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특별한 여름휴가 '명상', 나에게로의 여행]
-이시형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과거와 미래 잊고 ‘현재의 나’에 집중하는 게 핵심”
“쉼 없이 달려온 한국인, ‘명상’으로 뇌에도 ‘휴식’ 줘야죠”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기원전 인도의 석가모니부터 현대의 달라이 라마까지 종교적 지도자들은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1979년 존 카밧진 매사추세츠대 의학부 명예교수가 선보인 ‘마음 챙김(MBSR) 명상’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2019년 한국은 어떨까. 숨 가쁜 경제적 성장을 이룬 한국인들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에 주목하고 있다.

원로 정신의학자인 이시형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상 전도사’다. 그가 바라본 한국인들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온 사람들’이다. 이 촌장은 “명상이야말로 한국인들의 피로한 뇌를 쉬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정신의학자로서 볼 때 명상의 의학적 효과는 무엇입니까.

“명상은 뇌 피로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우리 뇌에는 ‘DMN(Default Mode Network)’이라는 부위가 있어요. 우리 뇌는 몸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에너지의 20%를 쓰잖아요. 그런데 DMN이 뇌 에너지의 60~80%를 씁니다. 뇌 피로의 원천일 수밖에 없죠.

DMN은 뇌과학에선 숙제와 같은 부위인데 사람이 멍하니 있을 때 활성화돼요. 이 DMN을 잠시나마 멈출 수 있는 게 바로 명상입니다.”

-왜 명상이 지금 이 시대에 각광 받을까요.

“카밧진 교수가 마음 챙김 명상의 과학적 효과를 증명한 후 1990년대 초부터 명상은 더 이상 동양의 신비가 아닌 증명된 과학으로 대접받기 시작했어요. 그중에서도 종교인들이 시행하는 참선보다 마음 챙김 명상이 실용적인 방법으로 일반인들 사이에 널리 퍼졌죠.

특히 글로벌 강국으로 급격히 성장한 미국에서는 마음 챙김 명상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게 알려지면서 대중화됐어요.”

-기업들이 명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명상을 하면 우리 뇌의 욕망을 담당하는 중추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예일대·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의 젊은 뇌과학자들이 모인 그룹이 달라이 라마의 뇌를 연구해 내린 결론입니다.

놀랍게도 달라이 라마의 뇌 상태는 명상을 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뇌의 욕심을 담당하는 중추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해요. 이러한 원리를 적용해 직원들이 명상에 익숙해진다면 사내 단합심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

아욕(我慾)의 중추만 다스려도 자기 이익보다 동료나 회사를 먼저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어찌 보면 기업에서 명상을 하는 이유도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예요. 또 창조적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어요.”

-명상은 창조적 사고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우리 뇌 속 무의식을 담당하는 부분은 거대한 용광로처럼 온갖 지식과 정보·경험이 뒤엉켜 있어요. 이 용광로에서 지식과 정보가 융합되면서 의미 있는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거예요. 이러한 창조의 원천은 바로 DMN이에요.

그런데 사람이 일만 하면 DMN의 활동이 오히려 저하되고 뇌가 피로해져요. 앞서 말한 것처럼 DMN을 쉬게 해 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명상’이죠. 예전에 제가 만난 대기업의 간부들은 너무 바빠 명상할 시간조차 없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쉬어야만 창조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몸의 피로뿐만 아니라 뇌의 피로를 해결해야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이죠.”
“쉼 없이 달려온 한국인, ‘명상’으로 뇌에도 ‘휴식’ 줘야죠”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경북대 의대 재학 시절 가정교사로 일할 때 가르치던 학생과 방학 때 해인사에 머무른 적이 있어요. 해인사 경학원에서 스님들이 참선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관심을 가졌죠. 그때의 경험이 제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그 후 미국에 건너가 정신의학을 공부하고 본격적으로 명상에 대한 이론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학자들 중에서는 명상을 연구하고 시행하는 그룹이 많았어요. 또 ‘힐리언스 선마을’을 계획하면서 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죠.”

-직장인들이 치열한 일상 속에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명상은 스님들의 참선이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할 필요는 없어요. 처음엔 1~2분으로 시작해 아침마다 20분씩 명상을 하는 겁니다.

초보자는 눈을 감고 턱을 앞으로 당긴 뒤 팔을 자연스럽게 무릎에 얹어요. 아랫배로 호흡하는 게 좋지만 처음엔 잘되지 않을 거예요. 그럴 땐 숨을 내쉬는 것에 집중하면 됩니다. 눈을 감으면 온갖 잡념이 떠오를 텐데 이게 바로 DMN이 활동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냥 강가에 서서 마음이 흘러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바라본다고 생각하세요. 특정한 생각을 하려고도, 하지 않으려고도 말고 자연스럽게 놓아 두며 현재에 집중하는 겁니다.

회사에서도 만약 의견 충돌이 발생하면 호흡이 거칠어질 수 있죠. 그때 가만히 앉아 명상하는 것도 좋아요. 정말 화가 났을 때 시행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으로는 잠시 그 자리를 떠나 천천히 세 번 호흡을 하는 것을 권합니다.”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기원전 인도의 왕자가 왕국을 뛰쳐나와 진리를 깨닫기 위해 6년간의 고행을 거쳤어요. 하지만 108개의 번뇌는 쉽게 풀리지 않았고 지친 청년이 보리수나무 앞에서 숨을 내뱉자 그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해요. 현대인들은 지금 그 청년을 ‘부처님’이라고 부르죠.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앞에서 깨우친 게 바로 호흡의 중요성이에요.

이처럼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입니다. 명상은 지나간 과거와 어쩔 수 없는 미래를 버리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에요. 과거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도 않았죠. 후회스러운 과거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버리고 편안한 상태를 가져다주는 것이 바로 명상입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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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6호(2019.08.05 ~ 2019.08.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