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36호 (2019년 08월 07일)

매장 전략 바꾼 백화점 3사…‘쇼퍼테인먼트’로 위기 넘는다

기사입력 2019.08.05 오전 10:42

-온라인에 빼앗긴 고객 발길 잡기 ‘고심’

-체험형 공간 확대하고 교육 콘텐츠 강화 나서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에서 전시 중인 ‘쥬라기 월드 특별전’에서 어린이들이 공룡을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백화점들은 모객을 위한 여러 체험형 공간을 마련하는 등 ‘쇼퍼테인먼트’로 변신 중이다.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에서 전시 중인 ‘쥬라기 월드 특별전’에서 어린이들이 공룡을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백화점들은 모객을 위한 여러 체험형 공간을 마련하는 등 ‘쇼퍼테인먼트’로 변신 중이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직장인 A 씨는 최근 운동화 구매를 고민하다가 백화점을 찾았다. 온라인 마켓에서 찜해 둔 상품을 직접 신어 보고 사이즈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가격을 비교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백화점 매장에서 운동화만 신어 보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짐을 들고 집에 가기 불편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집 앞에 있는 백화점 마트에 가서 종종 장을 봤던 주부 B 씨도 최근 온라인 장보기를 더 선호한다. B 씨는 “과거와 달리 최근 백화점 마트도 저렴하게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새벽 배송’이나 ‘당일 배송’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집에서 편하게 휴대전화로 장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최근 백화점업계 내부는 위기감과 고민이 가득하다. 주요 백화점 3사의 실적만 보더라도 이런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올 1분기 백화점 3사의 영업이익은 롯데백화점을 제외하고 일제히 쪼그라들었다. 롯데도 매출이 6% 정도 떨어져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물론 백화점업계 역시 자체적으로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며 이런 흐름에 대응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오프라인 매장인 만큼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주요 백화점업계가 오프라인 공간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며 쇼핑·문화·레저·힐링 등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쇼퍼테인먼트(쇼핑+엔터테인먼트)’로 변신 중인 이유다.


◆ 할인 행사로는 더 이상 모객 힘들어


최근 백화점을 찾으면 곳곳에서 ‘커밍 순(comming soon)’이라는 칸막이를 세워 놓은 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아예 한 개 층의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며 대대적인 공사에 나선 곳도 있다. 이처럼 최근 백화점업계에서는 매장 내 공간 변신이 한창 진행 중인 곳들이 많다. 


목적은 분명하다. 모객을 통한 수익 창출이다. 백화점의 수익은 결국 매장을 찾는 고객 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방법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추세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마켓은 점차 배송이 편리해지고 가격도 저렴한 만큼 단순히 매장을 화려하게 구성하거나 할인 행사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의 발길을 모으기 힘들다”고 말했다. 

매장 전략 바꾼 백화점 3사…‘쇼퍼테인먼트’로 위기 넘는다


최근 백화점업계는 이를 감안해 고객이 일부러 시간과 발품을 들여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쇼퍼테인먼트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특징은 ‘체험형 공간’의 확대인데 각 점포의 상권이나 주요 고객 등을 내부적으로 파악해 여기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이를 구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최근 ‘통 큰’ 결정을 내린 롯데백화점의 사례에서도 잘 나타난다. 주로 의류 같은 상품의 특별 할인 행사를 진행해 오던 김포공항점의 1980㎡(600평) 한쪽 공간에서 ‘쥬라기 월드 특별전’을 지난 6월부터 개최했다. 미국 유니버설이 보유하고 있는 영화 콘텐츠 ‘쥬라기 월드’에 나온 공룡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전시다.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목적으로 1년여 동안 노력한 끝에 미국·호주·프랑스·스페인에 이어 세계 다섯째로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연일 북적대는 명동에 자리한 롯데 본점 영플라자에는 지하 1층에 케이팝 복합 문화 공간 ‘팔레트’의 문을 열었다. 팔레트는 한류 스타들의 굿즈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일상·음악·생각 등을 팬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학원가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과 가까운 롯데 강남점은 7월부터 ‘학부형 클럽’을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에 가입하면 평일 오후 4~10시, 주말 오후 5~10시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자녀들의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 대략 오후 10시라는 점에서 이런 방침을 세웠다.


대치동 학원가에 아이를 보낸 후 백화점에 머무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부 학원과 제휴, 할인 혜택도 준다.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가입 후 3개월간 강남점 구매 실적이 30만원을 넘어야 하는 조건을 달아 수익 창출을 꾀했다.


다른 백화점들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체험형 공간을 하나둘 만들며 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현대백화점은 방학 기간을 맞아 6개 점포에서 각각 다른 내용의 체험전을 개최하고 있다. 점포별로 갖춰진 ‘문화 홀’에 지역 특성에 맞는 테마의 콘텐츠를 마련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도 예고


체험형 공간의 증가와 함께 ‘교육’과 관련된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도 ‘오프라인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백화점업계의 전략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백화점 내 문화센터가 있다.


예컨대 신세계만 보더라도 어린이부터 중·장년층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요리’와 ‘요가’, ‘미술’과 같은 자기 계발 강좌를 대거 신설했다. 특히 신세계는 수업에서 관련 분야의 유명 강사나 아티스트 등을 직접 초청하고 이야기를 듣는 자리도 종종 만들어 반응이 좋다. 교육 시간도 누구나 쉽게 수강할 수 있도록 평일 저녁과 주말까지 배정하는 모습이다. 


백화점업계의 모객을 위한 이런 노력들은 향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백화점 3사가 점포 리뉴얼을 진행 중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현대백화점은 대대적인 리뉴얼을 예고한 상태다. 8월부터 압구정본점을 비롯해 신촌점·미아점·중동점 등 4개 점포의 리뉴얼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면적은 총 6만2337㎡(1만8857평)로 점포별로 공사비만 5000억원이 투입된다.


리뉴얼을 통해 기존의 매장들을 지역별 특성에 맞게 ‘휴식과 상품이 어우러진 공간’, 혹은 ‘복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올해 1월부터 40년 만에 본점 리뉴얼에 돌입한 상태인 가운데 신세계도 하반기 영등포점 리뉴얼에 들어간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구체적인 범위나 상세한 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쇼퍼테인먼트 강화를 염두에 두고 공간 구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최근 내부적으로 체험 공간을 늘린 쇼퍼테인먼트 백화점 점포의 경우 고객 체류 시간을 늘려 매출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7월 11일~8월 5일) 자체 운영 중인 전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9.9%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엔터테인먼트형 백화점의 대명사인 부산 센텀시티점의 경우 18.1%로 나타나 두 배 가까운 신장률을 보였다. 고객 체류 시간도 4.9시간으로 전체 평균(2.7시간)을 크게 웃돌았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6호(2019.08.05 ~ 2019.08.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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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8-09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