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임재택 사장, 취임 1년여 만에 사명 빼고 모조리 뜯어고쳐

-‘은둔형 증권사’ 인식 벗고 체질 개선 성공
‘혁신의 아이콘’으로 변신한 한양증권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한양증권은 지난해 3월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임재택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임 사장은 한양대를 나오지 않은 첫 한양증권 최고경영자(CEO)다.

한양증권의 최대 주주인 학교법인 한양학원은 그동안 한양대 출신에게만 CEO를 맡겼다. 서울대 출신인 임 사장에게 CEO 자리를 넘긴 것은 그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임 사장은 취임 후 43년 된 회사 로고(CI)를 비롯해 조직 체계, 기업 문화, 사무실 환경 등을 과감하게 바꾸는 중이다. 변화와 혁신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양증권의 올해 1분기 순영업수익은 197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3% 증가했다.

임 사장은 “올 초 목표로 내걸었던 2021년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달성을 통한 강소 증권사로의 도약은 당장 올해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레이트 컴퍼니를 넘어 자본시장에서 혁신 성장을 거듭하는 비욘드 엑설런스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43년 만에 CI 교체하고 인력 140여 명 보강

한양증권은 1956년 창립된 상장 증권사다. 학교법인 한양학원(지분율 16.30%)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40.45%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2698억원, 지난해 순이익은 46억원을 거뒀다. 지점은 전국적으로 5곳에 불과하고 홍보와 기업설명회(IR) 등의 대외 활동이 드물어 ‘은둔형 증권사’로 인식됐다.

임 사장은 취임 이후 한양증권의 체질을 바꾸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3월 4일 CI를 43년 만에 교체했다. 새 CI는 사람 인(人)자에 한양증권의 영문 첫 글자인 ‘H’를 합성해 ‘사람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업 정신을 형상화했다. 심벌에 사용된 색상(그린·블루·옐로·레드)은 성장·신뢰·안정감·열정 등 다양한 고객 서비스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변신한 한양증권
임 사장은 “새로운 CI 도입을 통해 은둔의 증권사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투자은행(IB)의 경쟁력 확보 등을 바탕으로 우월한 증권사로 변신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사장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IB 부문의 실적 개선을 통해 올해 순이익을 100억~2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조직·인력을 대거 보강했다. 취임 이후 영입한 외부 인력이 14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영입한 박선영 전 케이프투자증권 SF사업본부장이 대표적이다. 임 사장은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고 박 상무를 본부장에 앉혔다.

임 사장은 주식·파생 운용 조직의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법인영업본부를 에쿼티본부로 개편하며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인 변성진 상무를 스카우트해 본부장을 맡겼다. 올 초에는 주식·파생운용 본부장으로 KTB투자증권 출신의 정호영 상무를 발탁했다. KTB투자증권에서 초단타 매매(스캘퍼)에 특화된 파생운용팀 6명을 데려오기도 했다.

임 사장은 특히 IB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지난 4월 구조화금융본부를 신설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대기업구조화금융팀 6명과 KTB투자증권·키움증권 출신 인재들이 본부에 합류했다. 구조화금융본부는 유동화증권(ABS) 부문의 신규 사업 영역을 개척한다는 목표다.

◆1분기 전 부문 호실적

임 사장은 직원들과 소모임을 수시로 열고 소통을 강화하는 등 기업 문화 바꾸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임 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타운미팅(팀장급), 워크아웃미팅(부팀장), 후츠파미팅(과장급 이하) 등의 모임을 매달 열고 있다. 지난 3월 27일 한양증권 창립 63주년 기념일에는 간식을 먹으며 임직원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브라운백 미팅’으로 기존의 딱딱한 창립 기념식을 대신하기도 했다.

임 사장은 이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증권업계의 승부는 ‘1인치’ 차이로 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우리보다 10배 이상 큰 대형사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해 1인치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최근 부서장 이상 전원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하기도 했다. 업무 프로세스 혁신(BPR)의 일환으로, 종이가 없는 사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BPR의 3대 원칙은 페이퍼리스, 업무 효율화, 업무 표준화다. 한양증권에 따르면 BPR 추진 10개월 만에 211건의 업무가 개선됐다. 페이퍼리스와 영업점 전산 결재 통합 등이 대표적이다.

한양증권은 여의도 사옥도 새롭게 단장 중이다. 지난해 8월부터 여의도 본사 사옥 전체를 리모델링하고 있다. 현재 2개 층의 공사만 남은 상태다. 층마다 임직원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두고 가구·사무기기도 모두 교체한다.

혁신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양증권의 올해 1분기 순영업수익은 197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128억9000만원) 대비 53.3% 증가했다. 순영업수익은 영업수익에서 비용을 뺀 수치다. 세전이익은 58억원으로, 전년 동기(28억9000만원) 대비 101% 늘었다. 주식 중개·IB·자산운용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거뒀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변신한 한양증권
주식 중개 부문 순영업수익은 법인영업 부문의 실적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약 10억원 증가한 47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IB 부문도 전년 대비 약 30억원 늘어난 36억3000만원을 거뒀다. 꾸준한 메자닌 채권 발행 주관 및 투자금융본부 신설에 따른 신규 수익원 창출로 부동산 PF 수익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자산운용 부문에서도 전년 대비 약 29억원 증가한 92억2000만원의 순영업수익을 올렸다. 이 중 파생상품 운용에서는 13억3000만원의 순영업수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 적자 대비 수익이 20억여원 증가했다.

임 사장은 “한양증권은 인텔리전스·전략·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업계 최고의 부동산 금융 신진 강자로 부상하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하고 있다”며 “300여 명의 임직원과 함께 승자의 자세로 한양증권 역사의 제2장을 써내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변신한 한양증권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은 1958년생으로 1985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했다. 2010년 아이엠투자증권으로 옮겨 경영기획본부장과 부사장을 거쳐 2013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이 메리츠종금증권에 흡수합병될 때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아이엠투자증권 사장 시절 회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어수선한 상황에도 인화를 강조하고 유능한 인력을 꾸준히 수혈하는 수완을 발휘하며 조직을 이끌었다. 당시 증권업계 전반이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아이엠투자증권은 매년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며 두각을 보였다. 2016년 AJA인베스트먼트 부회장, 2017년 GB프라이빗에쿼티 부회장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한양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4호(2019.07.22 ~ 2019.07.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