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2분기 매출액·영업이익 ‘쑥’
- 신제품 R&D와 사업 다각화로 위기 돌파
‘궐련형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까지’…외국계 공세에도 선방한 KT&G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국내 유일의 담배 업체인 KT&G가 글로벌 담배 업체들의 ‘공습’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적이 좋아지며 토종 업체의 저력을 보이고 있다.

1988년 담배 시장 개방 이후 외산 담배 업체들에 잠시 밀리기도 했지만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끊임없는 연구·개발(R&D)로 안정적인 60%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KT&G는 지난 2분기 매출 1조2558억원, 영업이익 406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2%, 25.9% 올랐다. 이번 실적 증가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일반 궐련 담배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외산 담배 업체들이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를 앞세워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가운데 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 궐련 담배 기반에 전자담배도 품어
‘궐련형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까지’…외국계 공세에도 선방한 KT&G
KT&G의 지난 2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훨씬 넘어섰다.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를 앞세운 글로벌 외산 담배 업체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KT&G는 담배 시장에서 절대 강세를 보이는 궐련 판매량을 오히려 늘리며 시장점유율을 더 끌어올렸다.

KT&G의 궐련 담배 시장점유율은 전년 대비 0.9%포인트 증가한 62.8%를 기록했다.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처음 보급되기 시작한 2017년 4분기 59.6%보다 3.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KT&G의 궐련 판매량 증가는 꾸준한 신제품 출시와 제품 관리 덕분이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냄새 저감 제품인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를 출시해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는 하루 평균 7만 갑이 판매되며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 진출한 이후 출시한 궐련 담배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제품엔 입에서 나는 담배 냄새를 줄이는 기능이 적용됐고 네팔 히말라야 인근에서 자란 담뱃잎(약 10%)을 사용해 깔끔한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 궐련 담배의 타격감과 궐련형 전자담배의 냄새 저감이라는 장점을 고루 갖춰 소비자들의 좋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외산 담배 업체들의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 출시가 KT&G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흡연자 중 전자담배로 이동한 이들이 ‘외국산 담배 이용자’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외국산 담배를 즐겨 피우던 이들은 주로 젊은 층으로 이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 결국 KT&G는 기존 일반 담배 고객은 덜 빼앗기면서 외국산 담배 이용자들을 릴을 통해 끌어들인 셈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성장 궤도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KT&G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전용 스틱 ‘핏’과 ‘믹스’는 편의점 기준 점유율 33% 이상을 기록해 전년(15%)보다 2배 이상 확대되는 성과를 거뒀다.

릴의 수익성도 최근 대폭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엔 상대적으로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릴 기기에 ‘아이코스’의 전용 스틱인 ‘히츠’를 끼워 피우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KT&G가 ‘릴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릴 하이브리드엔 전용 스틱인 믹스를 끼워야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KT&G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스틱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외산 담배 업체의 액상형 전자담배 공습에도 KT&G는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국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쥴랩스(쥴)’ 출시에 맞춰 KT&G는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를 시장에 선보였다. 편의점 GS25와 세븐일레븐을 판매처로 둔 쥴과의 경쟁을 위해 CU와 판매처 계약을 하는 등 맞대응 중이다.

글로벌 담배 시장에서 한국은 매우 특별한 사례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담배 시장이 개방되면 로컬 회사들은 글로벌 회사에 맥을 못 추고 수년 내 인수·합병(M&A)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미국조차 자국 내 2위 담배 회사 레이놀즈아메리칸이 담배 시장이 개방된 이후 글로벌 ‘빅4’ 담배 업체인 영국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에 M&A됐고 러시아 4위 담배 회사인 JSC돈스코이는 빅4’ 담배 업체 중 한 곳인 일본 JTI에 넘어갔다.

하지만 KT&G는 한국의 담배 시장이 개방된 지 벌써 3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토종 담배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 비담배 매출이 40%…부동산 사업도 성과
‘궐련형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까지’…외국계 공세에도 선방한 KT&G
KT&G는 국내에서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조선시대인 1883년 개화파 주도로 세워진 조선 최초의 공기업 ‘순화국’이 출발점이다. 이후 대한제국 궁내성 내장원 삼정과(1899년)→대한민국 재무부 전매국(1948년)→전매청(1952년)→한국전매공사(1987년) 등으로 변모했다.

이때까지는 국내 담배 시장에서 제조·판매 독점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1988년 담배 시장이 본격 개방되면서 한국담배인삼공사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1997년엔 ‘공기업 경영구조 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법상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1999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2001년에는 해외 증권을 발행해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도 입성했다. 완전한 민영기업으로 전환한 것은 2002년이다. KT&G로 사명을 바꾼 것도 이때다.

민영기업으로 거듭난 KT&G는 그동안 끊임없이 성장했다. 2002년 2조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4조5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6000억원을 밑돌던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은 5조원을 넘보고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민영화 이전 3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14조원에 달한다. 가장 성공한 공기업 민영화 사례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KT&G의 성장 비결 중 주목해야 할 것은 끊임없는 도전이다. 특히 사업 다각화가 눈에 띈다. 점점 강화되는 담배 규제와 금연 트렌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KT&G는 홍삼·제약·화장품·부동산 등의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말 기준 담배 관련 매출은 59.3%였고 나머지는 인삼(30.1%), 부동산(3.7%), 제약·화장품 등 기타 사업(6.9%)에서 나왔다. 비담배 매출이 40%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부동산 사업 성과가 눈에 띈다. 올해 초 분양을 마친 수원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 아파트는 전체 2355가구 1순위 청약을 마감한 결과 27.7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큰 인기를 끌었다. 미계약분 청약도 마감돼 100% 분양에 성공했다.

호텔 사업도 성공적이다. KT&G는 2013년 글로벌 호텔체인인 메리어트와 손잡고 ‘코트야드메리어트서울남대문 호텔’을 열었다. 소유는 KT&G가 하고 운영은 메리어트가 맡고 있다. 좋은 입지와 서비스로 많은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KT&G의 2분기 호성적과 부동산 사업의 성장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는 가운데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 전국 편의점 유통망 구축이 지난 7월 말 마무리됨에 따라 전자담배 실적 성장과 시장 경쟁력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미국과 인도네시아 법인 모두 30% 고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올해와 내년 KT&G의 이익 추정치를 각각 6%, 7%씩 상향 조정했다. 올해 내수 일반 담배 시장 규모 추정치가 전년에 비해 3%포인트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릴 시리즈의 수출 확대가 차세대 전자담배 카테고리의 외형 확대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8호(2019.08.19 ~ 2019.08.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