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어긋나는 규제
- “공급 줄어 시장가격 상승 가능성 높아”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 안정 이뤄낼 수 있을까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다시 들썩이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재건축 단지의 매수 문의가 줄어드는 등 시장이 경직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연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전가의 보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분양가 상한제는 단기적으로는 규제로 작용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규제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신규 분양가 억제로 시장 통제 가능할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규칙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을 줄이면 가격은 당연히 오른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수요가 줄어들까. 어떤 물건 값이 떨어지면 수요는 늘어나게 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청약 시장의 경쟁률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반대로 공급은 늘어날까. 아니다. 가격이 내리면 공급자의 수익이 떨어지므로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자.

<표>는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아파트 인허가 물량을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됐던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은 마치 단층 작용으로 땅이 내려앉은 것과 같이 공급이 대폭 줄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됐던 이 기간 동안 인허가 물량은 평균은 31만3800채,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지 않았던 나머지 해의 평균은 45만4948채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된 해가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지 않았던 해에 비해 거래량이 31%나 줄어든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확실한 증거다.

시장에 공급이 줄어든다면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첫째, 현재 새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 사업장 정보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당 평균 분양 가격은 지난해 6월 말보다 21%나 오른 810만원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통계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7.5% 상승했다. 다시 말해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 폭이 기존 아파트 상승 폭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높은 분양가는 인근 기존 아파트의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분양가를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둘째,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의 중심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재건축의 사업 구조는 자기 땅, 즉 대지 지분의 일부를 팔아서 건축비의 일부를 충당하는 것이다.

재건축 소유주가 가지고 있는 자산은 땅(대지 지분)뿐이다. 낡은 건물도 있지만 이는 철거 대상이므로 자산이라기보다 오히려 비용 부담만 키우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아파트를 짓는데 들어가는 공사비는 본인이 현금으로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추가 부담금이라고 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이런 공사비를 현금으로 부담할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대신 자신의 땅을 일부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 조합원 개인이 직접 땅을 파는 일은 없다. 그 땅에 아파트를 지어 일반 분양하는 것이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한다는 의미는 자신의 땅을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값에 팔아야 한다는 뜻이 되고 이는 추가 부담금이 늘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는 바로 재건축 사업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의도는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신규 분양가를 억제해 분양가 상승에 따른 집값 상승 분위기가 주변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고 더 나아가 과열 조짐이 있는 재건축 사업의 수익을 떨어뜨려 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 안정 이뤄낼 수 있을까
◆ 장·단기 영향 살펴 신중히 접근해야

그런데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기존 집값보다 싼값에 공급을 무한정 늘릴 수 있다면 기존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급을 무한정 늘리려면 두 가지 조건이 선결돼야 한다.

첫째는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무한정으로 공급돼야 하고 둘째는 그 집을 지을 건설사가 낮은 수익에도 불구하고 집을 계속 지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까.

현재 집값 상승의 중심에 있는 서울은 집을 새로 지을 땅 자체가 없기 때문에 서울에 무한정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지방은 집을 지을 땅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가 먹힐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에도 낮은 수익을 감수하고 아파트를 공급할 건설사가 많아야 가능한 것이다. 수익이 적게 나도 건설사는 생존을 위해 집을 계속 지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논리로는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던 기간에 공급이 줄어든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기존 주택 시장뿐만 아니라 재건축 시장도 마찬가지다. 우선 재건축 아파트가 오르는 원인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누구든 3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새 아파트가 될 수 있는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는 인근 새 아파트 시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도 새 아파트를 무한정 공급할 수 없으므로 기존 아파트 값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기존 아파트 가격이 무너지지 않는 한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성은 보장되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따른 대가는 혹독하다. 장기적으로 시장에 공급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오히려 시장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서울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하지 않고서는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서울 아파트의 희소성 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므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졸속으로 시행하기보다 장·단기 영향을 살펴보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5호(2019.07.29 ~ 2019.08.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