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A to Z]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는 애플리케이션…‘인터넷 혁신’의 초기 모습
소리 없이 다가오는 파괴적 혁신, 댑(Dapp)
[케빈 리 해시드 심사역] 블록체인에는 늘 따라붙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대표적으로 흔히 ‘디앱’ 또는 ‘댑’으로 불리는 ‘Dapp(Decentralized Application)’, 즉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도 그중 하나다.

비가역적인 정보의 검열 저항성, 사용자 데이터 주권, 신개념 토큰 경제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와 기능은 이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2009년 비트코인과 2015년 스마트 콘트랙트 활용을 위한 이더리움 출시 후 다양한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편적으로 상용화된 서비스가 없다는 점은 늘 블록체인의 약점으로 꼽힌다.

시간을 거슬러 1990년대 초반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한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모든 활동이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던 당시 전 세계를 연결한 컴퓨터 네트워크라는 개념은 생소했다. 많은 이들이 혁신의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어떻게 응용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여기에 정부 규제까지 더해져 산업은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인터넷 초창기 미국 정부는 온라인상 모든 상업 활동을 금지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인터넷 사용을 정보 공유나 리서치 목적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1990년 중반 들어 온라인 상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각 분야에서 인터넷을 활용한 창업이 줄을 이었고 이는 아마존·구글·페이팔 등 이전에 소비자가 경험해 보지 못한 창의적인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전자 상거래 결제나 트래픽에 기반한 단순 광고 모델로 시작한 인터넷 산업은 진화를 거듭하며 이제는 드롭박스와 같은 SaaS(Software as a Service)나 넷플릭스와 같은 통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다양하게 발전했다.

그렇다면 현재 블록체인 서비스는 어디쯤 와 있을까. 의외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분산형 서비스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자체 금융이나 송금·결제 서비스와 같은 핀테크 분야는 물론 공유 경제·게임·소셜네트워크·물류 등 기존 인터넷 공룡들이 선점한 시장에 대한 도전과 실험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듯 대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과 댑 스토어를 탑재해 유망한 댑 서비스들의 원활한 유통을 돕고 있다.


◆ 블록체인 위의 다양한 실험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모바일에서 증명됐듯이 블록체인의 대중화 또한 게임이 선도할 것이란 시각이 주를 이룬다. 현재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 가는 모바일 시장은 여전히 매출의 70% 이상을 게임에 기대고 있다.

블록체인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과반의 사용자가 블록체인 게임을 주로 소비하고 이는 주요 블록체인 거래량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따라서 국내외 다수의 프로젝트는 게임 아이템 자산화와 자유로운 재화 거래, 서버의 영속성 등의 장점을 내세운 블록체인 게임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국내 물류 배송 스타트업 델레오는 효율적인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배송 별로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델레오는 최근 이런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범용적인 물류 블록체인 개발에 착수했다. 델레오의 분산화된 플랫폼에서는 누구든 자유롭게 들어와 배송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기여한 만큼 보상 받게 된다. 나아가 블록체인에 기록된 물류 데이터가 활용해 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비전 또한 매력적이다.

생활 밀착형 서비스도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한국의 대표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한 스테이블 코인 결제 서비스인 테라를 필두로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노래방 서비스 ‘썸씽’, 피트니스 프로그램 제작·소비 플랫폼 ‘300FIT’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장 탈중앙화된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메이커다오(MakerDAO)’가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며 탈중앙화 금융 혁신을 이끌고 있다.

특정 주체나 국가가 아닌 개인이 이더리움을 담보로 잡고 고정된 가치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메이커다오는 가장 탈중앙화된 서비스 중 하나로 꼽힌다. 메이커다오를 활용한 대출 플랫폼 등 파생돼 나오는 금융 서비스도 속속 보여 앞으로 중앙화된 서비스에서 벗어나 더욱 투명해진 금융 생태계 구축이 가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상현실(VR)의 땅을 자산화해 판매하는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또한 VR 현실화에 앞장서고 있다. 디센트럴랜드는 가상의 땅을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주인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해 마치 실제 경제와 같이 좋은 구역의 땅이 억 단위에 거래되기도 한다. 사용자들은 본인 소유의 땅에서 게임을 만들거나 가상 건물을 지어 친목 활동도 한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파괴적 혁신, 댑(Dapp)



◆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댑 시장

디센트럴랜드는 앞으로 확산될 VR 현실 속 자산, 재화 그리고 법칙들을 모두 블록체인 위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며 이상적인 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 블로그 운영자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스티밋’, 분산형 거래소 ‘카이버네트워크’, 수집형 게임 ‘크립토키티’ 또한 전통의 강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현재 블록체인 댑 시장 현황은 어떨까. 댑 정보 분석 사이트인 댑닷컴(Dapp.com)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기준 주요 블록체인에는 총 2906개의 댑이 존재하며 123만 명의 활성화 유저가 댑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지난 2분기에는 총 33억 달러(약 4조원) 수준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게임이나 거래소에서 활동하고 70% 이상의 거래량이 게임 혹은 도박류 서비스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충분히 성숙했다고 말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댑 시장이 활성화돼 주류 소비 시장에 편입되기 위해선 블록체인에 대한 접근성 개선과 제도 정비 등 선행돼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블록체인업계는 여전히 암호화폐의 극단적인 변동성으로 주목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의 인터넷과 비교되는 태동기인 만큼 앞으로 이 산업이 어떤 혁신으로 우리 일상을 바꾸게 될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