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화장품·명품·의료용품…판 커진 ‘남성 소비시장’]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1조2000억원 규모
-‘대세’로 떠오른 남성용 색조 화장품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자신을 가꾸기 위해 지갑을 여는 ‘그루밍족’이 늘고 있다. 부인이나 여자 친구가 사주는 화장품에 만족하던 남성들이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관련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13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약 1조2000억원대로 지속 성장 중이다.

뷰티업계는 남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남성 전용 기능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헬스&뷰티(H&B) 용품 전문점들도 ‘그루밍 존’ 등을 별도 운영하며 ‘대세’를 따르는 중이다.
화장하는 남자가 거북하면 당신은 이제 ‘아재’
◆눈썹 문신·제모하는 남자도 급증

국내 H&B업계 1위 올리브영은 2012년 명동본점에 남성을 위한 화장품 체험 공간인 그루밍존을 선보였다. 현재 명동본점을 비롯해 강남본점 등 전국 모든 매장에서 그루밍존 등 남성 전용 제품을 판매하는 코너를 확대 운영 중이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남성 화장품 카테고리 연평균 성장률은 40%를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남성 색조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정도 증가해 눈길을 끈다.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남성 메이크업’이 남성미와 자신감의 도구가 되면서 남성 전용 색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피부 톤 보정의 쿠션 제품뿐만 아니라 촉촉하고 생기 있는 입술을 연출해 주는 남성 전용 발색 립밤, 눈썹을 그리는 아이 브로 등이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기존 남성용 스킨 케어 제품은 물론 성별에 관계없이 사용하는 더마코스메틱(약국 화장품), 클렌저 등의 젠더리스 상품을 구매하는 남성도 늘고 있다. 남성용 눈썹칼과 얇은 셔츠를 입었을 때 특정 부위가 비치지 않도록 하는 남성용 니플 밴드, 다리털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남성용 다리 숱 정리기 등의 제품도 인기라는 게 올리브영의 설명이다.
화장하는 남자가 거북하면 당신은 이제 ‘아재’
미용을 목적으로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는 남성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관계자는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여드름 치료나 필러 시술을 받기 위해 방문하는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며 “면접 등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미용에 신경 쓰는 남성 취업 준비생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레이저 제모 시술이나 눈썹 문신, 탈모 관리 등을 위해 피부과 등을 찾는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A(28) 씨는 “출근 전 면도를 해도 점심이면 턱수염이 거뭇거뭇하게 올라와 외부 미팅이 많은 날이면 전기면도기를 들고 출근하는 게 일상이었다”며 “레이저 제모를 하고 나서부터 그런 불편함이 싹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 홍보실에서 근무하는 B(44) 씨는 “눈썹 문신을 하고 나서부터 인상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몇 달 전부터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 1주일에 두 번씩 피부과를 찾아 탈모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뷰티업계 남성 화장품 시장 쟁탈전 치열

뷰티업계는 1조원대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남성 화장품 브랜드 ‘브로앤팁스’를 리뉴얼 론칭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브로앤팁스는 2017년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브랜드다. 형들로부터 얻는 ‘실용적 뷰티 팁’을 콘셉트로 한다. 20대 ‘브로(bro)’를 타깃으로 동방신기 유노윤호가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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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앤팁스는 스킨·로션·에센스 등 여러 제품을 바르는 것을 귀찮아하는 남성을 위한 올인원 제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건성 피부용 ‘네버 드라이’, 지성 피부용 ‘네버 오일리’, 민감성 피부용 ‘네버 워리’가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은 피부 타입별 용도를 제품명으로 차용한 것이 특징이다.

네버 워리는 피부 자극이 고민인 남성을 위한 제품으로 피부 진정과 피부 장벽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병풀 추출물과 7가지 히알루론산이 피부 겉부터 속까지 촉촉하게 케어한다는 게 아모레퍼시픽의 설명이다.

네버 드라이와 네버 오일리는 스킨·로션·에센스는 물론 ‘아이크림 캡슐’이 추가로 함유된 게 특징이다. 네버 드라이는 도포 시 물방울이 터지며 즉각적인 수분감을 제공하는 ‘워터 홀딩 폴리머’ 기술을 적용해 건조함과 피부 땅김 등 건성 피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준다.

네버 오일리는 강화한 ‘세범 컨트롤 콤플렉스’ 성분으로 산뜻한 사용감은 물론 피지 케어와 유·수분 밸런스 등 지성 피부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브로앤팁스는 최근 기능성 선크림을 출시하기도 했다. ‘슈퍼 내추럴 톤업 선크림’은 SPF 37 PA+++ 등급의 생활 자외선 차단 효과를 지녔다. 메이크업 느낌이 아닌 자연스러운 톤업 느낌을 연출한다.

‘슈퍼 라이트 선크림’은 밀크 타입의 초경량 텍스처임에도 SPF 50+ PA++++ 자외선 차단 효과를 주는 게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헤라 옴므’, ‘설화수 맨’, ‘라네즈 옴므’, ‘프리메라 맨’, ‘아이오페 맨’ 등의 남성 전용 라인업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세안 후 땅기는 얼굴만 해결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남성들이 요즘에는 여성 못지않게 다양한 피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며 “기존 스킨·로션 수준의 제품에서 벗어나 남성들의 피부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기능성 제품과 메이크업 제품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맨올로지’ 등 남성 전문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맨올로지는 LG생활건강의 허브 코스메틱 브랜드 ‘빌리프’에서 선보이는 남성 피부 전문 브랜드다.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한 가이드’를 콘셉트로 한다.
화장하는 남자가 거북하면 당신은 이제 ‘아재’
‘맨올로지’는 빌리프 특유의 수분감과 보습감을 담은 워터 로션과 모이스처라이저, 과도한 피지 분비로 번들거림이 고민인 피부에 적합한 세범 컨트롤, 예민하고 까다로운 남성의 피부를 케어해 주는 올인원, 클렌징 폼 등 총 14종으로 구성됐다.

대표 제품인 ‘빌리프 맨올로지 오리지널 아쿠아 바운싱 워터 로션’은 잦은 면도로 거칠어지기 쉬운 남성 피부를 미세 스크래치 개선 효과로 부드럽고 매끈하게 가꿔 준다. 바르는 즉시 피부에 촉촉하게 흡수돼 끈적임이나 번들거림 없이 산뜻하게 마무리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남성 피부는 여성의 피부에 비해 두껍고 튼튼하다는 선입견과 달리 면도 등 외부 자극과 스트레스에 의해 약해지기 쉽다”며 “맨올로지는 스킨 케어를 귀찮아하는 남성을 위한 올인원 제품은 물론 남성용 안티에이징 제품과 선크림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남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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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9호(2019.08.26 ~ 2019.09.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