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달 착륙 50년’…우주전쟁 2라운드]
-로켓에 초소형 인공위성 200개씩 달아 발사
-자연재해 감시 등 활용 분야 무궁무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알렌 살마시(65) 비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공동 창업자다. 1988년 자신이 운영하던 옴니넷과 퀄컴을 합병한 이후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개발의 핵심 역할을 하며 퀄컴의 무선통신 사업(무선 셀룰러와 PCS 개발 사업)을 총괄했다.

미국의 1세대 정보기술(IT)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요즘 미국 현지 우주산업 관련 기업과 저궤도 모바일 위성통신을 활성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CDMA는 모바일 위성통신 분야의 핵심 기술로 통한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이 주관한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8월 29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만났다.

살마시 CEO는 “한국은 IT 강국으로 민간 기업 차원에서도 우주산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 기업들과도 모바일 위성통신을 활성화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렌 살마시 퀄컴 공동 창업자 “초소형 위성에 스마트폰 탑재…비용 저렴하고 교신 성능 뛰어나죠”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원 시절엔 어떤 연구를 했습니까.

“대학 졸업 후 NASA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모바일 위성통신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죠. 특히 소형 인공위성을 이용한 다이렉트 브로드캐스팅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프로젝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가리는 ‘세티’ 프로젝트도 진행했고요.

NASA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1984년 옴니넷을 설립해 상업용 지상 이동위성 통신 서비스인 옴니트랙스(OmniTRACS)를 개발·운영했습니다. 옴니트랙스는 세계 최초 상용 모바일 위성 항법·메시징 시스템인데, 이 기술은 1985년 설립한 퀄컴이 CDMA 기술을 개발하는 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CDMA는 어떤 기술입니까.

“CDMA는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의 한 방식으로 음성신호를 데이터 코드로 변환해 전송하는 부호 분할 다중 접속 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시스템이죠. 여러 사용자가 시간과 주파수를 공유하면서 신호를 송수신하기 때문에 과거 아날로그 방식보다 사용 용량이 10배가 넘고 통화 품질도 우수한 획기적 기술이었습니다.

퀄컴 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퀄컴의 CDMA 표준·라이선스 프로그램을 채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그 결과 삼성·LG·소니·모토로라·노키아 등이 퀄컴의 CDMA 표준을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게 됐습니다.”

▶현재 대표로 있는 비아는 어떤 회사입니까.

“통신 장비와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2014년 설립했고요. 지능형 에지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해 사물인터넷(IoT) 응용 프로그램과 이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알렌 살마시 퀄컴 공동 창업자 “초소형 위성에 스마트폰 탑재…비용 저렴하고 교신 성능 뛰어나죠”
▶우주산업에는 어떤 투자를 하고 있습니까.

“사실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퀄컴에서 1991년 ‘저궤도 모바일 위성통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초소형 인공위성을 특정 궤도에 올려 지상과 통신하는 기술에 대해 논문도 몇 편 썼고 저전력 위성 수신기에 대한 프로젝트도 진행했죠.

모바일 위성통신의 핵심은 CDMA 기술입니다. CDMA는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위성통신이 가능한 만큼 관련 분야에 최적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장비에 최적인 통신 기술이죠. 스마트폰을 탑재한 인공위성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최근 들어 인공위성 관련 스타트업이 미국에도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관심 있게 보는 분야는 초소형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기업들입니다. 비아의 IoT 기술을 접목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미국 내 특정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업명 등은 올 연말쯤 공개할 예정입니다.”

▶저궤도 모바일 위성은 어떤 형태입니까.

“야구 방망이 정도인 약 70cm 길이의 소형 위성에 스마트폰을 장착하게 되죠. 로켓에 소형 인공위성 약 200개를 달아 발사한 다음 특정 궤도에 도달하면 위성들이 자동으로 분리되는 방식입니다.

4m 정도 길이의 안테나가 펼쳐지면서 지상과 교류하는 초소형 인공위성이 되는 것이죠. 한 번에 쏘아올린 위성 중 제구실을 하는 확률은 80~90% 수준에 달합니다. 대형 인공위성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가져올 수 있는 셈이죠.

모바일 위성은 대형 인공위성에 비해 낮은 궤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지상과의 교신이 훨씬 수월합니다.”

▶위성용 스마트폰을 별도로 제작합니까.

“아닙니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을 그대로 활용합니다. 갤럭시나 아이폰 모두 다 가능합니다. 다만 인공위성에 장착할 때는 스마트폰의 커버를 벗겨내고 내구성이 뛰어난 위성 본체 안에 폰의 주요 부품을 집어넣는 식입니다. 배터리도 그대로 쓰는 게 대부분이죠.

이들 위성의 수명은 스마트폰 배터리에 의해 좌우됩니다. 1년에서 3년 정도인데 사실 모바일 위성의 수명이 그리 길 필요는 없어요. 매년 최신 스마트폰이 나오기 때문이죠.

갤럭시 S10을 장착한 위성보다 갤럭시 S10 5G를 집어넣은 위성의 교신 성능이 나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모바일 위성의 용도는 무엇입니까.

“무궁무진합니다. 농업을 예로 들면 미국에서는 스마트 농업 분야에 드론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드론에 습도나 온도 센서를 장착해 작물이 잘 자라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식이죠.

하지만 드론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은 제한적입니다. 낮은 고도에서 움직이기 때문이죠. 방대한 대지를 원활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위성이 훨씬 효율적이죠.

미국 정부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저비용 고효율의 모바일 위성을 띄워 군사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자연재해 등을 감시하기 위해서죠.”

▶달 착륙 성공 50주년을 맞아 미국 정부 차원의 이벤트는 없습니까.

“별도의 이벤트는 없습니다. 다만 미국이 요즘 집중하는 부분은 ‘미션 투 마스’라고 해서 공공과 민간이 협의체를 만들어 무인우주선이나 장비를 화성에 보내는 것을 단기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내는 것과 달을 향해 유인우주선을 다시 쏘아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다만 이들 장기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미국 의회에서 관련 예산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다소 시들해졌기 때문이죠.”

▶한국 우주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은 IT 강국입니다. 우주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기업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한국은 민간 차원에서 우주산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IT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투자자를 유치해 우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겁니다. 현재 눈여겨보고 있는 기업은 없지만 만약 기회가 된다면 한국 기업과 같이 일하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choies@hankyung.com

[‘달 착륙 50년’…우주전쟁 2라운드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로켓 재활용하고 초소형 위성 인기…패러다임 바뀐 우주산업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 “‘30cm’ 초소형 위성 띄워 부산항 해양관리 책임질 겁니다”
-이성희 컨텍 대표 “제주에 우주지상국 구축…스페이스X 위성도 우리 고객 될 겁니다”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 “나로호 발사 보고 자란 세대…NASA 화성 로보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전태균 에스에이아이 대표 “위성 영상, AI 활용해 3분 만에 판독…국방 등 정부 기관이 주고객이죠”
-알렌 살마시 퀄컴 공동 창업자 “초소형 위성에 스마트폰 탑재…비용 저렴하고 교신 성능 뛰어나죠”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한국을 아시아의 우주 스타트업 거점으로 만들어야”
-뉴 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인포그래픽)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1호(2019.09.09 ~ 2019.09.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