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매년 40% 성장’ 전기차 배터리 삼성·LG·SK 글로벌 ‘원톱’ 경쟁]
-후발주자 불구 그룹 차원 공격 투자
-핵심 소재 ‘분리막’ 자체 개발
-배터리 렌털 모델 구상도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 ‘글로벌 톱3’ 안착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SK이노베이션은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국제 유가나 환율 등 외생변수에 부침이 큰 단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기존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배터리와 소재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선정, 집중 육성 중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터리 밀도를 결정하는 핵심 물질인 양극재 NCM 622, 811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상업화에 성공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력은 약 30년에 걸친 연구·개발(R&D)의 산물이다.

◆유공 시절 신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찜’

SK이노베이션(당시 유공)은 1992년 전기차용 나스(Na-S : 나트륨-황) 전지 개발과 시험용 전기차 제작을 시작으로 전기차 배터리 R&D에 돌입했다. 1996년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 개발에 돌입했고 2002년 2차전지를 본격 양산하는 등의 성과를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의 기초를 닦았다.

2005년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 팩 개발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R&D 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 다임러그룹 산하 일본 ‘미쓰비시 후소’의 하이브리드 상용차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돼 첫 상업 계약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0년 글로벌테크놀로지(현 기술혁신연구원) 내 100MWh 규모의 자동화 데모 플랜트를 구축, 배터리 셀 시험 생산에 최초 돌입했다. 이후 2011년 충남 서산 일반사업단지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을 착공해 2012년 9월 200MWh 규모의 제품 양산 능력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배터리 셀 제조업체로 도약했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 ‘글로벌 톱3’ 안착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총 10억 위안(1711억9000만원)을 투자해 베이징자동차·베이징전공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합작 법인인 ‘BESK’를 설립했다. 이 합작 법인은 베이징에 들어선 배터리 팩 제조 라인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국내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섰다. 서산 1공장 설비를 800MWh로 증설하는 공사를 2015년 완료하고 2016년 200Mwh 규모의 설비를 증설하는 등 총 1Gwh의 용량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2016년 4월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대표 브랜드인 다임러그룹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전기차 프로젝트에 리튬 이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벤츠 주력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계기가 됐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핵심은 ‘선 수주 후 증설’ 전략이다. 생산 설비를 신규 수주 시점에 맞춰 증설하기 위한 방안으로, 투자·생산·마케팅을 연계할 수 있어 배터리 비즈니스 모델의 최적화가 가능한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셀 제조업체로 본격 성장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국내 배터리 생산 설비 확장에 나섰다”며 “2016년 11월 서산공장 부지에 착공한 제2공장동은 2018년 9월 목표치인 3GWh 증설을 마무리하고 상업 가동을 시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반반 시스템’ 등 핵심 기술 개발에 총력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 ‘글로벌 톱3’ 안착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을 2025년 ‘글로벌 톱3’에 진입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인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등 경쟁사와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벌려 나갈 방침이다. 세계 최초로 차세대 배터리 핵심 기술인 ‘NCM 9½½’를 조기에 상용화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른바 ‘구반반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니켈·코발트·망간 비율 ‘90%·5%·5%’, 에너지 밀도 최소 리터당 670Wh 이상의 배터리 양극재를 쓰는 것으로 1회 충전에 500km 이상을 달릴 수 있어 배터리 기술의 최고봉으로 불린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NCM 622(2012년 개발)’, 지난해 ‘NCM 811(2016년 개발)’을 각각 업계 최초로 상업 적용한 바 있다. 이들 제품은 니켈 함량이 많아지면 에너지 밀도는 높아지지만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극복한 배터리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현재 430GWh인 수주 잔액을 2025년 기준 700GWh로 확대하는 한편 현재 연간 약 5GWh 수준인 생산 규모를 100GWh로 키운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중심의 사업 구조를 뛰어넘기 위해 배터리 관련 수직 계열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방위 밸류 체인을 아우를 수 있는 5R(Repair·Rental·Recharge·Reuse·Recycling) 플랫폼인 ‘BaaS(Battery as a Service : 배터리를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으로 만드는 전략)’를 전기차 업체 등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력해 구축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네트워킹에 모바일 개념을 도입한 ‘e모빌리티’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현재 배터리 사업의 주 수요처인 전기차 외에 항공·해양·산업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력 모델을 추진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한 배터리 사업 확장의 다른 축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산업용·주거용 등 세분화한 시장 특성에 맞춰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안전하고 효율적인 ESS 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가상발전소(VPP),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에너지 저장(Energy Saving) 등 다양한 후방 사업 모델을 개발해 종합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분리막도 자체 개발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 소재 사업 부문의 분사를 완료하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출범시켰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 ‘글로벌 톱3’ 안착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연간 국내 생산능력은 총 12억1000㎡로, 일본 아사히카세이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이다. 중국과 폴란드 외에 추가 글로벌 생산 시설을 확충해 2025년까지 연 25억㎡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시장점유율 30%의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배터리업계 선두로 도약하기 위해 기술 경쟁력, 소프트·하드웨어 투자 역량, 생산성 제고 등 총 세 가지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한 투자 역량도 확보해 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선 수주 후 증설 전략에 기반해 사업을 진행해 온 만큼 후발 주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누적 수주 잔액도 급증했다. 2016년 30GWh 수준이었던 수주 잔액은 2017년 65GWh, 지난해 말 320GWh, 현재 430GWh까지 확대(50조원)되며 글로벌 ‘톱3’ 수준까지 올라섰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 ‘글로벌 톱3’ 안착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월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19에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2025년까지 10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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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4호(2019.07.22 ~ 2019.07.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