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권리 대폭 강화…‘임대인의 소유권’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
상가법 개정 이끈 ‘궁중족발 사건’ 후 1년, 달라진 것은

(사진=기사내용과 관계 없음./한국경제신문)

작년 6월 서울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던 임차인이 임대인의 임대료 인상 요구에 반발해 임대인을 망치로 폭행하는 사건, 일명 ‘궁중족발 망치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감정 다툼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이 아니라 그 이면에는 임대차 계약 갱신 기간이 지난 후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점포를 명도해 줘야 하는 임차인의 사정과 법적인 권리를 행사했다는 임대인의 주장이 병존하고 있었다.

우리 민법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를 대등한 지위로 상정해 법률관계를 규율하다 보니 사실상 열악한 위치에 있는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초부터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해 주택 임차인들이 임대차 보증금을 원활히 회수할 수 있도록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 등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도모할 각종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상가 임대차에 관해서는 이러한 특별법이 제정돼 있지 않아 상가 임차인들은 실내 인테리어 등 시설비용을 회수할 충분한 계약 기간을 보장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 임차인에게 지급했던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조차 보장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일이 허다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자 2002년에 이르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제정돼 임차인이 제삼자에게도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고 계약 기간 역시 최소 1년의 기간이 보장되며 임차인에게 5년의 기간 동안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또 우선변제권을 인정해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했다.

2015년에는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등을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규정해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했다.

그리고 ‘궁중족발 망치 사건’을 기화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보장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기간을 계약 기간 만료 전 3개월에서 6개월로 개정했다.

이렇게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으로 법률이 개정되다 보니 오히려 임대인들은 건물을 대수선하거나 재건축할 수도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자. 임차인 갑이 임대인 을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다음 상가를 인도받아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수회에 걸쳐 계약을 갱신했고 최종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전 새로운 임차인 병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후 임대인 을에게 병과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을이 노후화된 건물을 재건축하거나 대수선할 계획이 있다는 이유로 병과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자 갑은 을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정한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 대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보장 기간과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의무는 관련이 없고 이와 같은 해석이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므로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더라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임차인 갑에게는 병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반면 임대인 을에게는 대수선 등을 포기하고 병과 새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거나 갑에게 권리금 상당액을 지급해야만 상가를 대수선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로, 임대인에게 매우 불합리한 판결이라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건물의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나 다른 법령에 의해 재건축하는 경우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임대인 보호 규정 역시 두고 있다.

법률은 흐르는 물과 같이 끊임없이 변화한다. 각종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의, 제도와 법률의 변화를 살펴보면 더 이상 소유권을 절대적이고 만능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화로운 법률의 해석을 통해 상생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 변호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9호(2019.08.26 ~ 2019.09.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