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PEF의 제왕들]-2005년 ‘30대’ 한상원 대표, 윤여을 회장과 손잡고 창업…전통 제조업 체질 개선에 베팅
한앤컴퍼니, ‘볼트온’ 전략으로 폭풍 성장…유사 업종 기업 집중 인수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출자 약정액 7조672억원. 금융감독원의 9월 16일 발표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MBK파트너스에 이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2위에 올랐다. 2017년 말 출자 약정액 3조7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출자 금액이 2배 이상 뛰며 단기간에 국내 2위 규모로 올라섰다. 한앤컴퍼니는 한상원(48) 대표가 2010년 설립했다. 시멘트·해운·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다져 나가고 있다. 창조경제나 서비스산업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경제성장에 주춧돌 역할을 해온 ‘한국 제조업’이 체력을 키우고 최고의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한 대표의 투자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한 대표는 한앤컴퍼니 설립 1년 만인 2011년 8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자금을 먼저 모은 후 투자하는 방식의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이어 설립 5년 만에 운용 자산 3조원을 넘어서며 ‘폭풍 성장’을 거듭하더니 10년이 채 안돼 국내 PEF업계의 ‘대표 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투자는 한상원 대표, 경영은 윤여을 회장

1971년생인 한 대표는 미국 사립고등학교인 필립스 엑시터아카데미와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인물이다. MBA를 마친 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로부터 쏟아지는 러브콜 가운데 모건스탠리를 선택했다. 당초 모건스탠리는 뉴욕이나 홍콩 근무를 권했지만 한 대표가 한국지점 개설을 본사에 요구했다고 한다. 2000년(당시 29세)부터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한국 대표로 일했고 2005년부터 모건스탠리 PE 부문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냈다. 당시 쌍용(현 GS글로벌)과 현대로템 등 주요 딜을 주도하면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가 39세가 되던 2010년 모건스탠리 PE에서 나와 자신의 이름을 딴 한앤컴퍼니를 세우고 독립에 성공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첫째 사위로 정·재계는 물론 언론계에도 폭넓은 인맥을 갖추고 있다.

한 대표와 함께 한앤컴퍼니를 설립한 윤여을 회장은 일본 조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밟았다. 한 대표와는 하버드 MBA 선후배 사이인 셈이다. 한앤컴퍼니에 합류하기 전 윤 회장은 20년간 소니코리아를 이끌어 왔다.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한 기간만 20년인 만큼 그 누구보다 경영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 대표는 투자 부문을, 윤 회장은 경영 부문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앤컴퍼니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볼트온’ 전략을 주로 구사한다.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인수해 시너지를 높이고 이를 통해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의 가치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이미 성공 사례도 적지 않다. 2013년 1150억원에 투자한 웅진식품이 대표적이다. 한앤컴퍼니는 동부팜가야·대영식품 등을 추가로 인수하며 기업 가치를 높인 후 2018년 말 2600억원에 대만의 유통기업 퉁이그룹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한앤컴퍼니는 관광숙박업인 라한호텔(전 현대호텔), 중고차 판매업 케이카(전 SK엔카) 등 다양한 업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들의 매출 총액은 7조6000억원, 자산 총액은 6조원 이상이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6월 한앤컴퍼니 포트폴리오 중에서는 최초로 금융권인 롯데카드 인수에 나서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투자한 케이카는 물론 렌터카 업체 조이렌터카 등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복안이었다. 과거 KT와의 거래와 관련한 탈세 혐의에 발목 잡혀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만 금융업에 대한 한앤컴퍼니의 관심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 대표는 탈세 혐의와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한앤컴퍼니가 특히 강점을 보이는 업종은 시멘트·해운·자동차 부품 등과 같은 ‘굴뚝 산업’이다. 사모펀드들 대부분이 경기변동에 민감하다는 이유로 굴뚝 산업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대표는 굴뚝 산업 업체들이 체질 개선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앤컴퍼니, ‘볼트온’ 전략으로 폭풍 성장…유사 업종 기업 집중 인수

◆시멘트·해운 등 굴뚝 산업 강자


그중에서도 특히 시멘트 산업에 큰 공을 들였다. 한 대표가 과거 모건스탠리 PE에서 일하던 당시 중국 산둥성에 있는 시멘트 기업 산수이시멘트에 투자해 원금 대비 4배의 수익을 올렸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2012년 대한시멘트 인수를 시작으로 2013년 유진기업의 광양시멘트공장, 2015년 포스화인(현 대한슬래그) 등을 인수하며 꾸준히 업계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다. 2016년 국내 선두 시멘트 기업인 쌍용양회를 품에 안는데 성공, 이를 중심으로 시멘트 사업을 일원화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와 동시에 한앤컴퍼니는 원가절감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펼쳤다. 쌍용양회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폐열 발전 사업과 에너지 저장장치(ESS) 사업을 통해 전력비를 드라마틱하게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를 인수한 첫해 약 10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급 폐열발전 설비투자에 나섰다. 사모펀드들은 단기적 수익만 추구한다는 편견을 깨는 ‘통 큰 투자’였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ESS 설비 가동과 함께 9월 폐열 발전설비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는 ‘호실적’으로 연결됐다. 쌍용양회의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240억원, 영업이익 844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215억원)보다 292%, 작년 2분기 영업이익(718억원)보다 17.5% 늘어난 수치다.

해운업에서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진해운의 드라이 벌크와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사업부문을 인수해 에이치라인해운을 설립하며 해운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2년 뒤인 2016년 현대상선의 드라이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을 추가로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한앤컴퍼니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SK해운까지 품에 안았다.

실제로 에이치라인해운은 한앤컴퍼니의 품에 안긴 뒤 해마다 매출액이 증가하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포스코·한국전력공사·현대글로비스·한국가스공사 등과의 장기 화물 운송 계약(CVC)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2014년 3349억원이던 매출액은 2018년 7263억원까지 늘어났다. 영업이익률도 2014년 20.9%에서 꾸준히 올라 2017년 31%를 찍은 뒤 지난해인 2018년 25.8%를 기록했다. 수년간 지속된 해운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에이치라인해운을 장기 보유하기 위한 포석으로 지난 6월 에이치라인해운을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PEF)를 교체하기로 결정, 신규 투자자 유치에 성공하며 국내 PEF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모투자펀드 내 투자자 교체는 국내 첫 사례다.

자동차 부품업에서는 2012년 코아비스를 시작으로 2014년 자동차 부품 공조 업체인 한온시스템을 인수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한온시스템의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세계 3위인 캐나다의 마그나인터내셔널의 유압과 제어 사업부문을 약 1조4000억원에 사들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14년 약 2조8000억원을 투자해 온 한온시스템은 현재 기업 가치만 7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손꼽히고 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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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3호(2019.09.23 ~ 2019.09.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