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매년 40% 성장’ 전기차 배터리 삼성$LG$SK 글로벌 ‘원톱’ 경쟁]
-글로벌 4각 생산체제 구축, 수주 잔액 110조원…5년 내 배터리로 매출 절반 달성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지금으로부터 5년 뒤 LG화학은 매출의 절반을 배터리 사업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2018년 22%(6조5000억원)에 그쳤던 배터리 비율이 2024년 49%(31조6000억원)까지 늘어나고 현재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은 30%대로 줄어든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로 시작해 국내 최대 규모 화학 회사로 성장한 LG화학이 이제 배터리 회사로 이름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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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전지부터 ESS, 자동차 배터리까지
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특징은 수주 베이스라는 데 있다. 공장 신·증설 계획도 완성차 업체와의 합의가 이뤄져야 윤곽이 나온다. LG화학은 2019년 1분기 기준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 110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 말 42조원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향후 수주 잔액 내역을 바탕으로 2020년 말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연간 166만 대(110~110GWh) 수준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는 미국·유럽·중국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와 유럽의 아우디·다임러·르노·폭스바겐·재규어 등이 LG화학과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향후 중국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마쳤다. 또 국내에선 현대·기아차가 고객이다.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중국·유럽 등 3개 지역에 생선 거점을 구축한 유일한 업체가 LG화학이다.

LG화학 배터리의 강점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양산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추진하게 된 시점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당시 영국 출장에서 충전하면 여러 번 반복해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를 접하고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면서 1996년 리튬 이온 전지의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리튬 이온 전지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소형 전지에서부터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자동차까지 확대해 왔다.

LG화학은 특히 초창기 1세대 전기차 시대 때부터 완성차 업체들과 탄탄한 수주 기반을 다져 왔다는 점에서 강점을 내세운다. GM은 1세대 전기차를 시작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수주 기반은 곧 국내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으로도 이어진다. 2018년 35GWh에서 2019년 70GWh로, 2020년엔 110~110GWh로 커질 예정이다. LG화학은 가격·성능·안전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지속 확보해 3세대 전기차(500km 이상)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확실한 1등을 수성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일찌감치 진입할 수 있었던 데는 의사결정 측면에서의 전략적인 판단도 주효했다. 1세대 전기차 시대가 시작된 2010년 무렵 전기차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2012년까지만 해도 하이브리드(HEV)와 전기차(EV) 사이에서 의사결정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당시 소형 전지를 생산하던 곳들 중 파나소닉은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쪽에 더 무게를 실었다. 리튬 이온 전지의 위험성 때문에 상용화에 의구심을 품고 HEV를 중심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연비 개선과 출력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개발을 강화했다.

LG화학은 EV 주행거리를 확대하는 쪽으로 개발 방향을 맞췄다. 1세대 전기차 생산 당시 완성차 업체들을 통해 정보를 얻으면서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EV 주행거리에 따라 차등 적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전기차 시장의 확대 니즈를 파악했다. 유럽 시장은 PHVE가 우세한 상황이었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수익성을 따져볼 때 방향성은 EV가 명확했다. 배터리 용량이 HEV는 약 1.5~2KWh, PHEV는 15~20KWh, EV는 60KWh 이상이다. EV 1대가 HEV 40대와 같은 물량인 셈으로, EV에 집중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LG화학으로선 한정된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하기 위해 PHEV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EV에 총력을 기울이는 ‘선택과 집중’을 했는데 실제 EV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남보다 앞서 시장에 들어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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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밀도 높이는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LG화학은 2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준비하면서 니켈 함량이 60%인 양극재를 사용했다. LG화학은 3세대 전기차 배터리에는 네켈 함량이 80% 이상인 양극재를 사용할 예정이다.

고용량 소재를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배터리 폭발 등 문제가 발생해 전기차 리콜 사태가 벌어진다면 해당 배터리 회사는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LG화학은 오랜 기간 차근차근 안정성을 준비해 왔다. 1~2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 10년간 사고가 난 적이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라미네이션 앤드 스태킹(Lamination & Stacking)’ 제조 기술을 앞세운다. 내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자체 기술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은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용량을 넣기 위해 이 방법을 고안하게 됐다. 과거 길게 만들어 말아 올리는 방식으로 배터리를 만들던 방식에 비해 하나씩 쌓아 올려 깎아 치는 방식으로 파우치의 빈 공간을 최소화할수 있었다. 이와 함께 분리막의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한 안전성 강화 분리막 등 특허들도 가지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4대 소재 중 특히 양극재의 내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용량 양극재 소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소재 중 가장 높은 원가를 차지하는 양극재를 자체 개발하는 게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LG화학의 양극재 내재화율은 25%에 이르며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은 현재 2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차질 없이 공급하면서 동시에 3세대 배터리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세대 배터리 양산과 함께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개발·수주를 진행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주가 이뤄진 2년 뒤부터 양산이 가능해야 하며 증설 투자에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3세대 배터리는 소재 측면에서 고용량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한편 성능 측면에서 충전 속도를 높이는 방향성을 갖는다. 한쪽에선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급성장한 CATL이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2세대 이후를 대응하면서 CATL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지가 향후 추가 성장의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톱티어 업체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중국 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 20년 이후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은 2015년 타깃 시장으로 공략하던 중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의 영향으로 한 차례 계획이 무산되면서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중국 로컬 브랜드 1위 지리자동차와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중국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오창(한국)-홀랜드(미국)-난징(중국)-브로츠와프(폴란드)’로 이어지는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 체제를 구축해 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준 연간 58만 대 이상(35GWh, 2018년 말 기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톱 배터리 컴퍼니’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속적인 투자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여기저기서 나왔지만 2005년 2차전지 사업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때 고 구본무 회장이 “이 사업은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끈질기게 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임직원들을 다독이며 사업을 지속해 온 결과 현재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는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 1위로 평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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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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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4호(2019.07.22 ~ 2019.07.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