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표 필기구 브랜드에서 펜슬 명가로 거듭난 ‘스타빌로’ 벤치마킹
-“펜 타입 화장품·색조에 강점…본업·신사업 시너지 통해 ODM 기업 도약”
[단독] ‘문구 명가’ 모나미, 화장품 제조사 진출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토종 문구 전문 기업 모나미가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다. ‘국민 볼펜’으로 불리는 모나미153 등 필기구를 60년 넘게 만들어온 노하우와 색조·패키지 기술력에 대한 강점을 접목해 문구 기업을 넘어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24일 한경비즈니스 취재 결과 모나미가 군포시 당정동에 제조공장을 마련한 데 이어 최근 코스메틱 사업부를 신설하고 화장품 국제 규격 인증 전문 컨설팅사를 통해 화장품 제조를 위한 CGMP 인증 획득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문구회사들이 펜 수요 감소에 대한 대응책으로 화장품 사업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며 “독일의 유명 필기구 브랜드 스타빌로가 화장품 사업을 시작해 성공을 거둔 것처럼 스타빌로를 벤치마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필기구 브랜드인 스타빌로는 필기구류 시장 축소에 대비해 일찍부터 경영 다각화의 일환으로 화장품과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해 6000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타빌로의 코스메틱 사업을 담당하는 스완스타빌로사는 펜을 만들어온 기술력과 패키지 강점을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펜슬 명가로 유명하다. 샤넬·디올·크리니크·맥· 바비브라운 등 해외 수입브랜드 펜슬을 생산한다.

모나미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와 채용 사이트를 통해 7월 중순부터 코스메틱 사업부 소속 화장품 생산·품질과 설비관리를 담당할 직원도 채용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대관업무와 ISO 22716 인증 경력자가 대상이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지만, 직원이 채용되면 모나미의 화장품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단독] ‘문구 명가’ 모나미, 화장품 제조사 진출
최근 자사주를 매각해 15억원 가량을 현금화한 배경에 화장품 설비 투자를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토종 기업인 모나미는 최근 일본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일본산 문구류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매출이 껑충 뛰어오르는 등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애국 테마주로 주목받으면서 모나미 주가는 7월 1일 2590원(종가 기준)에서 지난 17일 4550원까지 오르며 75.68%나 상승했다. 불매운동에 힘입어 온라인몰 매출도 5배 이상 증가했고 모나미 스토어 매출도 20% 가까이 늘었다.

모나미는 이후 18일 공시를 통해 자사주 35만주를 주당 4323원에 처분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총 15억원 규모를 현금화했다.

모나미 관계자는 “신사업 투자 계획은 없으며, 자사주 처분 금액은 설비 등 생산 분야에 투자해 모나미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모나미가 자사주 매각 대금을 신사업인 화장품 설비 투자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구류가 디지털 시대에 대표적인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면서 국내외 문구 전문 기업들은 저마다 새로운 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모나미도 최근 고급화·한정판 전략과 함께 혁신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펜으로 필기구 수요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사업으로 교육사업과 반려동물 쇼핑몰 사업도 전개 중이다.

모나미도 문서 자동화, 인구 감소에 따라 사업환경이 악화하자 신성장동력으로 화장품 제조사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모나미는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이니스프리·아리따움), 스킨푸드, 닥터자르트 등 한국 화장품 업체들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닥터자르트, 스킨푸드 등과 진행한 키트, 파우치, 패키지(용기) 관련 협업이 대표적이다. 2015년에는 아리따움과 협업해 네일아트 펜도 만들었다. 이후 화장품 회사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패키지 제품을 만들며, 이를 통해 본업과 신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관측된다.

모나미의 본업인 문구류와 신사업인 화장품은 언뜻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펜과 펜슬 타입 분야에서는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모나미는 용기류 제작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펜을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완스타빌로처럼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들과 계약을 맺고 아이라이너, 브로우 펜슬 등 각종 펜 타입의 화장품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문구류에 들어가는 잉크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색조 관련 강점도 충분히 겸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4호(2019.07.22 ~ 2019.07.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