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렌털 비즈니스 선두주자로 견조한 성장, 최대주주 리스크 다시 불거지며 ‘가시밭길’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웅진코웨이가 또다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웅진코웨이→코웨이→웅진코웨이로 이름을 바꾸며 다사다난한 역사를 써오다 웅진그룹의 품에 안긴 지 3개월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국내에 생활 가전 렌털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며 괄목할 만하게 성장해 온 웅진코웨이로서는 성적이 좋아도 최대 주주를 잘못 만나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3개월 만에 다시 매물로’…실적 좋아도 웃지 못하는 웅진코웨이
1998년 정수기 렌털 시작해 1차 도약
올해는 웅진코웨이가 창립 30주년을 맞는 해다. 1989년 한국웅진코웨이주식회사라는 사명으로 시작한 이후 꾸준히 생활 가전 렌털을 주도해 왔다.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5월 2일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식은 이해선 웅진코웨이 대표와 임직원 600여 명이 참석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웅진코웨이 혁신 DNA로 이룬 국내 대표 라이프 케어 기업으로서의 성장 스토리’를 뮤지컬 형태로 꾸미기도 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악재가 터졌다. 지난 3월 MBK파트너스로부터 웅진코웨이를 되사들인 웅진그룹이 3개월 만에 다시 팔기로 결정하면서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변화와 전환점을 준비 중이던 웅진코웨이의 재매각 소식은 내부 직원들도 뉴스를 통해 접할 만큼 비밀스럽고 갑작스럽게 알려졌다.

이번 매각은 그룹의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이었다. 웅진그룹은 지난해 말 코웨이를 사들이면서 약 2조원을 썼다. 이 가운데 1조6000억원이 빚이었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그룹 지주회사인 (주)웅진의 신용 등급이 ‘BBB-’로 떨어지는 등 그룹 전반에 적색등이 켜졌다. 6년 전인 2013년 계열사 매각 시기를 놓쳐 그룹 전체가 법정 관리에 들어간 경험을 가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이번엔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눈물의 재매각’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렌털 사업의 꿈을 접는 윤 회장과 웅진그룹의 선택이 오히려 시장의 반응을 호재에 가깝게 돌려놓았다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웅진코웨이의 주가 흐름은 코웨이에서 웅진코웨이로 이름을 바꾼 올해 3월 이후 하락세였다.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 커진 게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웅진그룹에 지급될 로열티 등이 이유였다. 그런데 재매각 발표 이후 주가가 소폭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 3월 이후의 주가 하락은 견조한 실적 개선과 높은 주주 환원 정책 등에도 불구하고 웅진그룹에 피인수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었다”며 “매각 시 웅진그룹으로의 현금 유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도 계열사 확대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현금 유출이 많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낳았는데 재편입 이후 웅진그룹의 렌털 사업을 인수하는 등 현금 운영 창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3개월 만에 다시 매물로’…실적 좋아도 웃지 못하는 웅진코웨이
웅진코웨이는 렌털 시장의 선두 주자이자 업계 대표라는 위치에 있다. 정수기만 전체 30% 후반대의 점유율로 10%대인 후발 주자들과 격차를 보인다. 정수기·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 등 환경과 밀접한 환경 가전을 판매하는 웅진코웨이는 전체 80%가 렌털 고객일 정도로 렌털 비율이 높다.

매출이 매달 나눠 발생하는 렌털업계 특성상 계정 수가 중요한 지표다. 웅진코웨이의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외 총계정 수는 약 719만이다. 렌털을 처음 시작했던 1998년 약 5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이 렌털 계정의 이탈이 없는 한 향후에도 매출 급감의 우려가 없는 상황이다.

웅진코웨이로서는 매년 좋은 실적을 내고도 최대 주주 이슈로 웃지 못하는 비운에 처한 것이다. ‘웅진코웨이 잔혹사’로 불릴 만하다. 톱 매니지먼트에 따라 ‘조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MBK파트너스가 이끌던 때에는 수익 중심, 웅진그룹의 품에 안긴 뒤에는 매출 드라이브가 강화됐다.

“믿을 것은 코웨이 자체에 대한 신뢰감”이라고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전했다. 웅진코웨이 내부에서는 재매각 소식에 큰 동요가 없었다고 한다. 잦은 손 바뀜으로 인해 큰 동요 없이 일하는 게 하나의 기업 문화가 됐다는 것. 무엇보다 회사가 어려워 매각된 게 아니라 오히려 양호한 현금 흐름으로 매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점, 지속적으로 성장 추세에 있다는 것 또한 자신감의 이유라고 밝혔다.


“믿을 것은 코웨이 자체에 대한 신뢰감”
웅진코웨이는 위기 상황에서 성장을 일군 기업이라는 특징도 있다. 1989년 설립 이후 회사가 1차 도약한 시기는 외환위기 직후였다. 당시 정수기 대당 가격은 100만원 후반~200만원대로, 소비자들이 고가 정수기를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때 초기 비용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렌털 개념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2011년 국내 최초로 매트리스 렌털을 시작하면서 카테고리 확장에 나선 것은 추가 성장을 견인한 비결이다. 공기청정기·비데·의류관리기·전기레인지 등 품목을 더하면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왔다. 방판 채널 그리고 전국 1만8000여 명의 코디 조직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정기적인 서비스 관리를 실시하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사모펀드로의 매각 이후 일부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지만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2013년 이후로도 매출 상승세는 지속됐다. 특히 수익성이 좋아졌다. 특별한 사업구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영업이익률이 개선돼 2012년 13%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이 2015년 21%까지 상승했다.

이와 함께 해외 사업도 탄탄하게 성장 추세에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30~40%대의 성장을 지속하며 지난해 말 100만 계정을 돌파했다. 웅진코웨이의 최대 강점인 코디 시스템을 현지에 그대로 이식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잦은 최대 주주 변경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웅진코웨이가 지속적인 성장의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최근 LG전자·현대렌털케어·SK매직 등 대기업이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면서 렌털 시장의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점유율로 보면 후발 주자들의 영향을 받아 다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수 기업 중 이 정도의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흔하지 않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웅진코웨이 매각 예비 입찰이 7월 31일로 다가온 가운데 15개 안팎의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7월 29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상반기 실적 발표와 겹쳐 2일 연기됐다. 웅진그룹이 실적 발표 이후로 매각 일정을 연기한 것은 실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웅진코웨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092억원, 영업이익은 1351억원으로 전년 대비 9%, 3% 늘어났다.

새로운 인수 후보자들은 SK·롯데·GS·CJ 등 대기업과 사모펀드 진영이 거론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사모펀드가 배당 정책이나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이득일 수 있지만 이 경우 또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와야 하는 한계를 갖는다. SI의 품에 안기면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사업적 시너지와 미래 비전 등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개월 만에 다시 매물로’…실적 좋아도 웃지 못하는 웅진코웨이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5호(2019.07.29 ~ 2019.08.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