ‘LG 디오스 전기레인지’가 그것이다. 휴대용 공기청정기와 식기세척기·전기레인지 등 2세대 신가전은 스타일러와 같이 새로운 제품군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필수 가전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을 키우게 됐다.
신가전 성공 경험 쌓은 LG전자…‘신가전 2.0’에 주력
먼저 3월 출시된 LG 퓨리케어 미니는 30만9000원의 가격으로 휴대용 공기청정기 시장을 공략한다. 퓨리케어 미니 공기청정기의 필터는 6개월 동안 하루 12시간 사용 가능한 수명을 가지고 있다. 기존 휴대용 공기청정기의 필터 교체 주기가 1개월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6개월로 늘리면서 유지비용의 경제성을 강조했다. LG전자는 깨끗한 공기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공기청정기의 카테고리를 휴대용으로 넓혔다. 휴대용 공기청정기 시장은 2년 전 연간 약 100만 대 규모에서 지난해 140만 대로 성장했다.

LG전자는 올해 전기레인지가 가스레인지를 넘어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기레인지가 가스레인지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더 세진 화력에 있다. 불 없는 전기레인지 중 기존의 하이라이트는 펄펄 끓지 않는 점이 단점이었다. 디오스 전기레인지는 3중 고화력 부스터 기술을 적용해 단일 화구 기준으로 3kW의 고화력이 가능하다. 동급 가스레인지보다 조리 속도가 최대 2.3배 빠르다. 또한 14가지의 안전 기능을 탑재했다.

3월 말 출시된 식기세척기는 세척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총 54개의 고압 물살의 토네이도 세척 날개가 탑재됐다. X자 모양의 날개가 시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번갈아 회전하면서 만들어 낸 물살이 차별적 기술이다. ‘식기세척기는 손 설거지보다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다’는 기존 제품의 한계와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는 데서 신제품 아이디어가 나왔다. 2013년 이후 7년 만에 12인용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손 설거지 대비 세척력 26% 우수’라는 객관적 데이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출시 두 달 만에 보급이 확대되면서 신가전 유력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가전 신제품의 공통점은 ‘친환경’과 ‘건강관리’라는 트렌드에 부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기존 제품이 다수의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원인을 파악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부각하는 것이다. 여기에 ‘편의성’과 ‘안정성’이라는 가치를 앞세운다. 또한 디자인도 놓치지 않는다.

LG전자는 7월 16일 또 하나의 신가전 신제품을 예고한다. 가정용 수제 맥주 제조기 ‘홈브루’의 출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근 수제 맥주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LG전자는 가정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면서 홈브루를 개발하게 됐다. 술이라는 영역에서 신가전 차세대 주자가 나올 수 있을지 갸웃하면서도 한 집에 한 명만 술을 즐겨도 필수 가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신제품 출시 계획은 없지만 R&D 단계에서 도전장을 내미는 참신한 신가전들도 있다. 아이스크림 제조기, 가정용 식물 관리기, 가정용 탈모 관리기, 발광다이오드(LED) 응원봉 등이다. 이미 기술은 있다. 상품화 계획은 타진 중이다. 신가전의 영역에서 카테고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기존의 가전사업부 이외의 부서에서도 신가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례로 탈모 관리기는 TV사업부에서 아이디어를 낸 상품이다. 기존 LED 기술을 활용해 뷰티 가전 ‘프라엘’을 성공시킨 후 남성용 상품으로 탈모 관리를 생각해 냈다.

LG전자의 신가전은 카테고리 확장 후 렌털 비즈니스와의 융합 전략이 예상된다. 최근 LG전자는 대형 가전은 고급화 전략, 신가전은 확장 전략 그리고 렌털 비즈니스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수기뿐만 아니라 스타일러·건조기 등 다양한 신가전으로 상품을 엮어 실적을 개선하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과거와 달리 환경·건강·디자인 등에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기존의 한계를 기술력으로 극복하면서 새로운 신가전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가전 성공 경험 쌓은 LG전자…‘신가전 2.0’에 주력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3호(2019.07.15 ~ 2019.07.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