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일정한 패턴 거치며 리더십 구축…조직 차원에서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 필요

CEO의 ‘리더십 성장 단계’ 파악이 중요한 이유


[한경비즈니스 칼럼=양백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사람은 태어나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마침내 성인이 된다. 사람의 생애 주기와 마찬가지로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도 그들의 리더십이 성장하는 단계를 거친다.

조직 행동론과 경영과학의 대가인 도널드 햄브릭 컬럼비아대 교수와 존 가바로 하버드대 교수는 대부분의 CEO들이 재임 기간에 일정한 패턴을 그린다고 주장했다.

◆CEO의 권력이 최고조로 향하는 5단계 과정

먼저 취임 초기는 CEO의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시기다. 누구나 조직 권력의 정점에 섰을 때 이미 뚜렷한 세계관 혹은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 여러 직급을 거쳐 CEO가 된 이들도 물론 그렇다. 한 조직의 수장이 된 뒤 그간 쌓아온 신념을 토대로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CEO가 취임한 초기에는 경영 환경이 급변한다. 그래서 임기 초반 CEO의 확신은 변화가 필요할 때마다 바뀌는 성향을 보이게 된다. CEO가 자신의 역할에 점점 순응할 때 그의 역할에 대한 역량을 확실히 보이고 정치적인 발판을 얻게 되면 그의 원래 패러다임이 약해지고 점점 조직에서 그의 이름을 남길 만한 패러다임을 확고히 한다.

새로운 관점이 개발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확신은 임기 기간 동안 증가한다. 확신이 깊어짐에 따라 CEO는 시간 투자, 에너지, 행동 과정을 통해 공고한 개인적 리더십 성향을 굳혀 나간다.

이후엔 ‘전문성에 대한 변화’로 이어진다. CEO가 처음 업무를 볼 때는 이해와 통찰력이 필요한 의사결정, 문제 해결, 외부와의 협상·계약 등과 맞닥뜨리게 된다. CEO는 빠르게 요령을 익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연히 임기 초창기에는 지식 유입이 매우 크게 이뤄진다.

학습의 양도 상당히 많고 핵심적인 지식을 빠르게 학습한다. 하지만 빠른 배움은 일정 시간이 되면 점점 줄어든다. 점점 반복적으로 변하고 증가한다. 근본적으로 CEO의 학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 확증 편향 현상이 가중되고 자기만의 컬러와 특성을 갖추게 돼 사실보다 자기만의 추론과 통찰을 좀 더 신뢰하게 된다.

그다음은 ‘정보의 다양성’ 측면에서 CEO의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CEO가 받는 정보의 근원과 콘텐츠는 변한다. 처음에는 내부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덜 여과된 상태로 전달된다.

하지만 CEO의 안정성이 증가되고 특정 내부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 활용이 점차 줄어든다. 익숙한 내부 정보에 대한 의지가 커지면 정보의 게이트키퍼는 CEO의 입맛에 맞게 정보를 가공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부하 직원들은 익숙한 콘텐츠·포맷·타이밍의 정보를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패러다임에 대한 CEO의 높아져 가는 확신·헌신과 위배되는 정보라면 전달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CEO의 성향에 맞고 그의 주장을 방증하고 지지할 수 있는 정보가 정선돼 전달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업무 관심도’에도 이전과 차이가 발생한다. 처음 직책을 맡으면 CEO는 직무 요구들을 새롭고 신기하게 볼 것이다. 하지만 업무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상시화된다. 예를 들면 사업 계획을 리뷰하고 연례 주주총회를 준비하고 자금과 예산에 대한 배분 요구 사안들을 리뷰하고 고객층을 의례적으로 방문하고 임원단을 재구성 하는 등의 사업 사이클 때문에 CEO들은 결국 많은 부분을 흥미롭지 않고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고 CEO가 지루해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그는 이런 반복적인 업무를 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복적인 일상과 습관이 쌓이게 되면 CEO는 경쟁적인 사업 환경의 변화 요구에 덜 민감하고 혹은 무시하게 될지 모른다.

CEO의 ‘리더십 성장 단계’ 파악이 중요한 이유

마지막 다섯째 단계는 ‘파워’의 변화다. CEO의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가한다. 오랜 기간 동안 한자리에 머무른다는 것은 CEO로 하여금 영향력이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중요한 자리에 사람을 앉힐 수도 있는 힘도 갖게 된다.

그리고 개인적인 신비감을 높일 수도 있고 추종 세력을 만들 수도 있다. 좋든 싫든 CEO가 지금까지 성공적이라는 사실은 더 많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된다.

앞에서 알아본 것처럼 CEO의 생애 주기는 대략 5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모든 CEO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이런 단계를 거치며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따라서 조직 역시 CEO가 최고도의 역량을 발휘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단계별로 주기를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주기별로 회사의 ‘힘’이 적절하게 작용해야

우선 조직의 관점에서 볼 때 우선 ‘취임’ 단계에서 CEO는 자신의 역할을 단지 추측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보통 CEO는 그의 시간과 에너지를 정확한 역할 수행에 쏟고 주주와 이사회로부터 주어진 권한에 반응하는데 집중한다.

주어진 역할에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변화는 CEO 개인의 전문성과 백그라운드를 기초로 진행된다. 다양한 변화 시도에 조직이 반응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배우고 본인의 지위를 정당화하며 향후 지속화할 수 있는 정치적 발판을 수립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이후 CEO들은 ‘몰두’의 단계를 맞게 된다. 취임을 통한 변화의 과정을 거친 이후 강도 높은 학습과 변화가 이뤄지는 과정이다. 몰두의 기간이 오면 CEO의 전문성은 증가하고 패턴을 발견하게 되고 초기 민감함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단계는 조직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세련되고 완전히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것으로 끝이 난다.

조직 차원에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은 몰두 단계에서 CEO의 전문성이 성장하는 반면 특정 패러다임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정보에 대한 개방성이 높은 편이다. 이 시기는 조직 변화 디자인과 영향력이 무르익는 단계다. 결론적으로 전면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도모하기 위해 고민하며 숨을 고르는 시기라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이후 본격적인 ‘변화’ 단계를 맞게 된다. 이 기간은 이전 단계의 생각과 진단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한 임원진을 구성한다. 이 단계에서 CEO는 높은 전문성·파워·몰두 단계에서 고안된 패러다임에 대한 확신을 통해 매우 강하고 지속적인 변화 기조의 기초를 만든다.

CEO는 이 테마를 강화하기 위해 구조·인력·프로세스에 연속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간다. 이때 CEO는 합병과 투자 회수 혹은 중대한 자원 재조정 같은 승부수를 띄울 것이다. 이 단계는 실행력이 중요하다.

그다음 찾아오는 ‘집중·수렴’ 단계에서 CEO는 그간 실행해 온 것들에서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참여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CEO는 더 이상의 부가적인 변화를 시작하지 않는다.

사실상 이 단계는 개선 단계, 정리 단계라고 부른다. 이쯤에서 CEO의 학습과 개방성 새로운 정보는 줄어든다. 반면 권력과 개인적인 전문성은 계속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조직 내의 정치적 구조를 완성한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정체’ 단계를 맞이하게 된다. CEO 임기의 마지막 단계에서 전문성과 권력이 최고조에 이르지만 단점이 파생된 장점보다 많기 때문에 정체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CEO의 ‘리더십 성장 단계’ 파악이 중요한 이유

그 대신 기업은 표류하면서 전략적 환경의 요구로부터 분리되는 위험을 갖게 된다. 조직 차원에서 알아야 할 것은 이 정체 단계가 현재 패러다임에 대한 확신이 매우 높은 단계라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요구는 인지되지 않고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과거에 먹혔던 방법이 미래에도 고수될 확률이 놓다.

또한 CEO의 권력이 매우 높은 단계여서 CEO가 직접 부하 직원을 고르고 유지시키고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 이렇게 선택된 개인들은 CEO에게 선택적이고 걸러진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CEO라는 자리가 일상(routine)화되면서 에너지와 예리함이 감퇴할 수 있다. 그리고 CEO 상징적인 행사나 의식에 더 참여하고 핵심적인 활동에는 덜 관여될 수 있다.

CEO가 최상의 컨디션과 능력을 유지하며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기업의 이사회나 대주주집단은 CEO에게 충분히 도전할 권한과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켜야 한다. 또한 다양한 생각과 어젠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임원진과 기획 인력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갈등을 건설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부서 간, 상하 간의 소통과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잘 구축하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적절한 평가와 격려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필수다.
변화에 대한 CEO의 의지와 능력은 적절한 관리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CEO는 중요한 결정을 초기에 내리게 된다.

이후 특정한 패러다임에 매몰되면 점점 중요한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CEO가 올바른 변화를 그들의 임기 초기에 일으키는 것은 중요하다. 차후의 변화를 성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기 초기에 올바른 변화를 만드는 것과 함께 그의 임기 내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CEO가 되도록 회사의 모든 힘이 적절히 작용돼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5호(2019.07.29 ~ 2019.08.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