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LG를 ‘착한 기업’으로 만들었을까

[서평]LG의 70년 성공 비밀을 푼 단 하나의 책
◆LG Way(엘지 웨이) :세계적 기업은 왜 기본을 말하는가
노경목·고재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8000원

[한경비즈니스= 윤효진 한경BP 에디터] 지금 잠시 집 안을 한번 둘러보자. TV·냉장고·치약·세제·화장품 등 누구나 LG 제품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LG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른 기업과 달리 LG의 오너 경영인들은 일반인에게 이름부터 생소하다. 게다가 LG의 성장 과정과 경영 방식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편찬한 사사 이외에는 참고할 만한 책도 없다. 우리는 계속 이렇게 LG를 몰라도 되는 걸까. 이 책을 쓴 저자들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 책에는 지난 70여 년간 삼성이나 현대와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를 써 온 LG의 철학과 비전이 모두 담겨 있다.

최근 갑질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높다.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일이 일반화되고 이런 콘텐츠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는 세상이 되면서 갑질은 기업의 새로운 리스크로 등장했다. 논란이 된 기업은 매출이 감소하거나 주가가 떨어지고 오너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착한 기업’이라고 불리는 LG의 이미지는 아주 특별하다. LG는 어쩌다 이런 이미지를 만들게 된 것일까. 한마디로 직급 고하를 막론하고 갑질을 경계하는 오너 일가의 교육에서 기인한다.

LG를 이끌어 온 기본 철학은 ‘인화’와 ‘정도’다. 인화는 사람이 서로 화합하는 것을 중시하는 문화로, 오랜 세월 LG 오너들은 인화를 실천해 왔다. 1968년 중남미로 수출하려던 라디오 케이스가 망가져 못 쓰게 된 일이 있었다.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사업을 일궈 오던 당시의 LG는 ‘금성사’와 ‘락희화학’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는데 라디오 케이스 생산은 락희화학이, 케이스 조립과 포장은 금성사가 맡았던 상황이었다.

“도대체 포장을 어떻게 한 겁니까.” “애초에 케이스를 강하게 만들지 못한 탓 아닙니까.”

이때 금성사 임원과 다툰 락희화학 임원은 구인회 창업자의 아들 구자경 씨였다. 그 후 외부에서는 금성사 임원이 문책을 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회장의 아들과 회의석상에서 맞붙은 것도 모자라 자리를 박차고 나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어진 인사는 예상을 빗나갔다. 금성사 임원은 락희화학 부사장으로, 락희화학 임원인 구자경 씨는 금성사 부사장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이처럼 구인회 창업자는 아들이 갈등을 빚더라도 결코 편을 들어주는 법 없이 인화를 지켰다.

정도 경영 역시 LG가 오랫동안 지켜온 정신이다. 정도 경영은 공정한 환경 속에서 편법 없이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뤄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대기업들이 상속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편법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과 달리 사회적 논란 없이 4세째 기업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정도 경영이라는 원칙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핵심 단어는 ‘기본’이다. 기본은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는 의미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이 원칙들에 상충되는 결정을 내리는 기업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LG가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세운 기본적인 원칙이 무엇인지 상세히 살폈다. ‘사람이 먼저’라는 원칙 아래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에 반대한 것, 국내 1등 가전제품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기술력에 아낌없이 투자한 것,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타 기업과 달리 기업 윤리에 타격을 받지 않은 것 등 LG가 세계적 기업으로서 기본을 지켜 온 에피소드는 실로 다양하다.

현대의 정주영, 정몽구 회장이나 삼성의 이병철 창업자, 이건희 회장과 같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오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제품에 비해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70여 년간 지속 성장을 이어 온 장수 기업으로서의 LG는 자신만의 ‘기본’을 지키며 여전히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4호(2019.07.22 ~ 2019.07.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