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PEF의 제왕들]
-H&Q·VIG 성공적 펀드 모집 마무리 단계…설립 한 달 만에 1600억원 모은 KCGI
세대교체 시작하며 부활한 ‘1세대 PEF’…신생 운용사도 ‘주목’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2005년 한국에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흘렸다. 사모펀드의 수도 어느덧 600개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조용히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PEF업계 최초로 세대교체에 나선 곳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다. 진 회장과 임직원은 올해 출자자 모집을 시작하는 11호 펀드부터 회사를 복수 파트너 체제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진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지분 50%를, 기존 임원들이 나머지 지분 50%를 보유한 새 운용사를 설립하고 이 운용사가 11호 펀드를 조성하는 구조다. 회사 이름도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로 바꾸기로 했다.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임원들에게 사실상 지분 50%를 넘겨주는 진 회장의 통 큰 양보 덕분에 핵심 인력 이탈 없이 세대교체를 이루게 됐다는 평가다.

대표가 60대에 접어드는 1세대 PEF 운용사들도 세대교체를 준비 중이다. 이정진 H&Q코리아 공동대표(1958년생),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1961년생) 등이 대표적인 PEF업계 ‘어른들’이다. H&Q와 VIG는 젊은 임원들을 공동대표로 승진시키고 현 대표들은 차례로 은퇴하는 방식의 승계 계획을 세우고 있다.

1세대 PEF는 세대교체와 함께 주춤했던 투자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H&Q코리아는 2020년 상반기 마무리를 목표로 6000억원 규모 4호 펀드의 출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H&Q는 올해 8월 국민연금의 미드캡(Mid-Cap) 부문 위탁 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이미 1700억원 규모의 출자 자금을 확보했다.


‘통 큰 양보’로 세대교체 이룬 진대제

H&Q는 1998년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PEF를 전신으로 한다. 이후 2005년 국내 사무소를 스핀오프(분사)하면서 토종 PEF로 변신했다. 4개의 펀드로 1조6000억원 정도를 투자해 부가가치 통신망(VAN) 업체인 KS넷을 비롯해 만도·현진소재·용현BM·대한유화공업 등에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800억원을 투자한 에스콰이아(현 이에프씨)가 법정 관리 신세로 전락했고 이어 메가스터디 투자금 회수에서도 수백억원의 손실을 맛보며 주춤했다.

하지만 5600억원 규모의 3호 펀드가 잡코리아를 비롯해 일동제약·LS전선아시아·CJ헬스케어 등에 투자해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회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투자 원금 대비 35%의 돈을 확보해 출자자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3호 펀드의 일부 금액과 3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가 들어간 지난해 11번가 투자도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된다. 4호 펀드 모집이 흥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VIG파트너스도 부활에 성공했다. VIG파트너스는 LG실트론의 투자 실패 이후 2016년 보고펀드의 바이아웃 사업 부문을 분리해 세운 PEF다.

VIG파트너스의 전신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중심이 돼 2005년 만든 보고인베스트먼트(보고펀드)다. 보고펀드는 2014년 1호 펀드 포트폴리오 기업이 부진을 겪자 당시 박병무 대표, 신재하 대표, 이철민 부대표, 안성욱 부대표 등을 주축으로 위기 타개를 꾀했다. 이후 이들은 2016년 1월 보고펀드의 바이아웃 부문을 독립해 VIG파트너스를 세우며 새 회사의 수장들이 됐다. 이를 계기로 변 대표는 고문으로 물러났고 이재우 대표는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영역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헤지펀드인 보고인베스트먼트를 이끌게 됐다.

VIG파트너스는 보고펀드에서 독립한 이후 ‘미드마켓 바이아웃 하우스’라는 하우스 색깔을 철저히 지키며 투자와 회수에 상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보고펀드에서 이관 받아 온 2호 펀드는 7개 투자건(버거킹·삼양옵틱스·써머스플랫폼·M코르셋·바디프랜드·윈체·하이파킹) 중 현재까지 바디프랜드와 윈체를 제외한 5건의 투자 건을 모두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했다.

3호 펀드는 VIG파트너스의 이름으로 결성된 펀드다. 2017년 초 7000억원 규모로 만들어졌다. 이후 2년간 좋은라이프(2016년 11월)·오토플러스(2017년 12월)·피앤씨산업(2017년 8월)·유영산업(2017년 12월)·윈플러스(2018년 3월)·스타비전(2018년 7월)·본촌인터내셔날(2018년 12월) 등 7개 기업에 투자했다.

3호 펀드의 빠른 소진 속도를 감안, 최근에는 4호 펀드 조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금 모집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5월 6200억원 규모로 1차 설립 등기(1차 클로징)를 마쳤는데 해외 기관과 일부 국내 연기금 등의 자금을 추가로 모아 어는 10월께 최종 클로징을 할 예정이다. 당초 8500억원을 목표로 펀딩을 진행했지만 기관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며 최종 펀드 결성 규모는 9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호 PEF’ 보고펀드에서 분리된 VIG

세대교체와 함께 주목 받는 신생 PEF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다. 지난해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 참여를 선언한 KCGI의 PEF는 7개이고 이들 PEF의 출자 약정액은 3204억원이었다.

KCGI는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KCGI는 강성부 대표가 2018년 7월 설립한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다. 기업 승계와 지배 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 가치 증대를 목표로 한다. 설립 한 달 만에 약 1600억원의 투자금을 그러모으며 화제가 됐다.

강 대표는 대우증권·동양증권에 이어 신한금융투자를 거친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이때부터 기업 지배 구조 전문가로 유명했는데 2005년부터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라는 보고서로 업계의 인정을 받았다.

이후 그는 2015년 4월 기업 지배 구조 개선 펀드인 LK투자파트너스에 합류했다. 이 회사의 근무할 당시 진행했던 요진건설 투자는 그의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LK파트너스는 5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요진건설 지분 45%를 취득했고 인수한 지 2년 반 만에 지분을 다시 1대 주주에게 되팔아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참여한 현대시멘트 인수에 한일시멘트·신한금융투자와 구성한 컨소시엄이 성공한 것도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8월 현재 KCGI를 설립하고 독립했다.

KCGI는 한진칼·한진·이노와이어리스의 지분을 매입했고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특히 KCGI는 한진그룹의 지분을 매입하고 한진칼·대한항공 등의 기업에 다양한 경영 개선 사항들을 요구하는 ‘주주행동주의’로 주목받고 있다.

KCGI와는 다른 의미로 주목 받는 곳은 이른바 ‘조국 펀드’로 불리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코링크 PEF 3개의 출자 약정액은 241억3000만원이다. 펀드별로는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블루코어밸류업1호’가 100억1000만원이고 ‘그린코어밸류업1호’와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는 각각 61억1000만원, 80억1000만원이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3호(2019.09.23 ~ 2019.09.29) 기사입니다.]