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근로기준법 개정안
-탄력근로 단위기간 6개월 연장은 의견 접근
‘선택적근로제 정산 기간’에 발목 잡힌 유연근무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지난 4월 주52시간 근무제(주40시간+연장 근로 최대 주 12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 유예기간이 끝났다.

하지만 국회는 보완 입법 심의를 마치지 못하고 있다. 보완 입법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탄력근로제는 유연근무제의 일종이다. 특정일에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 일했다면 다른 날의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정 기간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 노동시간에 맞추는 방식이다. 근로기준법 51조엔 2주일 이내 단위 기간을 정해 운용할 수 있다.

노사 간 서면 합의가 있을 땐 단위 기간을 3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 일감이 몰리는 시기엔 노동자들이 더 오래 일하고 적을 때는 노동시간을 줄여 3개월 평균 노동시간을 최대 주 52시간으로 맞추면 된다.

경영계는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보완책으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요구해 왔다. 현재 최대 3개월로는 턱없이 짧다는 것이 경영계의 주장이다.

3개월도 노사 간 서면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노조가 반대하면 적용하기 힘들어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업종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단위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다시 해야 한다.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더라도 주당 노동시간이 64시간을 넘으면 불법이다. 이에 따라 경영계는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택적근로제 정산 기간’에 발목 잡힌 유연근무

◆ “정산 기간 3개월로 연장” “노동조건 가혹해져” 이견 팽팽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등 5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자는 데는 합의했다. 하지만 국회가 법안 심의에 앞서 이 문제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맡기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가 정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합의 도출 기한인 11월 20일을 넘겼음에도 국회 법안 심사를 미루자고 제안했다. 노사가 자율적인 합의를 도출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당은 “경사노위 논의와 별개로 국회에서도 법안 심사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논란 끝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가 탄력근로 단위 기간 확대 등 안건을 상정했지만 파행만 거듭했다.

물꼬가 트인 것은 올해 2월이다. 경사노위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데 합의하면서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 3월 고용노동소위에 상정됐다. 하지만 단위 기간을 얼마나 확대할지를 두고 여야 간 의견 차로 논의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한국당이 단위 기간 1년을 주장하자 경사노위 합의대로 6개월을 고수한 민주당은 논의를 거부했다.

바른미래당은 중재안을 내놓았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하되 선택적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를 주52시간 근무제 보완책으로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한국당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대신 선택적근로시간제 정산 기간도 현행 1개월에서 3~6개월까지 확대하는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법안 심사는 멈춰져 있다.

선택적근로시간제는 근로기준법 제52조에 규정돼 있다. 노사 합의에 따라 노동자가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면 1개월 이내의 정산 기간을 두고 그 기간의 평균 노동시간이 주52시간을 넘지 않으면 된다.

주당 노동시간의 상한선을 정해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탄력근로제와 다른 점이다. 탄력근로제는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당 최대 64시간을 넘지 않도록 했지만 선택적근로제는 제한 없이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예컨대 게임 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이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가정하자. 이 직원은 주당 노동시간 평균 52시간, 4주간 총 208시간을 맞추면 된다.

2주간 주 평균 80시간(1일 16시간, 2주간 총 160시간)을 일한다면 나머지 2주간은 주 평균 24시간(1일 4.8시간, 2주간 총 48시간)만 일해도 된다. 첫 2주간의 노동시간이 법정 노동시간(주52시간)과 탄력근로제 상한 시간(주 64시간)을 훌쩍 뛰어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선택적근로제 정산 기간’에 발목 잡힌 유연근무

◆ “8월 말까지 처리” 방침이지만 노조 반발로 험난

탄력근로제는 전체 생산계획에 따라 집단 근무를 하는 곳에 활용도가 높다면 선택적근로제는 노동자 개인의 스케줄에 따라 개별적으로 일하면 된다.

탄력근로제는 아이스크림 등 성수기에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와 모든 노동자가 함께 물건을 만들어 내는 제조업체 등에 적합하다면 선택적근로제는 정보기술(IT), 게임,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SW) 등 지식산업에 적합하다.

선택적근로제 정산 기간을 3개월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수개월간 집중 근로가 필요한 업종의 경우 한 달 단위의 선택적근로제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선택적근로제는 노동자 개인별로 노동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인데 전체 노동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조건으로 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민주당·노동계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더 가혹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소속 한 의원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더해 선택적근로제 기간도 더 늘리면 일시에 노동조건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탄력근로제가 보완되면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유연한 노동시간과 관련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탄력근로제를 먼저 개선하고 그다음 선택근로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택근로제는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간을 노동자에게 맡기는 제도인데 현행 제도상 1일, 1주 노동시간의 상한이 없고 활용 대상과 업무 제한도 없는 상태”라며 “이런 상태에서는 남용 문제도 있어 정산 기간을 1개월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한국당 고용노동소위 위원은 “선진국들의 선택적 노동시간 정산 기간을 보면 미국은 사업장 자율에 맡기고 있고 일본은 3개월, 독일은 노사 간 합의로 결정된다”며 “우리도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산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 간 시각 차이로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김학용 환노위원장은 성명문을 내고 “지난 3월 말로 주52시간 근무제 계도 기간이 끝났고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특례 제외 업종에 대해서도 적용되기 시작한 상황”이라며 “정기국회 이전까지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 논의가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8월까지 탄력근로제 논의를 마치겠다는 것이다.

여야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문제를 비롯해 노동 입법 현안을 별도로 다룰 ‘노동개혁특위’를 국회에 구성해 입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 7월 18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 노동 개악 저지’를 내걸고 총파업을 벌였다. 탄력근로제 합의를 주도했던 한국노총도 선택적근로제 정산 기간 연장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탄력근로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일단 일본의 수출 규제에 관한 대응책 명분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6호(2019.08.05 ~ 2019.08.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