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위스키 판매 2008년 정점 이후 10년째 하향 곡선
-업계, 출고가 대폭 내리고 밀레니얼 마케팅 주력
-맥주·전통주 시장에 도전장 내밀기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위스키 시장이 10년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위스키와 맥주를 섞어 마시던 이른바 ‘양폭(양주폭탄)’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점차 사라져 현재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대신 소주와 맥주를 탄 ‘소폭(소주폭탄)’이 그 자리를 꿰찼다. 독주를 즐기던 문화도 없어지는 추세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경기 침체 우려 확산 등도 위스키 소비량 감소에 영향을 줬다. 위스키업계는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가격 인하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8월부터 일제히 위스키 가격 인하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149만272상자로, 전년(159만7017상자) 대비 6.68% 감소했다. 사상 최고 기록이던 2008년(284만1155상자)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10년새 반 토막’ 위기 탈출 팔 걷은 위스키업계
위스키업계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 중이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거나 판권을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내 위스키업계 ‘빅3’ 중 하나였던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의 판권을 드링크인터내셔널에 매각한다고 지난 1월 22일 발표했다.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는 이날 직원 간담회에서 “이대로 가다간 18개월 내 적자가 예상된다”며 “임페리얼 판권을 넘기고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하겠다”고 말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임페리얼 대신 로얄살루트·발렌타인·앱솔루트 등 글로벌 브랜드의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220여 명이던 정규직 직원도 명예퇴직을 통해 90여 명으로 크게 줄였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앞서 2014년 경기 이천 공장을 하이트진로에 매각한 바 있다.

조니워커와 윈저 등을 판매하는 위스키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도 경기 이천 공장 운영을 내년 6월 종료한다.

디아지오코리아 이천 공장은 1981년 설립 이후 6만4000㎡ 규모의 부지에서 수출용 스미노프와 군납용 윈저 등을 생산해 왔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09년 이 공장을 개인 사업자에게 매각한 이후 20년 동안 임차해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장 생산량이 2015년 200만 상자를 기록한 이후 계속 줄면서 끝내 국내 생산을 접기로 결정했다. 이천 공장에는 본사 직원 29명을 비롯해 협력사 직원 9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업계는 국내 위스키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일제히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섰다. 연내 시행 예정인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도 가격 조정 흐름에 영향을 줬다. 주류 리베이트 관련 고시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도매상 등에 리베이트(판매 장려금)를 주기 어려워지는 만큼 가격을 내려 소비자 혜택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가격 인하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든 곳은 임페리얼을 인수한 드링크인터내셔널이다. 드링크인터내셔널은 지난 8월 1일 주요 제품 출고가를 15% 인하했다. ‘임페리얼 스무스 17년(450mL)’의 출고가를 4만62원에서 3만4056원으로, ‘임페리얼 스무스 12년’은 2만6334원에서 2만2385원으로 내렸다.

위스키업계 1·2위인 디아지오코리아와 골든블루도 가격 인하 움직임에 동참했다. 골든블루는 지난 8월 21일 주력 위스키 4종의 출고가를 최대 30% 내렸다.

골든블루는 우선 국내 시장에서 21.4%의 점유율(7월 기준)로 선두를 지키고 있는 골든블루 사피루스(450mL)의 출고가를 2만4255원으로 7.9% 내렸다. 지난해 6월 가격을 10% 떨어뜨린 ‘팬텀 디 오리지널’은 1년여 만에 추가로 4.2%를 낮춰 1만8920원으로 책정했다.

골든블루는 ‘팬텀 디 오리지널 17’의 출고가도 기존보다 8.7% 내린 3만4045원으로 정했다. ‘팬텀 더 화이트’ 450mL는 30.1% 내린 1만5345원, 700mL는 30.0% 낮춘 2만1835원으로 출고가를 각각 책정했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지난 8월 26일 위스키 6종의 출고가를 내렸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 12년(500mL)’의 출고가를 7.9% 인하한 2만4288원, ‘윈저 17년(450mL)’은 7% 내린 3만7202원으로 각각 결정했다. ‘딤플 12년(500mL)’은 1만7105원으로, ‘딤플 12년(375mL)’은 1만2529원으로 각각 20%씩 출고가를 내렸다. 저도주 W 시리즈는 4.4~8.5% 가격을 인하했다.

◆수입 맥주·전통주로 포트폴리오 확대

업계는 평소 위스키를 즐기지 않는 2030세대를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8가지 싱글몰트 원액을 혼합한 블렌디드 몰트위스키 브랜드 ‘코퍼독’을 지난 5월 말 출시했다.

코퍼독은 자신의 개성을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위스키다. 니트로 즐기는 방법 외에도 소다와 섞어 마시는 ‘독앤소다’, 맥주와 믹스한 ‘독하우스’, 콜라를 넣는 ‘독앤콜라’ 등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또한 대학 내 건전 음주 문화 조성을 위한 ‘쿨 드링커 캠페인’을 10년째 진행 중이다. 이 캠페인에는 총 28만 명 이상의 대학생이 참여했고 320명의 홍보대사를 배출했다. 올해는 경희대를 시작으로 전국 8개 대학에서 축제 기간인 5월 한 달 동안 캠페인을 벌였다.
‘10년새 반 토막’ 위기 탈출 팔 걷은 위스키업계
골든블루는 젊은 소비자도 부담 없는 가격에 100% 스코틀랜드산 원액으로 만든 위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한 ‘팬텀 디 오리지널’을 2016년 10월 출시했다. 지난해 말에는 독특한 맛과 부드러움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해 ‘팬텀 디 오리지널 17’을 선보이기도 했다.

골든블루는 홈술·혼술 트렌드를 겨냥해 위스키 원액과 탄산수 등을 혼합해 만든 ‘하이볼’ 신제품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10년새 반 토막’ 위기 탈출 팔 걷은 위스키업계
위스키업계는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2월 아일랜드 라거 맥주 ‘홉하우스 13’의 국내 공식 유통을 시작하며 맥주 라인업을 강화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흑맥주 ‘기네스’와 아이리시 크림 에일 ‘킬케니’, 올몰트 맥주 ‘하프’ 등을 선보이고 있다. 수입 맥주 신제품 출시는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홉하우스13은 기네스의 브루어리에서 차세대 신진 브로어로 통하는 피터 심슨의 레시피로 탄생한 제품이다. 알코올 도수 5도의 더블 홉 맥주로, 100% 아일랜드 맥아와 기네스 효모를 사용해 홉의 풍미가 가득하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덴마크 왕실 공식 맥주인 칼스버그와 수입·유통 계약을 하고 수입 맥주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해 맥주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전담 신규 인력을 새로 뽑았다.

골든블루는 올 연말 전통주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고급 증류주 시장에 뛰어들어 전통주 시장의 부흥에 앞장설 것”이라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도로 확장해 종합 주류 회사의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